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애플리케이션
상태바
조합애플리케이션
  • 데이터넷
  • 승인 2007.04.1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유한 비즈니스 프로세스 완성으로 차별화 실현
표준화된 서비스·프로세스 컴포넌트 필수 … 유연한 조립과 해체 통한 재구성

박범순 // SAP코리아 마케팅 팀장
adam.park@sap.com
기업은 업종별 선진사례(베스트 프랙티스)를 제공하는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공급망관리(SCM) 등의 패키지 애플리케이션을 도입해 경영 효율화를 도모했다. 하지만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은 선진사례의 구현만으로는 경쟁력을 지속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업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 프로세스 혁신 등을 통해 경쟁사와의 차별화 전략을 추구한다. 아래에 소개하는 조합 애플리케이션(composite applications)은 신속한 프로세스 차별화를 실현하는 서비스지향 시대의 대표적인 애플리케이션이다. <편집자>

지난 1990년대 초반 전 세계의 화두는 클라이언트와 서버로 이뤄진 새로운 아키텍처였다. 과거 메인프레임 아키텍처의 확장성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새로운 아키텍처인 클라이언트/서버(C/S) 아키텍처를 어떻게 구성할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또 이와 비슷한 시기에 확산된 그래픽위주의 사용자인터페이스(GUI)를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의 문제도 논의의 한 축을 이뤘다.
아키텍처를 중심으로 이뤄진 이러한 논의는 대부분 기술에 관한 주제로 한정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클라이언트/서버 아키텍처의 확산을 촉진한 견인차는 다른 데 있었다. 1980년대 말부터 제기돼 온 비즈니스 프로세스 중심의 혁신 운동이라 할 수 있는 업무프로세스재설계(BPR)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기업은 메인프레임 시대보다 더 많은 현업 사용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원했다.

애플리케이션, 아키텍처의 변화 완성
이렇게 해서 등장한 전사적자원관리(ERP)를 비롯한 다양한 패키지 애플리케이션은 새로운 아키텍처와 최신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중심으로 구성됐을 뿐 아니라 기업이 원하는 프로세스 중심의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선진사례(베스트 프랙티스) 프로세스를 제공했다. 다시 말해 기업의 입장에서는 기술논의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경영합리화의 도구로서 ERP 애플리케이션을 서둘러 도입했던 것이다.
이러한 역사는 최근 기술벤더를 중심으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직까지도 이 새로운 아키텍처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도구와 방법론에 관한 논의가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웹2.0과 서비스 형태의 소프트웨어(SaaS) 등 사용자를 위한 새로운 접근방식에 대한 논의도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결국 아키텍처와 사용자 인터페이스, 통합 기술 등의 논의를 완성하는 차세대 애플리케이션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대량생산체제에서 유연생산체제로 이동
이 시점에서 잠시 산업화의 역사를 돌아보고 서비스지향시대에 시사하는 바를 찾아보자. 맞춤 양복과 맞춤 구두가 전부였던 산업화 이전의 시기에는 시장이 한정돼 있었다. 다시 말해 구매자와 판매자가 특정 지역사회에 국한돼 있었던 것이다. 산업화의 가장 큰 특징은 표준화와 분업화, 전문화를 통한 효율적인 대량생산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서 시장을 키우고 과거에 비해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주었다는 데 있다.
산업화 초기에는 이처럼 과거에 없었던 편리한 제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소비자는 혁신적인 제품에 지갑을 열었다. 하지만 다양한 업종이 자리를 잡고 업종별 선진사례가 확립되면서 결국 동종 업계에서는 유사한 기능을 가진 비슷한 제품이 속출했다. 게다가 산업화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부품과 제조공정의 표준화는 결국 제품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운 경쟁 환경을 만들었다. 더 이상 공급자중심의 표준제품만으로는 내실성장이 어려운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한편 급진전을 거듭해온 산업화는 이제 부품 및 제조공정의 표준화에 그치지 않고 수치제어(NC)와 컴퓨터의 힘을 빌려 한 대의 기계로 다양한 부품과 공정을 처리할 수 있는 유연생산체제(FMS)로 이동했다. 표준화된 제품일색의 대량생산시대를 벗어나 서서히 과거 맞춤생산 시대보다 한단계 진보한 대량 맞춤생산(mass customization) 시대가 다가왔다. 유연성(flexibility)을 확보하면서 결국 기업은 시장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민첩성(agility)과 적응력(adaptability)을 얻게 된 것이다.
정보화의 발전단계도 이와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현업부서가 전산실에 요구사항을 전달하면 필요한 기능을 동네 양복점이나 구둣방처럼 맞춤 개발하던 시절이 있었다. 생산성은 낮지만 꼭 맞는 기능을 구할 수 있는 시대였다. 그러다 정보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기업은 사내에 분산돼 있는 여러 기능과 데이터를 비즈니스프로세스 중심으로 통합, 표준화하기 위해 패키지 애플리케이션을 도입했다.
이 시대의 애플리케이션벤더는 대량생산체제의 제조업체와 유사한 역할을 했다. 대다수 기업의 요건을 충족하는 공통분모를 중심으로 한 선진사례를 담아 제품을 만든 것이다.
대량생산체제가 제품에 소비자가 적응해가던 시대였듯이 패키지 애플리케이션 중심의 정보화 제1기는 사용자가 ERP, CRM, SCM 등 애플리케이션에 자신의 업무방식을 맞춰야 하던 시대였다. 다만 사용자 기업이 만들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하면서도 표준화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담고 있는 통합애플리케이션을 비교적 신속하게 도입한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렇다면 서비스지향시대인 오늘날의 애플리케이션 환경은 어떤 모습일까? 바로 유연생산체제(FMS)에 기초한 대량 맞춤생산의 시대와 비슷한 양상이다. 다시 말해 기존의 대량생산체제에서 이용해온 표준화된 부품과 생산 공정을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하고 재사용함으로써 대량 맞춤생산이 가능해졌다.
마찬가지로 기존의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이 제공해온 표준화된 기능과 데이터, 비즈니스 오브젝트를 재사용해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함으로써 기업은 물론 각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의 맞춤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조합 애플리케이션, 맞춤개발로 가는 지름길
대량 맞춤생산을 위해서는 표준화된 부품과 유연한 생산 공정이 기본이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형태의 맞춤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부품이 다양하게 구비돼 있어야 하고 생산 공정은 여러 업무를 처리하며 다용도로 활용돼야한다. 비슷한 이치로 신속한 맞춤개발을 위해서는 표준화된 서비스와 비즈니스 오브젝트, 프로세스 컴포넌트가 필수적이다.
서비스지향시대의 핵심은 서비스로 잘게 쪼개는데 있다기보다는 유연한 조립과 해체를 통한 재구성을 토대로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변화를 신속하게 실현하는데 있다. 유연성과 민첩성이 SOA의 화두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신속한 변화를 위해서는 앞서 열거한 표준화된 서비스와 프로세스컴포넌트, 비즈니스 오브젝트 등이 풍부해야 한다. 구성요소가 풍부할수록 조합을 통해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산업화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은 주체는 무엇보다 이야기꾼 이라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이키(NIKE)는 제조 기반을 비용이 저렴한 해외로 옮기는 대신 마케팅 활동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
반도체 회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반도체의 설계, 연구, 개발에 주력하는 대신 제조과정은 계약생산(CM) 업체에 외주를 주고 있다. 결국 기업은 자사에 강점이 있고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최종소비자의 입장에서 완성된 제품을 제공하는 회사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이야기는 결국 개별요소가 아니라 부분과 부분을 연결하는 창의력이다. 마케팅의 핵심은 바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분업화와 전문화로 대변되는 산업화의 완성은 결국 개별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제공하는 힘을 가진 기업에 의해 이뤄졌다. 기업의 비즈니스프로세스도 마찬가지다. 개별 기능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이들을 하나로 연결해 사용자가 원하는 프로세스를 지원해야 성공한다.
산업화의 대표주자인 자동차업계의 경우 이미 기존의 부품을 재사용함으로써 제품혁신을 가속화하고 개발과정을 단축한 사례가 널리 퍼져있다. 자동차 산업에는 이미 여러 차량 간에 공유할 수 있는 일련의 부품을 지칭하는 자동차 플랫폼 개념이 지난 1970년대 후반 포드의 폭스 플랫폼과 1980년대 크라이슬러의 K 플랫폼 이후로 널리 통용되고 있다. 폭스플랫폼의 경우 1978년부터 1993년까지 총 11개 차종에 걸쳐 적용됐으며 크라이슬러는 1981년부터 1989년까지 총 7개 차종에 걸쳐 K 플랫폼을 적용한 바 있다.
한가지 눈여겨 볼 사항은 오늘날 플랫폼을 공유한다는 사실이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부품을 공유하기 때문에 공유 플랫폼을 이용하더라도 전혀 다른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 예컨대 아우디TT와 폭스바겐골프는 동일한 폭스바겐 A 플랫폼에 기초해 70% 가량 동일 부품을 사용하지만 전혀 다른 차처럼 보인다.
결국 신속한 혁신을 위해서는 완전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대신 그동안의 경험을 활용하기 쉬운 컴포넌트 형태로 만들어 두고 이를 재사용해서 새로운 제품이나 프로세스를 조립, 완성하는 편이 현명하다고 하겠다. 서비스지향 아키텍처(SOA)의 경우 초기에는 다양한 서비스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서비스를 활용해 기업 고유의 프로세스, 차별화된 프로세스를 신속하게 모델링하고 조립할 수 있어야 한다.
SAP가 제안하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플랫폼이 추구하는 바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26개 이상의 주요 산업에 걸쳐 35년 넘게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해 오고 있는 SAP는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자동차 부품과 같이 개별 프로세스 컴포넌트 단위로 나눠 본 결과 과반수의 동일 컴포넌트를 여러 애플리케이션에서 재사용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재사용 가능한 프로세스 컴포넌트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혁신적인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SAP의 플랫폼 전략이다.

포괄적 조합 플랫폼 필요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가트너(Gartner)는 조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요구에 부합하는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디자인, 모델링, 구현할 수 있는 포괄적인 조합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바 있다. 나아가 궁극적인 서비스지향 시대의 완성은 이러한 조합 플랫폼 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세스 중심의 비즈니스 서비스를 담은 저장소(리파지토리)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플랫폼(BPP)을 통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엔터프라이 SOA에 입각한 애플리케이션과 엔터프라이즈서비스(웹서비스가 알파벳 자모라면 엔터프라이즈 서비스는 단어에 해당한다)를 담은 저장소, 나아가 이들 서비스와 프로세스 컴포넌트, 비즈니스 오브젝트를 모델링 방식으로 조립할 수 있는 조합 플랫폼인 SAP 넷위버(SAP NetWeaver)로 구성된 플랫폼이 바로 SAP가 제안하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이 제공하는 풍부한 부품(서비스, 비즈니스오브젝트)과 유연한 생산 공정(프로세스 컴포넌트)을 재사용해 사용자가 원하는 맞춤 프로세스를 신속하게 완성한 애플리케이션이 바로 조합 애플리케이션이다. 결국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에 담겨있는 표준화, 효율화를 목적으로 하는 선진사례를 활용하는 동시에 경쟁사와 차별화를 꾀하는 자사 고유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완성하는 것이 바로 조합 애플리케이션의 목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