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교 교수의 수다한판 (57)] 누워서 크는 콩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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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교 교수의 수다한판 (57)] 누워서 크는 콩나물
  • 데이터넷
  • 승인 2023.05.1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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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넷] 필자는 집 주변의 정릉을 운동삼아 자주 찾곤 한다. 입구에서 조금 올라가다보면 왼편에 옆으로 누워서 크고 있는 나무를 보게 된다. 당연 쓰러질까 다른 나무로 받쳐 놓았다. 이 나무를 볼 때 마다 삼성에서 배운 누워서 크는 콩나물 얘기가 자연스럽게 떠 오른다.

필자의 운7복3의 시작은 삼성이라는 조직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운 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업보국, 인재제일이라는 삼성정신부터 각 직급에 걸 맞는 교육을 통해 재무, 마케팅, 리더십 그리고 해외 대학원에서 교육받는 기회까지 제공받은 것은 분명 커다란 행운이었다.

이건희 회장은 신경영 선언과 함께 많은 어록을 남겼는데 특히 품질 혁신을 강조하며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 미꾸라지를 잡아먹는 메기를 같이 키워 미꾸라지들이 살기위해 도망 다니면서 강해지게 한다는 ‘메기론’, 혁신에 빠르게 동참하지는 않더라도 뛰는 사람 방해하지 말라는 ‘뒷다리 잡지마라’ 등등의 명언을 남겼다. 필자는 그 중에서도 머리에 남는 하나가 바로 누워서 크는 콩나물 얘기다.

필자는 어렸을 때 풍족하게 자란 환경은 아니었기에 어머니가 시루에 콩나물을 방안에서 매일 물을 주며 정성으로 키우고 어느정도 자라면 뽑아서 먹고 또 자라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거의 모든 콩나물이 위로 똑바로 자라지만 삐딱하게 누워서 자라는 콩나물이 있다. 자기 역할을 다하지 않으면서 타인의 능력에 기대어 자신의 안위를 지켜가는 직원을 빗대어 한 말이다.

필자는 당시에는 이 말에 크게 공감하며 영업필드의 지원 역할을 하는 지원조직에서 균형 감 없이 자신 부서의 역할만을 강조하며 영업현장을 쥐락펴락하는 부서를 그런 조직이라고 공격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지나치게 필자의 생각만이 옳다고 믿었던 우매함의 산물이라고 생각된다.

회사는 규모가 커지면 각자의 역할과 책임, 즉 역할이 다르게 주어져 모두가 자기의 역할을 다할 때 최상의 성과를 낸다. 회사나 부서의 특성상 시장을 보는 견해나 사업에 임하는 시각을 달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부서 내에서 자신의 역할 보다 타인을 이용하거나 기대어 노력보다 더 큰 것을 추구하는 조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직원을 볼 땐 매우 속상했다.

신기한 것은 이런 유형의 직원들은 자신 상사의 의중을 읽는 데는 귀신 같아서 상사의 입맛에 맞는 보고와 시의 적절하게(사실 남보다 재빠르게가 정확한 표현) 아부에 가까운 보고를 통해 입지를 다지며 상사로부터 확실한 후원을 받고 있어 자신의 위치 보다 큰 업무 역량과 권한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제품 경쟁력으로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이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채널과 마케팅 혹은 재무와 인사부서가 CEO를 비롯한 경영 상부층의 주변에 포진해 있어 이런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라도 본다.

채널/마케팅 팀이 파트너사를 고객 혹은 동반자로 보지 않고 자신들의 앞에서 물류를 담당하는 수준으로 이해하고, 그들과 고통을 같이 하기보다 자신만의 정책을 시행하지 않으면 함께 하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본적이 많다.

같은 부서 내에서도 힘든 일에는 늘 여러가지 핑계로 빠져나가고, 좋은 일은 먼저 차지하고 자신의 일이 아닌 경우에도 좋은 결과가 예상되면 뛰어 들어 자신의 성과로 만들어 남의 공도 가로채는 것은 기본이고 상사의 입맛에 맞는 보고서 작성을 위해 부하사원이나 동료를 이용하기도 하는 전형적인 내부 정치에 강한 사람들이 바로 이런 부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지난 49회 컬럼 <기업에도 정치인은 있다>에서 언급했듯이 업무와 설득 능력이 있고 자신의 편을 정확히 구별하는 능력도 있어 상사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그래서 누워서 크는 콩나물 같은 직원이 직장 내에서 어느정도 성공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조직 내의 많은 사람들이 누가 누어서 크는지 알지만 정작 최고위층만 이러한 사실을 모른다. 누워서 크는 사람들이 바로 경영층의 가까이에서 눈과 귀를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은 예술적인 영역이라 어려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때로는 삼국지의 ‘읍참마속’처럼 주변에 누워서 자신의 입지를 지키고 있는 직원들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믿는다. 타인에 기대어 사는 모습이 결코 예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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