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교 교수의 수다한판 (45)] 하고 싶은 말 vs 듣고 싶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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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교 교수의 수다한판 (45)] 하고 싶은 말 vs 듣고 싶은 말
  • 데이터넷
  • 승인 2022.11.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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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넷]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또 가장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는 대화를 잘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화를 통해 상대방에게 나의 생각을 전달하고 서로 공감대를 이루며 같은 방향으로 달리게 하는 기본 수단이 바로 대화지만 원활하게 소통을 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필자가 직접 경험한 대화의 실패 사례는 무수히 많다. 그중 몇 가지를 공유해 보다 나은 대화를 하려면 무엇을 주의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같이 생각해 보자.

필자의 첫 번째 큰 대화 실패 사례는 대학 졸업 무렵 교수님과의 대화였다. 4학년 중간 고사 기간과 군 신체검사와 겹쳐 말씀드렸더니 4학년이니 기말 고사나 잘 치라고 격려해 주셨는데 그 일을 잊으셨는지 중간고사 점수를 0점 처리하고 F학점을 주셨다.

당연히 찾아가 사전에 말씀드리지 않았느냐? 양해해 주시라고 말씀드렸는데 아마도 필자의 다소 센 강원도 억양의 사투리와 따지는 듯한 말투가 버릇없는 학생으로 비쳐졌고 급기야 학과장님에게 불려가 야단까지 맞는 상황으로 비약됐고 조교와 함께 다시 교수님을 찾아가 자세를 낮추고 설명하니 즉석에서 문제를 주시며 풀어 보라 하셨다.

다행히 아는 문제라 교수님 면전에서 문제 풀이를 한 후 에야 겨우 졸업을 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조심스럽지 못했던 대화 기술이 필자의 미래를 크게 망칠 뻔했던 실수의 현장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창피하지만 또 하나의 실패 사례를 공개한다. 글로벌 기업에서 나름 잘 나간다고 자신만만하던 시절 다른 업종의 글로벌 기업 중 시장 3위 정도의 기업에서 지사장 제안을 받고 이력서 제출 후 면접을 보러 갔었다.

첫 번째 질문이 왜 우리 회사에 오려하는가라는 다소 뜻 밖의 질문이었다. 필자는 내가 오려는 것이 아니고 나를 필요로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가지고 갔기에 내가 준비한 말을 했었다.

필자는 이런 저런 다양한 경험을 했고, 이런 프로젝트까지도 해봤고, 그동안의 성과를 비롯한 자랑을 곁들이면서 필자를 영입하면 회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만 늘어놓고 인터뷰를 마쳤다. 서로가 유쾌하지는 않았던 인터뷰였지 않았나 생각해 본적이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야 내가 왜 적당한 사람인지, 어떤 일을 하려는 지 등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은 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한 것을 알게 됐고, 솔직히 매우 부끄러웠다. 누구에게도 쉽게 말 못했던 필자의 아픈 과거 중 하나다.

이런 필자의 실수 경험이 취업 준비를 하는 학생들 지도에는 도움이 됐다. 자기소개의 중요성과 채용담당자가 듣고 싶은 말을 준비해 자신을 왜 채용해야 하는 사람인지를 스토리 중심으로 강력하게 어필하라고 지도한 바 있다.

얼마전 한 중견기업의 대표가 고충을 털어 놓으며 도움을 요청해왔다. 회사에 없으면 안 되는 매우 중요한 임원이 부하 직원들과 너무 사이가 안좋아 직원들이 퇴사하는 등 문제가 있어 어찌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했다.

필자의 경험을 살려 먼저 그 임원과 앉아서 80~90%는 당신 덕분에 내가 산다, 당신 덕분에 회사가 운영되고 모든 것이 당신이 회사에 있기 때문이라는 칭찬을 하고 상대가 기분이 좋아지면 슬쩍 본심을 짧게 당부해 보라고 충고했다.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먼저 충분히 듣게 하고, 대표가 하고 싶은 말을 진심으로 전하는 소통 방식을 추천한 것이다.

부하 직원들에게 조금의 배려와 그들의 성장을 돕는 임원으로서의 역할을 당부하면 알아들을 것이라고 조언했고, 1주일 후 기업의 대표가 매우 성공적인 대화를 했다고 만족하는 전화를 해와 필자도 뭔가 도움을 준 것 같아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대화와 소통은 기본적으로 어렵다. 생각이 다른 사람과의 대화는 더욱 그러하다. 틀림은 논쟁을 통해 옳은 것을 찾으면 되지만 다른 경우에는 설득 당하지 않으려 하기에 대화가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은 옳고 상대는 다름이 아닌 틀리다고 몰아 치면서 자신이 옳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게 되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필자는 무지한 사람이 소신을 가지면 위험하다는 말을 믿는다.

대화의 기술 제1장 1절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말고,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변해 본다. 몰론 필자의 대화와 소통 기술도 여전히 미숙하기 짝이 없다. 가끔은 위험하게도 소신을 가지고 대화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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