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교 교수의 수다한판 (79)] 고객의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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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교 교수의 수다한판 (79)] 고객의 종류
  • 데이터넷
  • 승인 2024.03.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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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넷] 신입사원 시절로 기억된다.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며 경쟁사가 독점하고 있던 시장에 진출하려는 회사의 영업팀에는 고객의 정보가 거의 없었다. 다행히 경쟁력 있는 제품과 회사 브랜드 인지도 덕분에 고객의 마음을 얻으며 어느정도 시장에 안착하는데 성공했었다.

초급 간부 시절에는 가슴으로 일하는 임원이 잠실에서 시청까지 출근하는 길에 수많은 신축 건물을 보면 신규 수요가 넘쳐나는 데 왜 실적이 부진하냐며 심한 질책을 하고는 했다. 상사의 질책이 무섭기도 하고 오기도 생겨 강남역에서 삼성역까지 왕복하며 신축 중인 모든 건물의 규모와 용도 그리고 준공일까지 조사해 설명한 적도 있다. ‘눈에 보인다고 모두가 고객은 아니다’라는 항명의 뜻이었지만 애교로 봐준 듯하다.

B2B 시장에서 고객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고민했던 고객의 종류에 대해 살펴보자. 고객을 구분하려면 가장 먼저 잠재 고객(고객이 될 가능성은 있지만 구매 계획이나 예산이 없는 고객)이 누구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구매 욕구와 예산 등은 준비돼 있지는 않지만 가망 고객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재 고객에게만 마케팅 활동을 집중해서는 안 된다. 노력에 비해 얻는 것이 적은 비효율이 생기기 때문이다. 퍼널(Funnel) 개념에서 보면 이 고객은 퍼널 상단에 위치하는 인지(Awareness) 단계로, 소비자가 브랜드나 제품을 처음으로 인식하고 관심을 갖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 고객에게는 브랜드 대한 인식을 증진시키고 관심을 유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초기 단계로, 소셜 미디어 캠페인, 블로그 게시물, 비디오 콘텐츠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마케팅을 하는 고객군이라고 보면 된다.

기업에서 특별 관리해야 하는 고객군은 제품이나 솔루션의 필요성에 따라 구매 계획 또는 예산 배정과 구매절차를 시작한 잠재 고객이다. 이들은 영업대표가 찾아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마케팅 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인지를 넘어 관심(Interest)이나 고려(Consideration) 단계로 들어서는 이들 고객은 브랜드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따라서 영업대표의 방문과 상담을 원하며 구매 의사 결정을 준비하는 단계로 제안, BMT, 가격제시 등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는 승부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경쟁사를 물리치고 나면 가망 고객은 현재 고객으로 전환된다. 제안과 상담, 구매에 필요한 절차가 마무리되고 계약이 성사되면서 납품 및 설치가 이뤄지게 된다. 구매 단계에 이른 고객이라도 안심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충족시키도록 꾸준히 정보를 제공해 다음 단계인 미래 고객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미래 고객은 만족을 통해 지속적인 거래를 원하며 추가 구매 또는 충성(Additional Purchase or Loyalty) 단계라 볼 수 있다. 미래 고객으로부터 얻어지는 매출이 60%가 넘는 기업은 시장의 부침과 상관없이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이라 할 수 있다.

미래 고객과의 관계 유지와 강화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만남과 마케팅 활동을 꾸준히 수행해야 한다. 현재 고객이라도 잠시만 소홀히 하면 경쟁사의 표적이 되고, 고객의 충성도가 역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구매 절차상 다수의 사람이 관여하고 검토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 제품의 경우에는 일단 선정되면 브랜드 교체가 어려운 만큼 초기에 많은 마케팅 활동이 요구된다. 또한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 제공 등 경쟁 상황을 이겨내는 데 초점을 맞춘 전략적안 대응도 중요하다.

하지만 고객은 의사결정을 내리더라도 자신의 결정이 잘한 것임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다. 따라서 고객의 선택이 최선의 결정이었음을 증명하는 마케팅 활동을 꾸준히 수행해야 한다. 사소한 오해나 관리 소홀로 인해 현재 고객이 경쟁사의 가망 고객을 넘어 미래 고객이 된다면 매출과 이익 손해는 물론 인간적인 배신감까지 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필자의 경험상 기술 제품을 다루는 영업대표의 스트레스는 참으로 크다. 시장이 변화하듯 제품이나 솔루션도 변하고 자주 만나는 고객 역시 수시로 변하기 때문으로, 이런 모든 것을 조화롭게 조율해야 하는 사람이 바로 영업대표다.

필자는 영업대표는 타고 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은 변화도 알아차려야 하고 경쟁에서 이기려는 승부욕과 성취욕도 갖춰야 하며, 배려를 통해 고객과 사내 동료까지 만족시켜야 하는 슈퍼맨이어야 하지만 이런 사람은 흔치 않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기술 제품을 다루는 영업대표라면 잘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앞서 열거한 특성을 타고 나지 못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모두들 열심히 노력하고 힘을 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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