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교 교수의 수다한판 (25)] 발, 가슴 그리고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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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교 교수의 수다한판 (25)] 발, 가슴 그리고 머리
  • 데이터넷
  • 승인 2022.02.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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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넷] 지난 설 명절에 주변 어른들께 안부 인사를 전하면서 예전 직장 상사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많이 배우고 인정받기도하고 닮으려 노력한 상사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퇴근 후 뒷담화에서 불평불만을 터트리며 안주거리가 된 상사들도 있었다. 필자 역시 누군가의 안주거리로 올랐겠지만 후배들의 스트레스 해소에는 도움이 됐을 것이라 생각된다.

필자는 상사에게 좋은 점만 아니라 불평불만하는 부분도 닮고 있음을 느낀 적이 많았고, 또 어떤 상황에서는 상사들이라면 어떻게 풀어 갔을까 생각해 본적도 있다.

그간 필자가 상사들에 대해 보고 배운 것을 설명하면 첫 번째는 ‘발로 일하는 상사’다. 필자의 첫 번째 상사는 상당히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면서도 목표 지향적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존심이나 긍지보다 몸으로 부딪히는 성과를 내는 스타일로, 좋은 성과도 만들고 부지런하며 조직의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능력이 었었다. 다만 전략적이거나 논리적이기 보다는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의리파라 조금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두 번째 스타일은 가슴으로 일하는 상사다. 너무 뜨거운 열정의 소유자라 눈빛만 봐도 무서움을 느낄 정도로 늘 요란한 구호와 시각적인 캐치프레이즈 등을 통해 실적을 드라이브했다. 이 상사와 일했던 시간이 가장 힘들었던 걸로 기억된다.

상사의 논리가 늘 맞는 것은 아니어서 잘못된 논리에 열정이 더해져 공격적인 드라이브가 되면 조직 전체가 경직되고 나서지 않으려하고 책임지는 것을 겁내게 된다. 잘못됐을 때의 질책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경우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는 상사라 큰 사고를 치지 않을 수 있었고 논리적으로 잘 설명하면 또 이해하고 의견을 수용하기도 하는데 타이밍을 잘 잡아 조심스럽게 말하는 능력이 필요했다.

세 번째 논리적이며 이성적인 상사로 차분하지만 조용하게 움직이며 원칙을 중시했지만 본인의 상사에게 인정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가장 닮고 싶은 상사지만 필자가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이거나 차분하지 못하기에 따라가지는 못한 상사였다.

분석이 될 때까지 차분하게 논리적인 계획을 세우며, 확신을 가진 계획에는 강력하게 드라이브하는 실행 능력이 탁월해 해외 시장 개척에 커다란 성과를 만들었기에 늘 존경하고 있는 롤 모델이다.

발과 가슴 그리고 머리 외에도 입으로 일하면서 적당히 부풀리고 자기 자랑이 심하며 부하들에게 신뢰받기 보다는 순간순간 재치로 넘어가는 잔재주를 피우며 직장 생활을 하던 상사도 모셨고, 내부 정치에만 능해 상사의 의중을 꿰뚫어 보고 아부에 능숙한 상사를 모신 적도 있었다.

이러한 상사의 유형을 고전에서 찾자면 크게 지장(智將), 용장(勇將), 덕장(德將)으로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제갈공명과 사마의로 비견되는 머리로 뛰는 지장, 전투력이 뛰어난 항우와 여포로 대변되는 발로 뛰는 용장, 유비로 설명이 가능한 가슴으로 뛰는 덕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요즘 같이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이끌기 위해서는 덕장의 리더십만을 발휘하다 보면 무능이라는 오명을 쓸 수도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더러는 IT 시장에 오랫동안 일하고 있다는 이유로 필자를 롤 모델이라고 얘기하는 후배들이 있어 행복하지만 아마도 면전에서의 립 서비스일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며 상사를 본인이 선택하는 경우는 없다. 만일 그런 시도를 한다면 이미 조직에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으로 변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좋은 상사를 만나 배우고 또 더 나은 모습의 리더로 성장하게 되는 것은 실로 커다란 복이라 할 것이다. 좋은 리더로 성장하고 싶으면 좋은 리더를 만나야 하는데 이 역시 운칠복삼의 일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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