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교 교수의 수다한판 (65)] 강력한 추억 ‘위클리 콜과 글로벌 기업’
상태바
[김인교 교수의 수다한판 (65)] 강력한 추억 ‘위클리 콜과 글로벌 기업’
  • 데이터넷
  • 승인 2023.09.02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이터넷] 누구에게나 힘들었던 시절이 있다. 그래서 가끔은 꿈에서 힘들었던 시절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시험치는 꿈을 꾸거나 군에 입대하는 꿈을 꾸기도 한다는 말을 들은 바 있다. 필자는 지금도 가끔 글로벌 기업의 독특한 경영 방식의 하이라이트 위클리 콜(Weekly Call)을 하는 꿈을 꾸기도 한다. 그만큼 스트레스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하면서 국내기업과는 사뭇 다른 조직 운영과 문화를 접했다. 상세하고 철저한 분석을 통한 운영 방식을 배워야 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우리 정서와는 달라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많았기에 지금도 가끔 꿈에서 시달리고 있다.

위클리 콜은 매주 월요일 12시(대다수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 본사가 싱가포르 또는 홍콩에 위치해 그들의 11시 기준)부터 1시간 동안 갖는 업무 보고 시간이다.

퍼널(Funnel)에 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간 예상 실적과 그 달의 실적은 물론 분기 예상까지 보고하고, 지난주 보고를 기반으로 성과와 차이에 대한 분석까지 상세하게 보고해야 한다. 1주일의 결과가 가로 세로의 모든 목표 데이터를 충족하지 못하면 1주도 예상하지 못하는 세일즈 리더로 몰아치며 불호령을 듣는 일이 다반사였다.

처음 글로벌 기업의 위클리 콜에 참석해 지난주 부진한 실적 보고를 하는 상황에서 호주의 매니저가 “헤이 인교, 커밋(Commit)이 무슨 뜻인지 알아? 커밋은 지킨다는 말인데 1주일 약속도 지키지 못하는 당신을 어떻게 믿을 수 있냐”며 핀잔을 들은 기억이 있다. 아마 글로벌 기업 근무 초기라 교육시키려한 것이었겠지만 당하는 필자의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었다.

필자가 경험한 조직 문화중 특별한 부분은 채용과 해고에 관한 것이다. 필자가 일해온 ICT 시장이 성장과 부침을 겪으면서 성장 시에는 채용의 어려움이 따르고, 부침 시에는 정리해고라는 감원의 고통이 따르기에 스트레스는 성장이나 하락 시 늘 따라오는 자리가 글로벌 기업의 리더다. 성장의 고통은 힘들어도 즐겁게 이겨낼 수 있지만 감원의 경우에는 상당히 다르다.

글로벌 기업의 구조조정 역시 독특한데 46번째 수다 ‘핑크 슬립(Pink Slip)의 공포’에서 이미 설명한 바 있다. 나라별 해고 관련 노동법규가 복잡하지만 상당 수준의 보상을 당근으로 주며 진행되기에 어떤 경우에는 자원해 해고를 당하기도 하는 아이러니를 보기도 한다.

필자는 여러 명의 본부장과 일하던 시기, 본부장 1명을 감원해야 하는 결정을 미국인 상사와 논의하다 나쁜 놈이라고 지적받으며 고생한 특별한 경험이 있다.

당시 A 본부장과 B 본부장 중 B 본부장의 실적이 부진해 감원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때마침 A 본부장의 외국에서 공부하는 아들에게 뇌종양이 발견돼 중요한 수술과 함께 아들을 돌봐야 하는 입장이 되면서 필자는 A 본부장에게 아들의 병원비를 하라며 감원 프로그램에 지원하라고 권했다. 이런 프로그램은 기밀이 유지돼야 하기에 필자의 행동은 글로벌 기업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 것이라 상사에게 자세히 보고하지 않았다.

결국 B 본부장 대신 A 본부장을 내보내자 필자의 매니저가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어떻게 아들이 아파 병원으로 향하는 사람에게 해고를 통보할 수 있느냐며 전형적인 매우 나쁜 매니저라 야단쳤다. 필자는 그 일을 후회하지 않았고, A와 B 본부장 모두 만족했기에 필자 혼자만 나쁜 놈되고 마무리됐다.

한국의 ICT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본사에서 외국인 또는 한국말을 하는 외국인(외국 국적의 교포)을 국내에 보내 본사의 정책이나 전략 그리고 문화까지 전파하려는 시기도 있었는데, 외국인 지사장은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못지 않게 많다.

대체적으로 부임 초기에는 국내 조직의 문화를 이해하고 업무를 파악해 큰 성과 창출을 통해 본사로 승진 귀국을 기대한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신의 힘을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발휘하는 리더십을 봤다.

미래보다 현실을 즐기자는 생각으로 바뀌는 데는 국내 직원들의 이기적인 조언이 아부에 가깝게 펼쳐지고, 조직에 정치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글로벌 기업에서 리더의 파워 즉, 승진과 급여인상은 물론 스톡 옵션 분배까지 막강한 힘을 갖고 있기에 리더의 눈에 들려는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숨어 있던 문제까지 드러나 예상치 못한 큰 문제로 비화되며 본사에서 감사를 나오는 등의 소동을 겪게 되기도 한다.

글로벌 기업의 경영에서 또 하나의 특별한 점은 메트릭스 또는 버추얼 조직의 운영이다. 서로 힘을 합쳐 일하라는 취지로, 보고는 본사에 하고 일은 지사에서 하거나 소속을 두 곳으로 해 양쪽 모두의 상사를 모시게 되는 등 상당히 복잡한 운영 형태를 갖게 되며 하부 조직에서 일하는 직원의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만약 두 부서의 상사 생각이 다르거나 사이가 좋지 않다면 어려움을 겪에 된다.

글로벌 기업에서 필자가 느낀 가장 어려웠던 점은 한국 시장 규모가 전 세계 시장의 1.5% 정도의 위치가 되기에 국내 환경에 맞는 제품이나 마케팅 정책을 요구해도 본사가 들어주지 않는 경우였다. 강력하게 요구하면 그래서 얼마를 팔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는 심정이 많이 힘들었다.

지금은 한국 고객들이 많이 글로벌화돼 요구가 본사의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아 과거와는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비스 레벨이나 가격, 딜리버리 분야에서 시장 지배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이 고객과 파트너를 대하는 정책은 여전히 경쟁 우위의 힘을 발휘하고 있기에 한국 고객과 파트너의 요구사항을 100%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필자가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