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실력향상 ‘뚜렷’, 머신러닝의 힘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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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실력향상 ‘뚜렷’, 머신러닝의 힘 입증
  • 오현식 기자
  • 승인 2016.03.09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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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후이 기사와 대결보다 실력 ‘월등 향상’

이세돌 9단과의 5번기 대국에서 제1국이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충격, 당혹, 경악’으로 요약된다.

알파고가 유럽 챔피언인 판 후이 2단에게 5:0 승리를 기록한 전력이 있지만, 판 후이 2단과의 기보를 분석한 프로기사들의 평가는 “인공지능으로는 놀라운 수준이지만, 알파고의 기력이 그리 뛰어난 것은 아니다”가 중론이었다. 그러나 이번 이세돌 9단과의 1국에서 알파고는 판 후이 2단과의 대결 당시보다 훨씬 더 강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승리를 가져갔다.

불과 몇 개월만에 프로기사들이 놀랄 만큼 발전된 기력은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의 힘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머신러닝은 컴퓨터 스스로 학습하는 것을 의미하며, 알파고는 세계 최정상급 기사의 기보, 셀프대국을 통해 지속적으로 실력을 높여왔다. 구글에 따르면 알파고는 약 3만시간 동안 30만번의 대국을 진행했다.

대국 하루 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수많은 기보 데이터와 계속되는 대국을 통해 강화 학습하면서 계속 발전하는 것이 알파고의 강점으로, 피곤을 느끼지 않는 컴퓨터 이기에 지금도 끊임없이 대국을 진행하면서 실력을 높이고 있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는데, 이처럼 1분 1초도 쉬지 않고 대국을 진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강점을 이세돌 9단과의 대결에서 향상된 경기력으로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알파고는 신경망 기반의 딥러닝 방식을 활용하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채택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에 따르면, 알파고는 몬테카를로 트리 검색(MCTS)이라는 고급 트리 탐색, 가치망과 정책망이란 두 개의 심층 신경망(deep neural network)을 결합해 바둑판을 분석하고, 착수를 결정한다.

12개의 프로세스 레이어를 통해 바둑판을 분석한 후 정책망(policy network)이 착수를 결정하고, 가치망(value network)이 끊임없이 승자를 예측하면서 바둑 대결을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MCTS는 다양한 경우를 감안해 가장 적합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쉽게 말해 정책망이 이 상황에서 프로바둑 기사들이  어떤 지점에 착수하는가를 분석해 가장 좋은 예상 착수 지점을 추려내며, 가치망이 정책망이 골라낸 지점 중에서 가장 승리 가능성이 높은 곳을 찾아 착수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모든 가능 지점에 대한 분석한 후 착수했던 과거의 인공지능과 알파고를 차별화하는 핵심이다. 모든 분석 지점을 분석하는 것은 경우의 수가 무한대에 가까운 바둑에 적합하지 않다. 필요하지 않은 경우의 수는 무시하고, 핵심적인 요소만 추려내 분석하는 인간과 같은 직관과 추론이 요구되는 것으로, 정책망과 가치망으로 알파고는 이러한 인간 수준의 추론을 구현한다.

이 9단과의 대결 이전에도 ‘가장 큰 승리자는 구글’로 평가됐다. 이 9단과 동등한 수준의 기력만 선보여도 인간 프로기사에게 도전할 만한 수준에 도달한 인공지능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과시하는 효과가 확실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제1국을 중계하는 딥마인드 유튜브 채널(영어 진행)에는 동시접속자가 8만명에 달해 전세계적인 관심을 보여줬다. 한국어로 중계된 바둑TV, SBSNOW 채널에도 5만명 이상이 접속해 중계를 시청했으며, 바둑TV의 화면을 받아 중계한 네이버의 중계에는 동시접속자가 30만명을 돌파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제1국의 승리, 판 후이 2단과의 대결보다 더욱 성숙된 기력 등은 단순히 도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한대에 가깝다는 ‘경우의 수’ 중에서 최적의 수를 추려내는 추론 능력과 머신러닝 기반의 빠른 실력 향상이라는 기술 우수성을 과시했다는 측면에서 이번 대결의 승자는 구글임이 더욱 분명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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