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교 교수의 수다한판 (19)] 총론 찬성과 각론 반대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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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교 교수의 수다한판 (19)] 총론 찬성과 각론 반대의 모순
  • 데이터넷
  • 승인 2021.11.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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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넷] 요즘 세상을 정비공의 시대라고 한다. 정답도 없고, 비밀도 없고, 공짜도 없다는 말인데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게 되는 상황이 많다는 점과 초연결 시대가 되면서 비밀이 없다는 의미다. 심지어 “구글신은 알고 있다”라는 말도 들은 바 있다. 당연히 공짜 점심은 없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정비공이란 말이 이해가 간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각자가 다른 임무와 역할을 하는 구성원들과 함께 어울리며 의사 소통하고 협의하고 토론하고 결정하고 실행하며 그 결과를 공유하며 살아가는 것이 현대인의 사회생활이다.

회사에서는 비전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전략이라는 방향을 설정한 후 실행 계획을 수립하면서 각 부서의 역할을 나누고 실행하면서 Plan Do See, 즉 계획하고 실행하고 평가하고 분석하고 계획을 수정해 가며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것이 일반적인 프로세스다. 그러나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이러한 실행 계획을 세우는 과정은 조직마다 상당히 다르다.

대부분 비전과 목표를 세우는 일에는 공감대를 쉽게 형성한다. 큰 틀에서 반대할 만한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실행계획 즉 각론에 들어가면 상당히 격한 토론이 벌어지고는 한다.

기업에서는 마케팅부서와 연구소, 생산과 서비스, 구매부서와 재무회계 등 관리부서 간의 역할에 대해 각자가 편안해지거나 책임을 적게 지려고 하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성공에 대한 의지도 중요하지만 실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면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앞서 언급한 정답이 무엇인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어쩌면 당연한 논쟁일 수도 있을 것이다. 모두가 그 분야에서 전문가기 때문에 각자의 주장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논리적이라 반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이럴 때 리더십이 필요하다. 리더의 의사결정이나 방향 결정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리더의 의견이나 방향결정에 따라 각 부서별로 실행 계획을 결정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 실행에 돌입하게 된다. 기업에서는 각론 반대에 부딪혀도 목표가 분명하기에 토론과 조정을 통해 실행 계획을 수립해 실천해 나가기도 한다.

필자가 경험한 또 다른 조직인 공공기관과 교육기관에서는 상당히 다른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를 봤다.

비전과 목표를 세우는 일에 공감대를 갖지 않고 싶어하는 조직문화가 있다고 보인다. 조직의 비전과 나의 비전이 동일한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상당한 이유가 있는 비전과 목표를 제시할 경우 총론에는 반대할 명분이 없기에 일단 찬성하게 된다.

그러나 반대할 명분을 찾지 못해 찬성한 비전과 목표를 실행하는데 수많은 반대 논리를 개발하는데는 전문가로, 실행을 방해하는 각론 반대의 주장을 서슴지 않고 전파한다. 그러면서 본인들이 전문가임을 내세우고 총론 찬성의 길을 방해하는데 적극 앞장선다. 결국 총론 찬성 후 각론 반대로 그 총론은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어떤 경우에는 지역 언론이나 지역 유지 혹은 정치권 인사들에게 실행을 하지 못하게 청탁까지 하며 방해하고, 결국 실행이 안 되면 본인의 주장이 맞았다고 열변을 토하는 경우도 본적이 있다. 참으로 실망스럽고 좌절할 수밖에 없는 경험을 한 아픈 기억이다.

총론을 찬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그 목표는 조직을 위해 반드시 실행돼야 하는 것이다. 사소한 반대 논리로 총론을 실행하지도 못하게 하는 모순을 드러내고 있어 변화와 혁신을 방해하는 것이다.

요즘 정치권에서도 이런 총론 찬성 후 각론 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총론 찬성 후 각론 반대의 이유를 전문적으로 발굴해 비전과 조직의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모순적인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크거나 그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는 조직이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시대에 뒤떨어지는 조직이 될 것을 잊지 말라고 강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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