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청 스마트기기 도입사업…‘입찰경쟁 무력화’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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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교육청 스마트기기 도입사업…‘입찰경쟁 무력화’ 의혹
  • 박광하 기자
  • 승인 2023.06.24 15: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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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경쟁하던 KT·LG헬로비전, 돌연 컨소시엄 구성해 단독응찰
단독응찰로 유찰땐 수의계약 통해 높은 금액으로 사업 수주 가능
전교조 전북지부, 공정위·검찰에 기업간 담합 의혹 엄중수사 요청
▲전북교육청의 ‘2023년도 에듀테크 교육환경 구축 사업(스마트기기 등 구매)’ 제안요청서. (자료:조달청)
▲전북교육청의 ‘2023년도 에듀테크 교육환경 구축 사업(스마트기기 등 구매)’ 제안요청서. (자료:조달청)

[데이터넷] 전라북도교육청의 ‘2023년도 에듀테크 교육환경 구축 사업(스마트기기 등 구매)’에서 담합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이달 공고된 전북교육청의 이 사업은 관내 각급 학교에서 원격수업, 혼합수업, 역량기반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에듀테크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기기를 보급하려는 것으로, 사업 규모는 882억 원에 이른다. 지난 13일 마감 당시 단독 응찰로 유찰이 됐는데, 이 같은 사정을 두고 담합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데이터넷 취재와 천지일보·교육플러스 등의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스마트기기를 대규모로 납품하는 유사 사업들에서 경쟁하던 기업들이 이번 사업에서는 돌연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존에 압도적인 수주율을 보였던 KT, 최근 울산교육청, 충청북도교육청 등의 유사 사업에서 수주를 따낸 LG헬로비전이 의혹의 대상이다.

의혹의 핵심은 이들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한 다음 단독 응찰을 함으로써 입찰경쟁을 무력화해, 결국은 유찰에 따른 수의계약을 체결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의혹은 유찰 이후에는 수의계약이 가능하고, 수의계약 시 경쟁에 따른 낙찰과 비교했을 때보다 월등히 높은 금액으로 계약하는 게 가능하다는 조달 관련 규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 사업자 간의 의사 합치에 따라 컨소시엄이 구성되는 만큼, 이들 기업이 컨소시엄 구성에서 이 같은 사정을 몰랐을 리 없다는 뜻이다.

의혹이 확산됐던 건 다른 사업자가 이 사업에 뛰어들기가 쉽지 않다는 사정 때문이기도 하다. 조달 규정에는 사업 발주 금액에 비례하는 상당한 사업수주 경력이 있어야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슷한 유형의 다른 사업들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수주 이력이 없다면 응찰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정황을 종합했을 때, KT와 LG헬로비전이 담합했을 것으로 의심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심지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북지부는 KT와 LG헬로비전의 컨소시엄 구성이 공공입찰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불법 행위라며,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요청한 상황이다.

이번 사업에 대한 의혹처럼 조달 참가 기업들이 경쟁 입찰 방식을 무력화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해 단독 응찰할 경우, 이를 제어·금지할 수 있는 법,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컨소시엄 구성 행위는 외견 상 즉시 발견되는 위법 요건이 없다면 사적자치 원칙에 따라 정부에서 이를 임의로 제한할 방법이 없다.

불공정 행위가 사후에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점 또한 기업들이 담합에 나서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조달 컨설팅 기업 관계자는 “담합 같은 불공정 행위로 수백억 원의 부당이익을 거둔 기업들에게 공정위 등에서 부과하는 과징금은 이들 행위로 거둔 매출액의 10% 미만 수준에 불과하다. 불공정 행위로 벌어들인 총 매출의 몇 곱절 이상을 토해내도록 징벌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공공사업 모니터링을 수행하는 한 단체 관계자는 “수백억 원 시민 세금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에서, 법·제도적으로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를 즉시 제재할 수 방법이 마땅히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경우에는 발주·수요기관이 결단해 수의계약을 하지 않고 사업을 재추진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데이터넷은 이번 사업에서 담합 의혹을 받는 KT와 LG헬로비전에 통화를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현재까지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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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진 2023-06-25 11:38:50
지역교육청에서 나오는 기존 유사사업을 조금만 취재해봤더라면 위와 같은 기사가 나오지 않았을 텐데요..
제안 가능한 회사와 유사사업 제안했던 회사들을 취재해보십시요.. 기사에서 언급했던 회사들만 제안하는 사업이 아니었습니다. 사업성을 만족하면 많은 회사들이 제안 경쟁하는 사업으로 알고있습니다.
타 교육청에 제안했던 쭉 해왔던 회사들에 대해서 취재해보십요. 제 말이 맞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