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교 교수의 수다한판 (52)] 승진은 ‘인정, 보상 그리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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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교 교수의 수다한판 (52)] 승진은 ‘인정, 보상 그리고 기대’
  • 데이터넷
  • 승인 2023.03.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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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넷] 취업한 몇몇 학생만 참석하고 대부분이 졸업장을 택배로 받는 쓸쓸한 졸업식을 경험한 필자에게 졸업 시즌은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시기다.

필자는 지도학생의 취업이 결정되고 직장 생활을 하며 식사대접을 하고 싶다는 제자를 접할 때면 승진하고 난 후 밥을 사라고 권했다. 직장 생활을 하며 제일 중요한 동기부여 요인 중 하나가 승진이며 여러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에 승진의 진정한 의미를 확인시켜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승진한 제자의 방문시에도 밥은 필자가 샀다. 당연히 승진 축하의 의미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대접해 보내곤 했다.

승진의 첫 번째 의미는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인정받은 것이다. 신입사원의 경우 조직 내에 안착하고 목표와 비전 실행에 도움이 되는 사원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이기에 매우 중요한 동기부여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자랑스럽고 우쭐했던 필자의 첫 승진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동료보다 빠른 승진은 더 없이 기뻤고, 시의적절하게 매너리즘에 빠질 때 즈음이면 승진의 기회가 오곤 했다.

승진의 두 번째 의미는 현재 업무수행 실적에 대한 보상의 성격이 강하다. 3~5년 정도의 업무 수행 경력과 조직에 대한 기여도 등을 고려해 승진을 하게 되는데 공무원, 공기업 등과 같은 연공서열식 승진의 경우에는 단순히 경력이 쌓였다는 신호로 판단되지만 성과 위주의 평가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승진은 곧 보상과 연결돼 연봉 인상이라는 금전적인 보상이 뒤따른다. 반면 승진 누락은 큰 좌절감과 실망감을 줄 수도 있다. 새 정부에서는 공직자도 일을 잘하면 두 단계 승진 기회도 가질 수 있다하니 공직자에게도 인정과 보상의 기회가 만들어 질 듯하다.

승진의 세 번째 의미는 보다 높은 차원의 업무수행에 대한 기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기업에서의 승진은 업무 성과에 대한 보상 차원을 넘어 더 높은 직위나 업무 수준을 할 수 있다고 믿고 맡기는 기대다. 그러나 현재의 위치에서 업무를 잘 한다고 보다 높은 직위 예를 들면 팀장 혹은 리더 더 나아가 임원 업무까지 잘할 지는 별개 문제다.

실무 업무는 잘하지만 리더 업무는 잘하지 못해 고민하는 많은 직장인들을 보아왔다. 더러는 우수한 능력을 보이던 사원이 리더 위치에 오르고 나서 직위가 주는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인 공황 상태를 보이는 직원을 보고 안타까워 한적도 있다.

자신이 보는 자신과 타인이 보는 자신은 분명 다르다. 필자를 포함해 대다수의 사람은 자신에게는 관대하지만 타인에게는 야박하고, 자신의 일에는 쉽게 합리화 명분을 찾으며 자신을 과대평가하거나 타인을 과소평가하는 우를 범하곤 한다.

승진 시기가 되면 이런 점은 보다 뚜렷하게 나타나 조직 분위기가 뒤숭숭해지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상사의 입장에서 보면 승진이 아니라 사표를 내야하는 직원이 당연히 승진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도 보았고, 자신보다 못하다고 판단한 동료의 승진 시에는 이해불가라는 반응과 함께 학연, 지연 등을 이유라고 주변에 퍼트리며 조직 분위기를 흐리는 상황은 자주 목도했다.

글로벌 기업 근무 시절 실력과 좋은 태도에 업무 성과도 훌륭한 후배의 승진을 발표하자 한 고참사원이 후배의 승진을 이해할 수 없다며 복도를 걷는 필자에게 의도적인 도발을 해 온 적이 있었다.

필자는 곧바로 그 직원에게 “아마 나 들으라고 한 말인 듯한데 당신이 승진 못한 이유를 설명해 달라면 해줄 수 있다. 하지만 타인의 승진 여부를 당신에게 설명할 이유는 없다”고 단호하게 대응한 기억이 있다. 필자가 싸움 닭으로 불리는 이유도 이런 대응방식 때문일 것으로, 반성되기도 하는 부분이다.

직장인에게 승진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커다란 동기부여도 되지만 실망과 좌절감을 주면서 이직의 빌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승진은 과거에 대한 인정과 현재에 대한 보상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로 설명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는 인정과 보상으로 마무리됐으니 미래 즉, 더 큰 성과와 역할에 대한 기대가 진정한 승진의 의미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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