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인수합병, 요금인상으로 이어져”…해외 규제당국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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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인수합병, 요금인상으로 이어져”…해외 규제당국 ‘경고’
  • 강석오 기자
  • 승인 2016.04.0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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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CJ헬로비전 합병, 통신요금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 있어

통신사 간의 인수합병으로 인해 소비자의 이동통신요금이 두 배 가까이 뛰었다는 오스트리아 규제 당국의 보고서가 글로벌 통신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소비자 편익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영국 이동통신사 간의 인수합병 신청을 불허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번 보고서는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방송·통신기업 간 인수합병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오스트리아 규제당국 “통신사 인수합병, 요금 최대 90% 뛰었다”
지난 2012년, 오스트리아 이동통신시장 4위 사업자 ‘H3G(Hutchison Three Austria)’는 3위 사업자 ‘오렌지 오스트리아(Orange Austria)’를 인수 합병했다. 합병으로 H3G는 T-모바일과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할 정도로 커졌다.

EU 반독점 당국은 사업자 수가 3개로 줄어드는 것에 따른 경쟁 약화와 요금 인상을 우려했지만, 보유 주파수(2.6GHz) 일부를 매각하고 10년간 네트워크 용량의 최대 30%에 해당하는 도매 접속을 최대 16개 MVNO에 제공하는 등의 조건을 달아 합병을 인가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후, 조건부 합병의 결과는 오스트리아 가계통신비 부담 급증으로 이어졌다. 오스트리아 방송통신규제기관(RTR)은 올해 3월 14일 합병의 영향을 평가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2013년과 2014년에 걸쳐 당국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심각한 요금인상이 초래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스마트폰 이용자의 경우 요금이 50~90% 인상됐고, 데이터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 ‘피처폰’ 이용자의 요금은 22~31% 인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10개 유럽국가의 신규 스마트폰 가입자 요금 평균이 계속 하락 추세를 보이는 것에 반해, 오스트리아는 합병 이후인 2013년과 2014년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

보고서 여파로 英 통신사 인수합병도 허가에 ‘빨간불’
세계적 권위의 경제전문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3월 14일 EU 반독점위원회가 오스트리아 규제 당국의 보고서에 주목하고 있으며, 영국 이동통신사 간의 합병 승인에도 ‘빨간불’이 켜졌다고 보도했다. 4월로 예정된 최종 결정에서 EU가 이를 불허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영국 4위 이통사인 ‘3UK(Hutchison Three UK)’는 3위 사업자인 ‘O2’를 105억파운드에 인수합병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며 현재 인가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인가 되면 합병법인의 시장 점유율은 40% 이상으로 뛰어 오른다. 특히 이번 인수합병은 2012년 오스트리아의 상황과 유사한 점이 많아(3위-4위 사업자 간 인수합병, 경쟁 이동통신사업자 수가 4개에서 3개로 감소) 오스트리아 규제 당국의 보고서는 ‘결정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U 당국은 2015년 덴마크 2위 이동통신사업자 텔레노르(Telenor)와 3위 텔리아소네라(Teliasonera) 의 인수합병도 불허한 바 있다. 인수합병으로 사업자 수가 줄어 소비자 선택권의 축소, 요금 인상, 혁신서비스 저해를 부를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강력한 조건도 요금인상 못 막아… SKT-CJ헬로비전 인수도 ‘위험’
유럽 규제 당국은 통신사업자가 4개에서 3개로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경쟁구도를 파괴하고 소비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위의 사례는 SK텔레콤이 시장의 절반을 점유해 온 국내 통신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규제 당국의 조건부 승인이 소비자 요금 인상을 막지 못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합병은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시킨다는 우려 속에서 추진되고 있다. SK텔레콤이 케이블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유무선 결합상품 판매를 통해 가입자 확대에 나설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시장 집중화에 따른 요금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내 규제당국이 이번 인수합병을 결코 가벼이 봐서는 안 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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