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클라우드 머신, 시장 파괴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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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 클라우드 머신, 시장 파괴력은?
  • 오현식 기자
  • 승인 2016.04.2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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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속·비용 증가·계약 종료 후 등 리스크 적지 않아

‘오라클 클라우드 앳 커스토머(OCC)’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구축 모델과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모델 사이에 위치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분석된다. 오라클은 클라우드 머신에 이어 엑사데이타 머신, 빅데이터 어플라이언스 등도 OCC에 추가해 설치형 클라우드 서비스 모델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오라클의 OCC 전략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이기는 하지만, 확연한 이점보다 도입 시 리스크가 더 크게 보이기 때문이다.

퍼블릭 클라우드보다 비용 부담 높다
우선 비용이다. 한국오라클은 “오라클 클라우드 머신의 서브스크립션 비용은 오라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와 같아 비용 부담요소를 제거했다”고 설명했지만, 고객사 데이터센터 내에 설치, 공급되는 모델이기에 퍼블릭 서비스보다 비용 부담은 보다 높아지게 된다. 상면비용, 전력비용은 고스란히 고객의 몫이기 때문이다.

오라클 종속 강화는 물론 계약 기간 종료 후의 문제도 리스크다. 오라클 클라우드 머신은 고객 데이터센터 내에 설치되기는 하지만, 운영 관리는 오라클의 몫이다. 즉 기업의 IT팀은 기획만 하면 돼 업무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는 그만큼 오라클에 대한 종속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보다 자유롭게 서비스를 이동할 수 있는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와 달리 오라클 클라우드 머신의 최소 계약은 3년이다.

최소 3년간은 오라클 클라우드 머신을 사용해야만 하는 것. 3년의 사용기간이라면, 이후 계약 종료 시 오라클 클라우드 머신을 걷어내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3년 동안에는 IT 운영관리가 필요치 않아 기업은 IT 운영관리 인력도 보유하지 않을 것으로, 오라클에 종속되는 상황이 더욱 심화되는 것이다.

3년 후의 문제도 리스크다. 김형래 한국오라클 사장은 “3년 후 시장 상황에 따라 계약이 연장되거나 종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일반적인 장비 임대 서비스처럼 시스템 소유권은 오라클에 있다. 정수기 등 소비재 분야와 같이 3년의 임대 서비스 후 시스템 소유권이 고객에게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3년 후 고객은 OCC 종료와 함께 오라클 시스템을 걷어 내거나 새로운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것이다. DBMS 시장에서 종종 문제되듯 오라클이 이후 라이선스 비용을 높인다면 대응이 쉽지 않게 되는 것으로 이 또한 도입 전 반드시 체크해야 할 리스크로 지적된다.

OCC, 파고들 시장 있을까?
OCC가 파고들 시장도 문제다. OCC는 오라클 퍼블릭 클라우드를 포함한 다양한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와도 프라이빗 클라우드와도 경쟁해야 한다. 데이터 반출 금지와 같은 컴플라이언스를 논외로 둔다면, 오라클을 고려한다면, OCC를 사용하는 것보다 오라클 퍼블릭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최소 3년의 사용기간이라는 제약사항도 없을 뿐 아니라 3년 후의 복잡한 리스크까지도 고려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또 전력, 상면비용을 짊어질 필요가 없다.

오라클이 주요 타깃으로 제시한 대형 그룹사의 IT 서비스 기업도 마찬가지다. 오라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와 동일한 비용이 든다면 도입할 이유는 없다. 해당 IT 서비스 기업의 입장에서는 그룹사 대상의 서비스라고 해도 수익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상면과 전력 비용 등의 추가 요소, 그리고 IT 서비스 기업의 마진을 고려하면, 비용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하는 그룹사의 경우에도 오라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와 동일한 서비스에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할 수는 없다. 결국 그룹사 IT 서비스 기업에게 있어 OCC는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대부분의 그룹 IT서비스 기업이 이미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을 위한 프라이빗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을 진행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미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한 상황에서 OCC 도입을 고려할 이유가 없는 것. 이에 더해 운영을 오라클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차별화된 부가가치를 제공해 마진을 붙일 수 있는 요소가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실익 없는 서비스 제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오라클은 클라우드 기반의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ISV도 OCC 모델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ISV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리스크를 짊어지기보다는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자와 협력해 서비스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이 보다 더 유리하다. 물론 오라클 퍼블릭 클라우드도 그 대상 중 하나다.

결국 OCC의 대상은 금융권과 같이 데이터 외부 반출이 금지된 산업군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 산업군에서 프라이빗 클라우드 구축 모델과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HPE 시너지와 같이 클라우드와 유사하게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인프라 시스템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용, 향후 종속성 문제 등 OCC의 리스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운영 부담을 크게 느낄 경우라면 OCC를 적극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프라이빗 클라우드 구축 모델과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모델 사이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OCC는 분명 흥미로운 모델이다. 그러나 리스크 또한 적지 않다. 시장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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