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교 교수의 수다한판 (32)] 작은 정성 큰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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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교 교수의 수다한판 (32)] 작은 정성 큰 감동
  • 데이터넷
  • 승인 2022.05.2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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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넷] 많은 기업들이 최고의 가치를 고객만족에서 찾는다. 국내 대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은 고객만족을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고 고객의 피드백을 들으려 노력하고 불만족 고객을 찾아가 감동을 주려는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했던 글로벌 기업에서도 고객만족 조사를 보상체계에 연결해 직접적인 금전 보상으로 돌려주기도 했다. 심지어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피드백을 점수로 환산해 교수의 강의를 등급으로 평가하고 보너스를 차등 지급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고객만족 평가를 잘 받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고객의 요구가 너무나도 다양한데 반해 기업이나 임직원이 제공할 수 있는 내용이 맞아 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나 글로벌 기업의 문화는 논리적이며 이해관계가 분명한 명제를 요구하기에 국내에서 마케팅 활동을 해야 하는 임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차별화를 기하기가 매우 어렵다. 미국에서 마케팅 교육을 받을 때도 그들에게 우리의 정(情) 문화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논리적이며 이해타산이 분명한 서구의 문화와 조금은 부족해 보이지만 정성으로 서로를 배려하며 싹트는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한 한국의 문화는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격차도 점점 좁혀져 한국의 문화도 이기적이며 논리적이며 이해타산적으로 변해가는 세태를 보며 발전적인지 아니면 우리의 장점을 잃어 가는 것은 아닌지 그것도 아니라면 자연스럽게 글로벌화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직장 생활을 하며 어려운 때를 많이 만났지만 그때 마다 많은 분들의 도움과 필자의 작은 정성을 감동으로 받아들여 주신분들 덕분에 커다란 성과를 만들어 왔으니 운칠복삼의 직장생활의 성공 요소가 바로 이 작은 정성을 情으로 받아 주신 고객과 파트너 그리고 동료들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삼성 근무 시절 특별한 경험을 소개하려 한다. 우연히 한 통의 전화를 받았는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처럼 보였지만 필자가 잘 아는 분야가 아닌 SI 영역이었고, 이미 경쟁사에게 상당히 기울어진 상황으로 보였다.

하지만 사업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회사의 대표가 있음을 알게 됐다. 더군다나 필자의 대학 선배라는 사실을 알고 새벽부터 사무실로 찾아가 기다림 끝에 만난 이 분은 자긍심이 강하고 호탕한 의리의 사나이 기질이 강한 것을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물론 잘 설득하면 비즈니스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가질 수 있었다.

함께 일하는 필자 부서의 동문 출신을 모두 대동하고 찾아가 인간적인 정에 호소하며 함께 비즈니스를 하자고 조르기도 하고, 꽃다발 한아름을 안고 집으로 찾아가 그의 부인에게 선물하며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청하기도 했다. 집으로 꽃다발을 들고 찾아온 사람이 필자가 처음이라며 놀라기도 했지만 호의적인 반응과 함께 적극적인 협력의사를 밝혀 그 당시 이해를 잘 하지 못했던 VTS(Vessel Traffic System)를 수주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일본 기업과의 협력 관계가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경쟁사는 이미 일본의 안리쓰(Anritsu)와 협력 약속이 있던터라 필자는 그들의 경쟁사인 JRC(Japan Radio System)에게 협조를 요청하러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출장지에서 만난 JRC 직원은 백발 머리에 나이 지긋한 부장이었다. 그러나 사업 정보가 부족해 함께 하지 않겠다며 자신이 아닌 과장과 얘기해보라며 매몰차게 거절했다.

당황한 필자는 삼성(당시 일본 기업은 삼성을 지금처럼 크게 보고 있지 않았다)의 정보통신 사업의 진행상황과 이 사업의 중요성을 열심히 설명하고, 그들의 일본내 최대 경쟁사인 안리쓰가 우리의 최대 경쟁사와 손잡고 있다는 얘기를 하자 반응이 점차 달라지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30분 정도 자기들끼리 회의를 한 후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해와 사업을 극적으로 성공한 추억이 있다.

물론 월등히 유리한 위치에 있었던 경쟁사는 우리의 준비상황을 모르기에 자만했고, 그 틈을 파고든 전략이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이 사업은 필자에게 커다란 성취감과 가르침을 주었고 본격적인 SI 사업을 이해하고 진출하는데 큰 기반이 됐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야 하며, 작은 정성이 때로는 이성적인 논리를 이기는 문화, 이게 바로 정(情)의 문화로 작은 정성에도 고객은 감동을 받게 된다.

비즈니스 세계는 물론 세상을 살면서 상대에게 작은 정성을 베풀면 베푼 것 보다 훨씬 크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배우는 기회였다.

작은 정성에도 감동받는 세상이니 큰 정성을 쏟는다면 돌아오는 감동이 배가돼 더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성공하고 싶은 사람은 상대가 감동할 때까지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외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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