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교 교수의 수다한판 (64)] 조직 문화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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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교 교수의 수다한판 (64)] 조직 문화의 차이
  • 데이터넷
  • 승인 2023.08.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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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넷] 이번 수다는 그간 경험했던 여러 조직의 문화적 차이에 대해 논해 보고자 한다. 필자는 국내 기업의 대표주자 삼성, 실리콘밸리의 성공적인 기업 시스코,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라는 가치를 내걸고 성공한 델 테크놀로지 그리고 공공기관을 거쳐 또 다른 성향의 국립대 등에서 다양한 조직문화를 접하며 놀랄 때도 있었고 때로는 적응이 어려워 혼란스러울 때도 상당히 많았다.

조직의 경쟁력은 여러 가지로 나타날 것이다. 기술, 경영, 서비스 등을 비롯해 조직이 갖고 있는 문화 등으로 경쟁력을 설명할 수 있다.

먼저 삼성의 조직 문화에 대해 생각해보면 가장 으뜸은 바로 한국 1등이 아닌 세계 1등을 향한 경쟁을 내외부에서 치열하게 한다는 점이다. 직원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늦게까지 그리고 주말까지도 열심히 일한다. 마치 누가 혹사라도 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거나 성장할 수 있다고 믿기에 스스로가 하는 것이다. 남보다 좋은 성과를 내서 더 인정받고 보상받으며 빠른 승진과 많은 연봉을 희망하기 때문이다.

삼성 출신이라면 많은 기업들이 인정하고 부러워하는 점이 바로 남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 몸에 밴 문화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현재의 삼성 문화는 필자가 일하던 과거와는 차이가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여전히 치열한 경쟁을 하며 성장하는 조직이라고 판단된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에는 국내 기업과는 상당히 다른 문화적 특성을 보인다. 결과와 보상이 연계되고, 빠른 속도로 시장의 변화에 대응해 나가는 마케팅적인 접근이 그 기반이라 할 수 있다.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와 시장을 이끄는 마케팅이라는 단어로 조직 문화를 설명할 수 있다.

의사결정 속도는 그 어느 기업보다 빨라야 하고, 자사만의 개발능력을 넘어 필요하다면 새로운 기술력을 갖춘 작은 기업이 성장하기 전 빠른 의사결정으로 인수합병(M&A)을 시도해 언제나 시장을 선도하고, 블루오션에서 남보다 우월한 입장에서 경쟁력을 하는 것이다.

그들은 현재의 경쟁사에는 관심을 크게 두지 않는다. 싸우면 이길 수 있는 자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경쟁사에 관심을 두고 인수기업의 기술과 조직 그리고 제품을 기존 조직과 제품에 화학적 결합까지도 잘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데 집중한다.

글로벌 기업의 독특한 조직문화 중 하나는 초단기 업적에 집중한다는 사실이다. 장기 계획보다는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최선의 성과를 만드는데 주력한다. 분기별 경영 전략과 실적 등을 점검하며 QBR(Quarterly Biz Review)이라는 분기별 회의가 경영의 주체가 돼 장기 계획보다 현 상황에서의 최고 가치 추구와 실행을 강조하며 성과를 내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조직 문화의 장점은 시장이 성장 추세에 있을 때는 빠르게 성장을 이뤄내지만 시장이 침체기를 맞을 때는 약점을 드러내게 된다. 이런 점이 미래의 강력한 경쟁자를 만나게 된다면 커다란 약점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안고 있다.

공조직 내에는 장단점이 분명한 문화가 존재한다. 정년 퇴임이 목표이기에 확실한 보장이 없으면 일을 벌이지 않는 편이 낫다는 현실을 회피형의 부정적인 문화와 공직자로서의 신념과 자긍심을 갖고 보상보다는 보람으로 일하는 투철한 사명감의 긍정적인 문화 공존한다.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다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은 공조직의 큰 장점이다. 봉사와 보람이라는 사명감을 가진 직원들을 신나게 일하게 하고 그들의 만족이 장기적인 사업 성과로 이어질 수 있게 한다면 공조직의 장점을 잘 살린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던 시절도 경험한 바 있다.

대학은 공조직과는 또 다른 문화로, 필자는 대학의 주인이 누구냐라는 원초적인 질문에서부터 혼란이 오며 문화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분명 대학의 주인은 학생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등록금을 내고 가르침을 받아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해야 하는 주인을 돕고 지원하는 것이 교수와 교직원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지위가 높을수록 이상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경우를 보며 씁쓸했던 기억이 있다. 기업의 주인은 고객이며 고객의 만족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으로 이윤을 추구할 수 있듯 대학 역시 학생이 주인이고 이들의 만족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하는 문화가 만들어 지면 바람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의 문화는 의사결정, 팀워크, 실행력 등 경쟁력의 근본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문화가 때로는 장점으로 때로는 약점으로 동시에 오기 때문에 어떤 문화가 좋고 나쁘다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

필자는 긍정적으로 잘 만들어진 문화의 힘이 기업 경쟁력에 상승작용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조직의 리더가 강요하거나 강조하는 것이 문화에 그대로 수용될 것이라고 믿는다면 어리석은 생각이다.

모든 직원들이 유연하게 그리고 최선의 가치를 찾는 노력을 함께 하는 문화를 만들고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고 중요하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벽을 넘어서야만 비로소 직원들의 역량을 결집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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