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교 교수의 수다한판 (18)] 잊지 못할 고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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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교 교수의 수다한판 (18)] 잊지 못할 고객
  • 데이터넷
  • 승인 2021.11.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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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넷] 필자에게는 잊지 못할 특별한 고객이 있다. 필자의 성장과 깨달음에 큰 영향을 미친 고객을 추억해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다.

바로 김성진 전 문화공보부 장관과 황인성 전 아시아나항공 회장이다. 두 고객 모두 이미 고인이 됐지만 큰 울림을 줬다.

김성진 장관은 풋내기 영업사원 시절 배포를 갖게 해 준 특별한 인연의 고객이다. 1984년으로 기억되니 아마도 필자가 대리도 아닌 평사원 시절 그야말로 초짜 영업사원 시절 만난 고객이다.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절 문화공보부 장관을 거쳐 연합뉴스 사장을 역임했고, 국제문화협회장 재직 시절 통신장비 구매 건으로 만날 수 기회가 생겼다. 소규모 통신장비 구매 사업이었지만 직접 만나 결정을 내린다고 하기에 별다른 준비 없이 찾아갔다.

상당히 큰 사무실의 분위기와 집기만으로도 주눅 들기에 충분한 상황에서 독대가 이뤄졌다. 첫 질문은 “내가 누구인지 알겠는가”였다. 9시 땡 신호와 함께 전두환 대통령으로 시작되는 뉴스 시절의 문화공보부 장관이었으니 당연히 안다고 대답했고, 두번째 질문으로 넘어갔다.

사장에게 전화해 장비를 공짜로 기증받을 수도 있으니 최선의 가격을 제시하라는 것이었다. 5초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떻게 답해야할지 고민이 컸고,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배에 힘을 주고 사장이 아니라 회장의 지시라도 필자가 제안한 금액이 최선이라고 큰소리쳤다. 사실 마음 한켠에는 두려움이 컸다.

아마도 젊은 친구가 당돌하다 생각했는지 차를 권하고는 본인의 과거 얘기를 하길래 ‘대단하십니다’를 연발하며 30분 정도 경청했다. 비즈니스 얘기는 딱 두번의 질문이 전부였고, 그 방을 나온 지 30분 후 총무부장으로부터 계약서를 가지고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김성진 전 장관은 영업을 하면서 배포를 키울 수 있게 했던 고객이며 당돌함을 너그럽게 받아준 고객이기도 하다. 의사결정자의 관심이 반드시 제품이나 기술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깨우칠 수 있게 했던 고객이기도 하다.

국무총리까지 지낸 황인성 회장과의 만남은 아시아나항공이 막 출발하던 1990년대 중반으로 기억된다. 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맺고 설치를 완료했다. 당시는 아시아나항공이 투자 단계에 있었기에 대부분의 계약이 사후 리스 조건이었고, 리스 계약 이후 매출과 수금이 이뤄지는 것이 관행이었다.

당시 수금이 몇 차례 지켜지지 않았다. 필자는 담당 영업사원의 자질과 고객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지 못함을 질타했다.

이러한 질타에 억울했는지 그 영업사원은 황인성 회장 사무실로 쳐들어가 본인의 억울함을 항변하며 돈을 주지 않으면 나가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었다. 이에 부하 직원을 철수시키라는 아시아나항공 재무 담당 임원의 전화를 받아야만 했다.

필자는 회장 방으로 쳐들어가라는 지시를 한적이 없지만 묘한 기분이 들었다. 돈키호테의 무모함인지 용감한 행동인지 판단이 아주 애매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본 황인성 회장의 그릇은 역시나 컸다. 이 영업사원을 아시아나항공에 특채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무모해 보이는 행동을 용기 있는 젊은이의 모습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후 수금 등 모든 절차가 일사천리로 이뤄졌고 이 일을 벌인 영업사원은 현재도 이 시장에서 영업 담당 임원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이런 좋은 고객들이 좋은 기술 영업사원 즉 영업대표를 성장시켜 주는 것이다.

강호세계에는 좋은 선배, 존경할 선배, 도량이 넓은 선배들이 도처에 있으니 배울 것이 많다. 그래서 오늘도 운칠복삼의 좌우명을 다시 한번 새겨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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