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교 교수의 수다한판 (46)] ‘핑크 슬립’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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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교 교수의 수다한판 (46)] ‘핑크 슬립’의 고통
  • 데이터넷
  • 승인 2022.12.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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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넷] 테슬라, 메타 등 세계를 호령하던 글로벌 기업들의 구조조정 소식이 들려오는 연말이다.

코로나19,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금리 인상 여파 등으로 세계경제의 불안감이 현실로 다가오는 시기에 우리 경제의 유동성 문제까지 증폭되면서 모두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필자는 인터넷으로 촉발된 시장의 급성장에 따라 매주 금요일은 채용을 위한 면접만을 하는 행복했지만 쉽지만은 않은 성장통도 경험했지만 IMF, 인터넷 버블, 리먼브러더스 사건으로 촉발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무자비한 해고에 가까운 구조조정의 아픈 경험이 있다. 해외에서 들려오는 구조조정이 국내 기업으로도 확산될까 심히 우려된다.

국내기업에서는 주로 희망퇴직을 활용해 구조조정을 실시하는데 본인이 희망하는 것이 아닌 회사가 희망하는 즉 내보내고 싶은 사람을 선정해 적당한 포상을 얹어 내보낸다고 설명해도 무방할 것이다. 공무원들의 명예퇴직과는 사뭇 다른 것이 바로 희망퇴직이다.

테슬라와 메타의 경우처럼 글로벌 기업 특히 미국기업의 구조조정은 터프하기 짝이 없다. 퇴출 대상 직원에게 사전 통보도 없이 당일 아침에 상사가 커피 한잔 하자는 짧은 상담시간에 그동안 수고했다는 덕담과 함께 오늘 오후 몇 시까지 회사를 나가라고 일방 통보하곤 붉은 봉투에 몇 달치의 급여를 준다. 그래서 이 봉투를 ‘핑크 슬립(PINK SLIP)’이라고 하고, 핑크 슬립은 해고를 의미하는 단어가 됐다.

구조조정의 시간이 되면 인간사에 나타나서는 안 되는 여러 상황들이 발현된다. 이직의 기회를 노리던 직원들은 희망퇴직의 기회를 잡으려 하고, 살아남기 위해 동료를 험담하거나 실적을 부풀리는 사람은 물론 정치적으로 아부하거나 학연·지연을 동원해 살아 남으려는 노력을 하는 등 다양한 인간사의 모습을 보는 것은 참으로 괴롭다.

상담을 가장한 해고 통보의 악역을 해야 하는 매니저의 입장은 더욱 곤혹스럽다. 특별한 스트레스로 다가오며 상황이 정리되고 나면 다음은 내 차례일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오랫동안 함께 일한 동료들을 내보내야만 하는 상황만도 괴로운데 나 역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됐을 때의 심정은 가족들에게 어떻게 말할까? 주변에서 나를 어떤 시각으로 볼까? 남은 시간 난 무엇을 하지? 등등 큰 스트레스를 넘어 공포로 다가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간의 스트레스 중 제1위는 배우자의 사망이라고 한다. 2위가 자식의 사망이고 5위가 바로 직장에서의 해고라니 구조조정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이해할 수 있다.

구조정이 시작되면 해고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게 된다. 성과 불량 직원, 고령직원, 불평불만 많은 직원, 사업의 방향 조정에 따른 직원 등이 해당된다고 본다.

앞서 언급한 그룹 중 제1순위는 성과 불량보다 고령직원인 경우가 많다. 이유는 직원에게 설명하기가 가장 쉽다는 점 때문이다.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명분과 오래 하지 않았나 하는 합리화가 쉽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제2순위는 당연 성과 불량 직원이다. 사실 이 그룹에 속한 직원들은 업무 중간에 상사로부터 많은 질책과 네거티브 피드백(이렇게 표현하지만 사실 언어 폭력에 가까운 질책)을 받았고 글로벌 기업에서는 PIP(Performance Improve Plan)를 작성해 제출하고 계획대로 달성하지 못하면 위기가 온다는 사실을 통보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성과에 따른 퇴직자가 결정되고 사업의 포기 혹은 전환이 있다면 당연 해당 분야 직원들의 조정이 뒤따르고, 마지막에는 조직내에 불평불만이 많아 직원들을 선동하거나 상급자에게 함부로 대하는 등의 문제아들이 대상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우선순위에서 조직내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을 성과 불량자 보다 먼저 퇴출 결정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평소 평판 관리가 중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이런 구조조정의 고통에서 자유롭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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