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교 교수의 수다한판 (67)] 조조 같은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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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교 교수의 수다한판 (67)] 조조 같은 놈(?)
  • 데이터넷
  • 승인 2023.09.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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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넷] 필자는 중고등학생 시절 ‘삼국지’에 푹 빠져 읽고 또 읽었고, 근래에는 오우삼 감독의 영화 ‘적벽대전’을 저장해 놓고 가끔 보곤 한다. 두 편으로 구성된 영화에서 주유와 제갈량의 지략 대결과 조조, 유비, 손권이 펼치는 리더십 경쟁에 조자룡, 관우, 장비가 보여주는 전투력,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짜릿한 승부까지 다 아는 이야기지만 시간 보내기에는 딱 좋다.

이 외에도 유비의 아들을 가슴에 안은 조자룡의 적진 돌파, 관운장의 술 한잔 식기 전에 적장의 목을 베던 후련함, 장판교 위의 장비, 여포와 마초 등 용맹과 힘을 가진 장수들의 몰락 과정과 함께 도원결의(桃園結義), 삼고초려(三顧草廬), 고육지책(苦肉之策), 허허실실(虛虛實實), 읍참마속(泣斬馬謖), 출사표(出師表) 등 수많은 고사성어를 탄생시킨 야사들이 현세에 읽어도 실감나는 건 인생사가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음이라 생각해본다.

새삼 삼국지를 생각해보는 건 유비와 조조의 리더십을 비교해 보고 싶어서다. 유비 중심의 삼국지가 대세라서 우린 그것에 익숙하다. 따라서 필자는 유비는 좋은 사람, 조조는 나쁜 사람이라는 이분법에 손권은 그냥 여러 영웅중의 한 명 정도로 생각하고, 유비의 후덕과 유함 그리고 인자함이 리더의 최고 덕목이라고 믿어왔다.

그런데 세상이 많이 바뀐 지금 21세기 코드에서도 과연 그 평가는 유효할까? 21세기 코드로 보는 삼국지 등장인물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를 해본 글이 재미있고 느끼는 점이 많아 옮겨본다.

20가지의 평가항목을 기준으로 각 5점 만점이며 평가항목은 결단력, 통솔력, 실행력, 구상력, 카리스마, 정의감, 운, 재력, 후계자 육성, 포용력, 교양, 민정수완, 인간관계, 사회관계, 공공분야 등이다.

채점결과 조조가 88.1점으로 최고점을 기록했다. 그 다음이 83.6점의 손권이고, 유비는 79.7로 꼴찌였다. 조조가 최고의 성적을 거둔 것도 특이 하지만 조조의 위나라가 강국이었으니 그래도 이해할 수 있다해도, 손권이 유비를 앞선 것은 예상 밖이다.

하지만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법도 하다. 손권은 각 항목에서 대체로 고른 점수를 얻은 데 비해 유비는 기복이 심했다. 유비는 카리스마, 정의감, 운에서는 최고점을 얻은 반면 재력, 구상력, 후계자 육성, 교양에서는 최저점을 받았다. 손권은 인재활용에서만 최고점을 받았으나 어느 항목에서도 3.3점 아래는 없었고, 조조는 포용력에서 3.0의 낮은 점수를 받았다.

조조는 예상대로 결단력, 실행력, 구상력, 재력, 권모술수, 교양 등 6개 항목에서 최고점을 기록했다. 최고점을 얻은 항목은 개인적 재능이나 특성과 관련된 것들이다. 그런 그가 인망(人望)이나 포용력, 민정수완 등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을 보면 인간관계나 사회관계, 즉 공공 측면에서는 취약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유비의 경우 최하점을 받은 구상력, 재력, 교양은 어떻게 보면 약점이라 하기 어렵지만 21세기 코드로 보면 상당한 약점이다. 변변한 능력도 없고, 재력으로 표현된 현재의 기술력 혹은 자기 자신의 경쟁력 그리고 교양이라고 설명된 지식의 부족은 약점이 되고도 남는다.

하지만 그는 부하들에게 자발성과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도가(道家)적 태도를 견지했기에 그 스스로 무언가를 꾸미고 짜낼 까닭이 없었다. 이렇게 본다면 구상력에서 최하점이 아니라 오히려 최고점을 받아야 마땅하다. 구상력이라는 게 모두에게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또 그 지향하는 바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비전 같은 것이라면 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이러니하게도 종합평점은 조조-손권-유비 순으로, 유비의 리더십 덕목이 현재의 상황에서는 반드시 빛난다고 할 수 없다.

더구나 당시의 유비는 명 책사 제갈량과 5호 장군이라는 천하 제일의 명장(관우, 장비, 조자룡, 마초, 황충)들을 보유하고 있어 자신의 약점을 덮고도 남았지만 현재의 기준으로 본다면 분명 최고의 리더라 말하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그렇다면 필자는 어떤 점에서 상위 5점을 받을 것이며 어떤 분야에서 개선점을 갖고 있을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과연 ‘조조 같은 놈’이라는 말은 욕일까? 칭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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