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패러다임 변화, ‘소유’에서 ‘공유’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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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패러다임 변화, ‘소유’에서 ‘공유’로 (1)
  • 윤현기 기자
  • 승인 2019.01.11 1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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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인프라도 구매 대신 빌려 사용…전통적인 소유 개념 퇴색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유 경제’ 확산이 가속화되고 있다. 우버가 소유한 차량 한 대 없이, 에어비앤비가 소유한 집 한 채 없이 최대의 운송업체와 숙박업체로 자리 잡은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이처럼 다양한 생활 영역에 자리 잡은 공유 경제는 IT의 방향성마저 바꿔나가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을 구매하고 구축해 직접 관리해왔지만, 이제는 단순히 필요할 때마다 빌려 사용하고, 관리에 대한 부담도 줄여가는 방안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하드웨어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소프트웨어 역시 소유하지 않는 방향으로 개발돼 판매되고 있다.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볼 수 있는 공유 경제로 인해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본다.


특정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소유하는 것 대신 빌려 쓰고, 나눠 쓰는 이른바 ‘공유 경제(Sharing Economy)’가 확산되고 있다. 공유 경제라는 용어는 미국의 법학자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 교수가 2008년 지은 저서 <리믹스>에 등장한 용어로, 생산된 제품을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협업 소비를 기반으로 한 경제 방식을 의미한다. 함께 나눌수록 이익이 더 커진다는 개념에서 시작한다.

우리 주위에서도 공유 경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버(Uber)와 에어비앤비(Airbnb)다.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차량과 주거지이지만 잠깐 얻어 타고, 잠깐 잘 곳을 빌린다는 택시와 호텔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빌리려 하는 이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요청할 수 있으며, 먼저 이용하는 이가 없다면 이용이 가능하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카셰어링 서비스도 등장했다. 우버와 마찬가지로 차량을 빌려 타는 개념이지만, 택시가 아닌 렌트카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차량을 관리하고 운용하는 업체는 있지만 우버처럼 개인이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이용자가 필요할 때 이용하고 반납이 가능하다.

▲ 에어비앤비 홈페이지 화면.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정보만 입력하면 숙박 정보 확인이 가능하다.

또한 미국 경제학자이자 문명비평가인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그의 저서 <소유의 종말>을 통해 자본주의 체제에서 물건을 소유가 아닌 ‘접속’하는 개념으로 변하게 될 것으로 예견한 바 있다. <소유의 종말>은 전통적인 제품 소유의 개념에서 벗어나 구매 대신 대여를 하고, 제품 생산자들은 판매량을 늘리기보다는 고객과의 지속적인 네트워크 형성을 추구한다는 사회적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현재는 접속이라는 단어 대신 ‘공유’라는 말을 더 많이 이용하지만, 접속이 추구하는 바는 공유와 결코 다르지 않다.

과거에는 소유의 의미가 물건을 구매해 소장하는 것을 의미했다면, 현재 소유의 의미는 ‘이용권’을 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상은 집과 차량 이외에도 소프트웨어와 같은 콘텐츠까지 적용된다. 실제로 스마트폰 사용이 늘면서 이용자들은 음악을 듣기 위해 음원을 구매해 내려받는 것보다 스트리밍을 통해 듣는 것을 선호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공유 경제 환경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혁신의 핵심으로 떠오른 IT 기술과 함께 가속화되고 있다. 공유를 촉진하는 각 요소들이 가진 특징과 함께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을 살펴본다.

IT 업계에 부는 ‘공유’ 바람

점차 확산되고 있는 공유 경제의 바람은 차량과 주택 등 생활 분야를 넘어 IT 분야에도 불기 시작했다. 이제 기업들은 자신들의 서비스 개발을 위해 필요한 IT 인프라를 구매하지 않고 빌려 사용하고 있으며, 서비스 역시 판매하기보다 일정 기간 사용할 수 있게 빌려주는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클라우드다. 클라우드는 IT 인프라, 플랫폼, 소프트웨어 등을 구매하지 않고 필요한 기간 만큼 빌려 이용하는 서비스다. 이는 전통적인 컴퓨팅 환경과는 전혀 다른 형태다. 오랫동안 컴퓨팅 환경은 개인 또는 기업이 자체적인 컴퓨팅 자원을 보유하고, 그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활용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인터넷 환경이 발전하면서 저장 공간이나 소프트웨어 등을 웹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활용하는 클라우드 형태로 점차 진화해왔다.

클라우드에 포함된 기본 개념도 협업 소비, 즉 공유다. 이미 구축된 자원을 필요할 때마다 빌려 사용하는데, 이는 특정 기업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사용할 수 있다.

많이 필요하면 많이 빌리고, 적게 필요하면 적게 빌려서 사용한 만큼만 금액을 결제하면 되는 종량제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전처럼 기업이 모든 장비를 갖추고 활용해야 할 필요가 없다. 장비 구매와 유지보수, 그리고 해당 장비를 둘 공간 등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클라우드만을 전문으로 서비스하는 기업들도 점차 등장하고 있으며, 클라우드 서비스를 업무에 활용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기업들은 자사 비즈니스에 클라우드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사례로 모바일 게임사를 들 수 있다. 가령 한 게임사가 신규 서비스를 출시할 때 얼마나 많은 이용자가 접속할지 알기는 어렵다. 게임 출시 전 사전예약 등을 통해 이용자 수를 가늠해볼 수는 있지만, 어느 날 어느 시간에 이용자들이 몰릴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만약 어느 정도 이용자 통계가 나왔다 하더라도 이용자들을 위해 진행되는 이벤트가 있을 때 추가로 유입되는 이용자 수 역시 파악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무조건 서버 인프라를 확충하자니 초기 도입 비용 부담과 더불어 유휴 시 관리 문제가 발생할 것이며, 또 서버 인프라를 너무 적게 두자니 갑작스러운 이용자 폭증 때 원활한 서비스 제공이 어렵게 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 필요한 것이 클라우드다. 클라우드를 활용하면 서비스 초기 배포 시 어느 정도 이용자가 가늠하기 어려울 때 인프라 과투자를 방지하면서도 인프라가 부족할 경우 빠르게 충당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안정적인 서비스가 유지되는 구간이 확인됐을 경우 필요한 만큼만 남겨두고 나머지 자원은 반납함으로써 추가적인 비용이 지출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클라우드는 이용한 트래픽에 따라 요금이 계산되기 때문에 많이 이용할수록 가격이 비싸지는 구조다. 그러나 점차 클라우드 사업자 간 경쟁이 시작되고, 좀 더 다양한 이용 환경이 조성되면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늘어나고 있다.

가치 있는 서비스 모델 출현

공유는 클라우드처럼 하나의 개인 또는 기업이 혜택을 받는 것 외에도 많은 이들이 함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정보 개방 등을 활용하면 이전에는 없던 편리한 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한다.

▲ 공공 데이터를 활용한 버스정보 앱 화면

지금은 정류장에 안내 전광판이 설치돼 있고, 또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손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버스가 오는 시간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당시 학생이었던 한 개발자는 공개된 서울과 경기 지역의 버스 운행 정보를 활용해 버스 노선도뿐만 아니라 실시간 운행시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했다. 실제로 해당 앱은 출시 이후 많은 이들이 다운로드하고 활용하는 국민 버스정보 앱으로 등극했다.

이 같은 사례는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보유하고 있는 공공 데이터가 공유됐기에 가능했다. 정부는 전자정부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점차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공공 데이터를 개방해왔으며, 공공 데이터를 활용해 국민 생활에 편익을 주는 새로운 서비스 제작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 추세다.

올해도 정부는 국가안보 및 개인정보를 제외한 690여 기관의 공공 데이터를 국민에게 개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신산업 육성에 필요한 인공지능(AI) 데이터, 공간위치 데이터, 안전·환경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자료는 적극적으로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각 기관들이 보유한 모든 공공 데이터를 ‘공공데이터포털’에서 원스톱으로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업무 공유 통한 협업 환경 확대

빅데이터, 모바일, 클라우드 등 다양한 신기술의 등장은 기업들의 비즈니스 전략을 크게 바꿔놓았다. 클라우드 사례만 보더라도 기업들이 더 이상 직접적으로 IT 인프라를 보유하지 않아도 되도록 했으며, 모바일 역시 기존 환경 대비 좀 더 쉬운 업무 공유 환경을 제공하면서 원활한 협업 체계를 구성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정부 또한 각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업무 공유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협업은 기업의 경쟁력과 업무 효율성을 높여주는 방안으로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그러나 협업은 비단 어제 오늘 주목된 개념은 아니다. 과거에도 몸집이 큰 동물을 사냥하거나 건축물을 지을 때, 농사를 지을 때 등 혼자서 하기 힘든 일들을 할 때면 여럿이 함께 협업하며 힙을 합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최근 재택 근무를 비롯한 원격 근무도 늘어나면서 업무 공유 역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단순한 자료 공유를 벗어나 마주 앉지 않아도 서로 얼굴을 보고 회의를 진행하는 화상회의도 주목받고 있다. 원격 솔루션 전문 기업 알서포트는 이를 크게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인 세 가지 이유로 구분하고, 각 항목 간 개별적 동기가 아닌 유기적 관계 안에서 사회가 변화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협업을 위해 중요한 것은 개방과 신뢰다. 업무 담당자 또는 각 기업들은 자신이 현재 어떤 위치에 있으며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등을 파악하고 이를 상호 공유해야지만 이후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반대로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않으면 서로 신뢰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한 때 협업은 서로 대등한 조건 하에서만 이뤄질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그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업 역시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갑과 을의 위치로 여겨졌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비즈니스를 위한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대기업이 앞에서 이끌고 중소기업이 뒤를 따라가며 동반성장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업 간 협업은 모자란 부분을 충족하고 좀 더 나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진행됐던 것과 달리 이제는 생존을 위한, 그리고 상생을 위한 방안으로 점차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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