[김인교 교수의 수다한판 (33)] 회의장의 꼰대
상태바
[김인교 교수의 수다한판 (33)] 회의장의 꼰대
  • 데이터넷
  • 승인 2022.06.11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이터넷] 꼰대의 사전적 의미는 아버지나 교사 등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켜 학생이나 청소년들이 쓰던 은어 였으나 근래에는 자신의 구태의연한 사고 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질을 하는 직장 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변형된 속어라고 한다.

이미 필자도 꼰대 반열에 등극했다고 믿고 있다. 필자가 과거 경험했던 꼰대가 주관하는 회의장 분위기를 소개해 본다.

경영 실적이 부진해 회사 분위기가 나빠지면 회의는 많아지고 시간은 길어진다. 사회생활 만렙인 꼰대에게 사랑받고 싶은 측근들이 꼰비어천가 “당신 말씀이 옳습니다”를 외치면 회의는 토의나 보고가 아닌 일방적인 성토와 반성을 강요하는 분위기로 변질된다.

과거의 무용담을 자랑하거나 다른 시대의 성공담이 지금도 이어진다고 믿는 어리석은 상사들의 꼰대질을 후배들이 직급에 눌리고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할까 참고 들어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대부분은 모른다. 진짜 꼰대는 자기도 꼰대인지 안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은 꼰대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자신만큼 쿨한 사람이 어디 있느냐 반문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상황이 조금 수그러드는 현 시장상황을 기반으로 예상해 본다면 필자는 경영상황이 급격히 나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재정 지원 확대 여파로 금리가 오르고 물가도 오르며 긴축 재정을 펼쳐야 하는 정부의 기조에 맞추다 보면 시장의 위축이 예상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만들어지는 세계질서의 변화속에 에너지와 식량의 무기화는 물론 중국과 교역 비중이 큰 수출 부분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심화 등 기업의 경영 환경을 나쁘게 할 이유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꼰대 회의가 기업에서 기승을 부리게 될 것 같다. 필자의 예측이 틀리기를 바랄 뿐이다.

“Latte is Horse”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꼰대들의 자화자찬 회의는 일부 추종자들(사회생활 만렙자)의 합창이 뒷받침되면서 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갑분싸라는 말처럼 분위기는 경직되고 의견을 내는 사람보다 듣기만 하고 받아 적고는 있지만 공감하지 않는 그래서 시간만 낭비하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개선책은 나오지 않게 된다.

야단과 질책이 이어지고 사기는 떨어지면서 경영은 점점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주위에는 마음을 비운 예스맨만이 가득하게 돼 기업의 존재 이유를 점점 잃어가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있다. 즉 우문현답이라는 말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경영의 문제 역시 현장에 있고 현장을 누비는 직원들이 가장 잘 알지만 경험이 많다고, 직급이 높다고, 권한이 많다고 실무진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들으려 하지 않는 꼰대들의 모습에서 부하 직원들은 이미 말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듣는 척만 하는 회의가 이어지는 기업의 미래를 생각해 보면 참으로 끔찍하다.

필자도 측정해 보고 SNS에 공개한 바도 있는 꼰대 레벨을 측정해 보는 앱이 생겨날 정도로 꼰대 문화는 화두가 되고 있다. MZ 세대와 함께 일해야 하는 기업에서는 상당히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젊은 친구들이 선배나 상사의 정당한 지적이나 조언을 꼰대로 치부하며 선입견을 가지고 소통을 차단하는 MZ 세대의 행동을 역 꼰대라 부르기도 한다.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직장에서 소통이 어려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도 있지만 조화를 잘 이루는 조직 문화가 기업의 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꼰대들이 주로 하는 행동의 유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과거의 경험을 자주 적용하는 편이다.
2. 자신의 논리와 경험을 믿는 만큼 남의 의견을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3. 나이가 어리거나 지위가 낮은 사람을 무심결에 낮잡아 보는 버릇이 있다.
4. 주변인에게 독불장군 캐릭터로 비춰질 가능성 높다.

본인이 꼰대라고 느끼고 있다면 다음과 같은 노력을 해보하고 권해 보고 싶다.

1. 주변에 솔직한 의견을 자주 물어라. 정말 솔직한 얘기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2.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늘려 다양한 관점을 수용해야 한다.
3. ‘내가 틀린 건 아닐까’라는 자문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필자가 아는 모 기업의 회장은 회의 시작 전에 했던 얘기 반복하지 말 것, 화내지 말 것 등의 메모를 앞에 펼쳐 놓고 자신의 꼰대질을 주의한다. 회의장에서의 꼰대질이 직원의 창의력이나 혁신 의지를 말살해 기업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고 이 세상의 꼰대들에게 외치고 싶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