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86·유닉스 시장 주도권 다툼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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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86·유닉스 시장 주도권 다툼 ‘점입가경’
  • 오현식 기자
  • 승인 2014.02.06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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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제품으로 차별화 … 서버 시장 판도 변화 ‘꿈틀’

x86 시스템에서 차별화 요소 확보는 모든 기업의 최우선 사항이다. 이를 위해 나타나는 경향은 스토리지 서버 등 맞춤형 서버다. 디스크 탑재 슬롯을 증가시키는 등의 변화된 구성으로 각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제품을 공급,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국내 x86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HP는 빅데이터, 데스크톱 가상화(VDI) 등에 최적화된 프로라이언트 제품군을 선보이면서 차별성 확보에 나섰다. HP 프로라이언트 SL4500의 경우, 빅데이터에 대응하기 위해 내장 스토리지 용량을 최대화하고 공간과 전력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를 설계했으며, HPC 분야를 대상으로 하는 SL270s은 GPU를 8개까지 설치할 수 있도록 증가시켜 그래픽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HP 프로라이언트 SL4500의 경우, 단일 섀시에 내장 디스크를 최대 60개까지 장착할 수 있어 빅데이터 맞춤 시스템으로 활용될 수 있다.

HP는 또한 고가용성을 위한 무중단 서버인 ‘논스톱 서버’의 기술을 x86 서버 아키텍처에 이식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x86 시스템의 가용성과 성능, 신뢰성을 높이고, x86 시장에서의 경쟁우위를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논스톱 서버의 기술 이식과 함께 최근 이뤄진 유닉스 사업부와 x86 사업부 통합은 x86에 주력하겠다는 HP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HP는 아이태니엄 기반 애플리케이션 지원을 두고 벌어진 오라클과의 분쟁 과정에서 상당수의 고객을 잃은 것으로 평가된다.

또 유닉스 벤더 중 자체 프로세서 없이 인텔 아이태니엄을 사용하고 있는 기업으로, 아이태니엄 관련 루머에도 쉽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이에 무중단 서버 등 고가용성 서버의 기술을 x86 플랫폼에 이식시켜 x86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유닉스, 논스톱 서버의 고객을 x86 서버 고객으로 이전시켜 나가겠다는 복안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델도 고객요구에 맞춤 제공이 가능한 의 모듈형 서버로 경쟁력 향상을 꾀했다. 델이 공유 인프라 솔루션으로 소개하는 ‘파워에지C8000 시리즈’는 일종의 컴퓨팅 모듈인 슬레드를 단일 섀시에 삽입해 용도에 맞춤화한 다양한 형태를 꾸밀 수 있다. 델은 컴퓨팅 슬레드, 컴퓨팅/GPU 슬레드, 스토리지 슬레드 등을 선보여 맞춤 구성을 지원하고 있으며, 파워에지C8000 시리즈 섀시에는 싱글 슬레드 8개, 또는 더블 와이드 슬레드 4개까지 탑재 가능하다.

델의 컴퓨팅 슬레드는 프로세서, 메모리, 네트워크 인터페이스, 베이스보드 관리 컨트롤러, 로컬 하드 드라이브 스토리지를 모두 포함하는 표준 서버 1대에 해당하며, 컴퓨팅/GPU 슬레드나 스토리지 슬레드를 통해 컴퓨팅 파워를 높이거나 저장 용량을 쉽게 확장할 수 있어 고객이 필요에 맞게 맞춤형 구성이 가능하다.
 
새로운 서버시장 경쟁체제 ‘관심 집중’
고온환경 지원, 저전력 구현도 x86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제시된다. 데이터센터의 비용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전력비용이다. 시스템 구동뿐 아니라 온도유지와 습기제거 등을 위해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기 때문이다. 고도의 하드웨어 설계를 통해 한계온도를 1도 높일 수 있게 되면 데이터센터 서버 운영비용 중 약 4%의 절감 효과가 있다고 분석된다. 따라서 고온환경 지원을 통해 자사 제품의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레노버로 매각된 IBM의 x86 시스템은 지난해 출시한 ‘넥스트스케일’에서 섭씨 40도 환경에서 24시간 장애없는 운용을 보장한 바 있으며, 델도 섭씨 45도까지 지원하는 고온서버를 출시해 경쟁력 향상에 나선 바 있다. HP도 지난해 저전력 고밀도 서버인 문샷으로 기존 대비 전력소비를 최대 89%까지, 사용공간은 80%, 비용은 77%까지 절감시켜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서버 시장 공략에 나선 시스코 UCS도 맞춤형 특화 서버로 차별성을 확보하고 있다. 시스코 UCS는 가상화·클라우드 환경을 위해 메모리 확장성을 높이고, 시스코의 네트워킹 기술 접목으로 속도저하 없이 가상환경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 백본 시스템과의 통합과 중앙관리, 단일 플랫폼으로 설계변경 없이 확장할 수 있다는 점도 시스코 UCS의 강점이다.

이러한 장점을 기반으로 시스코는 특히 VDI, 클라우드 서버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2013년 3분기 전세계 서버 시장에서 42.7%의 성장을 거뒀으며, 국내 시장에서도 세화그룹, 알리안츠생명, 쿠팡 등에 UCS를 공급하는 등 성과를 이어나가고 있다.

서버시장, 신강자 태어날까
오라클은 자사 소프트웨어와 최적의 궁합을 내세우는 엔지니어드 시스템에 힘을 실으면서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를 꾀하고 있다. 오라클은 솔라리스 x86과 오라클 리눅스를 무상으로 선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가상화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관리 소프트웨어를 무상으로 제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TCO 절감을 x86 시스템의 강점으로 내세우지만, 보다 주력하는 부분은 오라클 엑사데이타 인메모리 머신, 오라클 미들웨어에 최적화된 오라클 엑사로직 머신,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오라클 빅데이터 어플라이언스, 인메모리 분석시스템인 엑사리틱스 등의 엔지니어드 시스템이다.

오라클 엑사데이타 등의 엔지니어드 시스템은 유닉스 기반으로도 제공되지만, 최근 트렌드에 발맞춰 x86 수요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한국오라클의 설명이다. 또 간편한 구축과 단일화된 유지보수 및 장애대응, 비약적으로 향상된 성능과 안정성을 강점으로 빠르게 고객사가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오라클은 “엑사데이터는 국내 시장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DB 특화 시스템으로 서버 시장 집계에는 잡히지 않고 있다”며 “x86 시장에서 오라클의 점유율은 10% 내외로 나타나고 있지만, x86에 기반한 엑사데이터까지 포괄하면 실제 x86 시스템 시장에서 오라클의 영향력은 한층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x86 사업부를 매각한 IBM의 경우, 오라클 엑사데이타와 유사한 퓨어시스템은 유지시켰다. x86 프로세서나 파워7+ 프로세서를 장착해 제공되는 특화 어플라이언스인 퓨어시스템을 유지함으로써 차별화된 경쟁력을 제공할 수 있는 고수익 시장에 주력한다는 복안을 엿볼 수 있다. IBM은 퓨어시스템을 주축으로 다양한 개발사와의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시장을 넓혀나갈 방침이다.

유닉스 서버의 전망은 밝지 않다. 폐쇄적인 메인프레임이 개방형 유닉스에 자리를 내줬던 것처럼 유닉스 또한 더 개방적이고 표준화된 x86으로 점차 대체된다는 것은 기정사실처럼 언급되고 있다. 그렇지만 유닉스의 시대가 당장 종언을 고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차례 시대의 종언이 얘기됐던 메인프레임도 아직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국내 시장은 유닉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뿐 아니라 x86의 안정성에 대해 100%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이 높다. 즉 상당기간 동안 유닉스와 x86의 공존이 예상되는 것으로, 비용절감과 유연성에 대한 요구 증가로 과거와 같이 데이터센터 시장을 유닉스가 장악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미션 크리티컬한 핵심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유닉스의 자리는 지속될 전망이다.

각 벤더별 전략은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HP와 오라클 분쟁으로 인한 반사이득을 챙기면서 전세계 유닉스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는 IBM은 x86 사업부 매각에서 나타났듯 x86을 버리고, 유닉스에 집중하는 모습이라면, 심대한 타격을 입은 HP는 사업부 통합, 논스톱 서버 기술의 x86 이식 등 x86에 보다 힘을 싣는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라클이 “기다리던 때가 도래했다”면서 유닉스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공략 의사를 밝혀 주목된다. 한국오라클은 IDC의 2013년 3분기 시장조사자료를 인용, 유닉스 서버 시장에서 점유율이 24%까지 성장했다고 밝혔다.

한국오라클은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인수로 유닉스 서버 사업에 진출한 이후 점유율은 12~16%대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스팍 T5 기반 유닉스 서버 출시 이후 가파르게 점유율이 증가하고 있다”며 “T5 기반 유닉스 서버는 썬과 오라클의 기술 통합을 이뤄낸 첫 번째 제품으로, 이제 본격적으로 서버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품군 미비로 그동안 공략하지 못했던 하이엔드 유닉스 시장을 적극 개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라클은 지난해 4월 스팍 T5 프로세서 출시이후 다양한 유닉스 제품군을 선보이면서 공세적인 접근을 어어나가고 있다. 또 한국오라클은 최대 16코어까지 탑재가 가능한 스팍 T5 서버, 스팍 M6-32 서버와 엔지니어드 시스템인 슈퍼클러스터 M6-32 등 하이엔드 시장을 위한 제품 라인업이 완비된 만큼 하이엔드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으로, 유닉스 시장 점유율 30%를 달성, 한국HP를 제치고, 시장 2위에 올라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유닉스 서버, IBM·오라클·HP ‘한판승부’
유닉스 시장 2위인 한국HP는 전략 제품인 오딧세이 출시로, 유닉스 시장에서의 입지 회복을 꾀할 방침이다. HP가 진행하고 있는 오딧세이 프로젝트는 아이태니엄칩과 x86 제온 프로세서를 함께 장착해 유닉스와 함께 윈도우, 리눅스 등을 하나의 박스에서 운영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으로 올 상반기 첫 번째 제품이 공개될 예정이다.

유닉스 시스템상의 핵심 애플리케이션 업무를 유닉스 시스템 기반의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으로 구성하고, x86플랫폼으로 마이그레이션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은 퍼블릭 클라우드로 구축할 수 있게 함으로써 안정성과 신뢰성, 비용효율성을 동시 만족시킬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하며, 이를 통해 유닉스 시장에서의 실지를 회복한다는 전략이다.

x86 사업부를 레노버에 매각한 IBM은 유닉스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메인프레임은 국내 최대 고객사인 국민은행이 유닉스 마이그레이션을 결정함에 따라 입지가 크게 줄어들게 됐다. 국민은행은 전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대형 메인프레임 고객이었기에 IBM의 속은 더욱 쓰릴 수밖에 없다.

유닉스 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제반 여건은 좋지 못하다. 국내 유닉스 시장 1위 고수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매출하락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50%를 상회했던 시장점유율도 40% 초반대로 하락했다. 감소하고 있는 유닉스 시장에서의 점유율 하락은 매출 하락폭이 더욱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닉스 시장 점유율 조사결과를 역산해 추정하면, 한국IBM의 2013년 3분기 유닉스 매출은 전년동기에 비해 20%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IBM은 지난해 8월 유닉스 서버에 사용되는 파워칩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개방을 발표하는 등 협력을 통한 상황 반전을 꾀하고 있다. 더불어 한국IBM은 파워+ 프로세서를 탑재한 보급형 유닉스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x86과 경쟁할 수 있는 가격경쟁력 확보도 내세웠다. ‘파워 익스프레스 710’의 경우, 유닉스 서버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x86 고성능 제품과 비교해도 비용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것이 한국IBM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IBM은 새로운 파워8 프로세서 출시도 앞당겨 유닉스 시장의 패권을 지킬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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