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식 보안 칼럼] 코로나와 프라이버시
상태바
[박춘식 보안 칼럼] 코로나와 프라이버시
  • 김선애 기자
  • 승인 2020.05.21 14: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익 위한 프라이버시 침해 최소화 할 방안 마련해야
민·관 개인정보 보호 인식 제고…신뢰 구축해야
<박춘식 아주대학교 사이버보안학과 교수>

[데이터넷] 최근 유럽을 비롯한 세계 여러 국가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동선 공개와 감염자 추적 앱에 대해 개인정보 및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방역에 필요한 공익 차원이라는 이유로 인해 개인의 인권이나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프랑스, 미국 등에서는 감염자 접촉 추적 앱에 대한 프라이버시 요구 및 투명성 요구가 전문가들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471명의 암호와 시큐리티 전문가들이, 프랑스 정부가 추진하는 접촉 추적 앱 ‘ROBERT’ 등에 관련된 잠재적인 리스크에 대한 인식 제고와 접촉 추적에 관한 프라이버시 보호를 요구하는 서명 운동을 전개해 관계 부처에 공개 편지를 보낸 바 있다.

영국의 컴퓨터 시큐리티 전문가와 프라이버시 전문가들도, 영국 정부에 의한 코로나 바이러스 접촉자 추적 앱의 개발 계획에 대해, 투명성과 확대 유용에 관한 우려를 표명했다. 접촉자 추적 기술의 사용에 대한 신중한 자세를 촉구하는 한편 접촉자 추적 앱을 도입하는 정부에 대해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기술이나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요청하는 편지에 서명하고 공개했다.

일본에서는 내각관방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대책 테크 팀(Tech Team)’이 민관 협력으로 ‘접촉 추적 앱’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앱에 관한 사업자에 대해, 이용자 검사 결과나 타인과의 접촉 이력과 같은 행동 이력 데이터의 취급을 잘못하게 되면, 프라이버시 침해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개인 동의를 구하는 등 앱 운용의 투명성을 확보하거나, 이용자의 신뢰를 얻도록 요구하고 있다.

공익과 상관없는 개인정보 공개 지양해야

일반적으로 개인정보보호 전문가 또는 시큐리티 전문가들이나 개인정보 보호를 담당하는 관련 부처라면, 코로나 방역을 위해서 불가피할지라도 개인정보 노출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고 프라이버시나 개인의 인권이 보호되도록 정부의 정책이 투명하게 그리고 신중하게 추진되도록 주장을 펼치거나 활동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난다고 볼 수 없다. 우월적 공익을 위해서 불가피하게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인권도 희생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공익을 위해서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최소한이고 아주 일시적이며 아주 신뢰할 수 있는 제도나 정책에 의해서 엄격하게 사용될 경우로 국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공익을 위해서는 당연히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심각하게 침해돼도 괜찮다고 하는 식의 인식이 팽배해지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최근 미국 월 스트리트 저널에서 소개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떻게 프라이버시를 파괴하고 있는가(How Coronavirus is eroding privacy)’라는 기사를 보면, 우리나라가 확진자 동선 공개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에 대해, 과연 얼마나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며, 얼마나 개인에 관한 정보를 엄격하게 관리하며 보호하려고 했는 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으며, 정부나 지자체의 낮은 개인정보보호의 인식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N번방 사건’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개인정보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ID와 비밀번호를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는 공무원이나 개인정보를 범행에 사용한 공익 사회복무요원이나, 코로나 방역을 위해서는 코로나 팔찌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정치권이나, 방역과 전혀 무관한 언론의 이태원 게이 클럽 관련 성별, 나이, 직장 등의 보도 논란 등을 통해서도 개인정보 보호를 둘러싼 우리나라의 인식 수준을 여실히 알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활용, 사회적 합의 필요하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과 같은 전염병은 반드시 다시 발생할 것이며 개인정보도 계속해서 유출될 것이고, N번방 같은 사건도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다. 개인정보를 무조건 지켜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정보는 공익을 위해서 희생될 수 있고 산업 육성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정보의 활용과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많은 방안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 정보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나 기업이나 정부가 그 활용을 주장함과 동시에 그 보호 대책을 함께 제시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인식 제고와 신뢰가 구축되는 길이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