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스타트업의 현주소와 발전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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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스타트업의 현주소와 발전 방향
  • 강석오 기자
  • 승인 2020.01.04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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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경수 교수(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 / 기술창업융합학과 스타트업 CAMPUS CEO(I) 주관교수
“정부 주도 아닌 시장 중심 창업 준비 서둘러야”
심경수 고려대 교수
심경수 고려대 교수

[데이터넷] 2019년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한 SW 분야에서 고성장이 예상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컨설팅 지원사업(SW 고성장클럽 200)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이중 필자가 속한 PD그룹의 대상 기업중 수아랩(SUALAB)이 지난 가을 약 1억9500만달러에 미국 코그넥스(Cognex)에 인수합병(M&A)됐는데, 이 금액은 국내 기술분야 스타트업의 해외 M&A 중 최대규모라고 한다.

해당 기업은 인공지능(AI), 머신비전, 슈퍼컴퓨팅의 3가지 기술을 바탕으로 제조업에서 QA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량을 기계적인 이미지 인식 기술을 통해 검사해주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머신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이 기업은 서울대에서 2013년 AI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창업한 기업으로 ‘Be The Rocket’이라는 서울대의 창업경진대회에 입상하고, 이후 기술지주회사로부터 약 1억원 가량의 투자를 받아 자회사로 편입됐으며 이후 우수 개발자를 지속적으로 영입해 R&D를 강화하고, 고객의 다양한 레퍼런스를 확보한 끝에 국내 기술분야 스타트업으로서는 가장 큰 규모로 엑시트(EXIT0를 한 사례를 남기게 됐다.

대학 스타트업의 현주소
대학의 직접 기술사업화 방식 중 하나인 기술 창업의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2018년 대학창업통계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418개의 대학 중 약 55.5%의 대학이 창업휴학제도를 시행하고(전년대비 6.9% 증가) 있으며, 이 제도를 통해 2017년 기준 565명의 학생들이 해당 제도를 이용했다고 한다.

창업대체학점의 경우에도 124개교가 시행하고 있으며, 2533명이 이 제도로 혜택을 받았고, 대체 학점을 시행하는 대학교는 전체의 약 30% 수준으로, 이는 전년대비 약 18.1%가 증가하였으며, 창업강좌를 운영중인 대학교는 313개교(74.9%), 강좌 수는 1만1828개, 수강 인원은 한해 41만명 수준, 창업동아리는 283개교에서 5596개를 통해 4만1440명이 활동 중이며, 창업 학과 및 창업 연계 전공을 개설한 대학 역시 71개교로 전년대비 약 9.2%가 증가했다고 한다.

대학 스타트업의 주요 동력
대학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에게 창업을 지도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도 상기 제시한 숫자들은 몸으로 체감이 가능할 정도로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급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이면에는 첫째로 국가적 차원의 상향적 톱다운 시각에서 미국, 이스라엘, 유럽, 최근에는 중국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혁신 성장동력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영향과 그들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정부의 기조와 홍보의 영향이 크다.

둘째로는 이러한 상향식의 구체적 창업 생태계 조성 및 확산을 위해 정부의 모태펀드를 중심으로 투자되고 있는 펀드를 꼽을 수 있다. 즉 TIPS 프로그램, 대학창업펀드, 기술사업화펀드, 소셜임팩트펀드, U-Tech Valley 등과 같은 모험 지향의 펀드 확대, 창업 예비/초기/도약패키지와 같은 대학을 지원하는 부처별 재정지원 사업 규모의 대형화 등의 펀드 규모의 양적 확장이 있다.

셋째로는 정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할 것 없이 증가하고 있는 각종 창업 수상 및 경진 대회, 해외진출 지원정책 및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 있고, 넷째로는 대학 자체로도 이를 뒷받침하는 창업휴학제도나 학점인정제도 등의 우호적 제도 개선도 이어지고 있다.

마지막이자 대학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주변 선후배나 동기들 중 일부가 학생 창업을 통해 수익화를 실현하거나 정부 및 민간의 각종 펀드를 유치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학생들의 창업에 대한 인식이 단기간에 변화하게 됐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대학 스타트업 확산의 명과 암
이렇듯 분명 대학 현장에서 느끼는 학생들의 눈빛은 과거와는 많은 차이가 존재하고, 외형적으로도 주요 도심과 대학내 잘 디자인된 코워킹 스페이스 창업 공간, 메이커스페이스 등 인테리어 창업 관련 시설들과 다양한 피칭(Pitching), IR, 펀딩 프로그램들을 보고 있자면 마치 실리콘밸리의 어느 장소에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 대학 창업 현장에 불고 있는 투자와 창업 분위기 확산의 과정을 좀 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자면 흡사 산업화 시대에 해외 산업을 벤치마킹하면서 공격적인 추격자로 압축적 성장을 지속하던 1970~2000년대 초반까지의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이 생각난다.

시장이 아닌 정부 주도로 해외 선진 창업 관련 제도나 프로세스, 펀딩 모델, 엑셀러레이팅 프로세스를 공격적으로 벤치마킹하고 부처별로 경쟁하듯 쏟아내고 있는 재정 지원과 펀드 투여는 초기에 창업 붐을 조성하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해외의 주요 창업선진국이 처한 현실과 IPO에 13.1년 가량이 걸리고, M&A를 통한 엑시트가 채 3%선을 넘기기 쉽지 않은 우리의 현실(한국벤처캐피털협회, 2017)은 엄연히 다르며, 그들이 현재의 창업 대국화를 위해 거쳐온 수많은 시행 착오는 절대 하드웨어적으로 쉽게 복제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닐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정부 주도의 펀드 리드형 창업 활성화 정책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결국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장 경쟁에서 밀려 퇴출돼야 할 좀비 기업들의 생존을 연장시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의 추가 지출을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

대학 스타트업의 활성화 방향
우리는 지금과 같이 창업 활성화를 위해 투자할 자금적 여력이 있는 시기에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그 주체가 사회, 정부, 대학, 그리고 창업자 개인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식의 소프트웨어적 요인에 대한 투자이어야 할 것이다.

일례로는 흔히 우리가 이야기하는 창업가적 기업가 정신과 도전, 모험, 그리고 이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실패를 용인하는 대학과 사회의 인식, 공감대 등이 돼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근본으로 돌아가 정부 주도가 아닌 시장 중심의 창업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창업자는 치열한 프로페셔널로서의 자립화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이 다소 사회적 경험과 지식, 그리고 네트워크가 부족한 대학에서의 학생 스타트업은 다양한 교내 자원을 이용해서 비즈니스 가설을 세우고 최대한 고객의 탐색과 검증을 시도해야 한다.

이러한 시장의 반응과 시행착오를 거듭한 결과를 MVP로 만들어 시제품 형태로 다시 시장에 검증받는 동시에 대학이 보유한 연구개발 역량과 산학협력단을 통한 권리화를 통해 IP와 같은 지적재산권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

상기 언급한 두 가지 관점에서 대학의 스타트업은 “지속적이고 확장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탐색하는 임시조직이다”라는 말처럼 모험적이고 시험적인 도전을 빠르게 수용하고, 탐색하며, 실행해 고객의 애로 사항을 검증하고, 이러한 결과를 멘토와 상담 및 피봇(PIVOT)을 통해 지속적으로 반영함으로써 시장의 눈높이에 맞는 프로페셔널한 창업자로 거듭나는 방식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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