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국내 SI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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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국내 SI시장
  • 권혁범 기자
  • 승인 2001.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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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분기는 SI업체들에게 있어 가장 바쁜 시기다. 그동안 미뤘던 예산들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지고, 내년 예산 책정을 위한 문의로 하루종일 전화만 잡고 있어도 시간이 부족하다. 하지만 지금 국내 SI시장에는 이와 같은 통설조차 먹혀들지 않고 있다. 분명 올해 SI시장은 극심한 침체기다. 그리고 내년 시장도 결코 만만치는 않을 전망이다.

“SI는 사양산업이다.”
농담처럼 주고받은 말이 아니라 실제로 해당 업체 관계자가 최근 습관처럼 내뱉는 말이다. 연간 규모가 수 조원을 달하고, 정보통신산업이 존재하는 한 언제나 ‘햇살’일 것만 같던 시스템통합(SI) 시장에 대해 정작 SI업체들 자신마저 ‘사양산업’이라고 말하는 걸 보면 정말 올해 SI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게 그저 엄살만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실질적으로 SI업체의 영업사원을 만나보면 이러한 사실을 좀 더 쉽게 탐지할 수 있다. 만나보는 영업사원들마다 올해에는 프로젝트가 수적으로 적었고, 수주 경쟁 또한 치열해 외형적인 규모가 확실히 줄었을 것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비록 그룹사나 모기업을 두고 있는 SI업체라 할 지라도, 거의 거저 먹다시피 하는 계열사 시스템관리(SM)만으로는 외형적인 성장이나 수익을 보장받기는 어렵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는 1,000∼2,000억원대를 형성하는 중견 SI업체들은 올해에도 성장을 기록했지만 대형 SI업체들이 무너진 것이라든가, 하드웨어 벤더들의 시장 진입으로 대형 SI업체들보다는 중견 SI업체들이 고전했을 것이라는 등의 모순된 소문이 모두 사실이며, 혹은 모두 거짓임을 말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즉, 대형 SI업체는 물론이고 중견 SI업체들까지도 올해는 그들에게 모두 어려운 시기였고, 일부 대형 혹은 중견 SI업체의 경우 외형적인 성장을 기록한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에 이러한 ‘소문’들은 단지 일반화의 오류만 제거한다면 모두 사실인 것이다. 따라서 올해 국내 SI시장은 말 그대로 ‘흉작’이었다는 표현이 가장 적합한 표현일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SI업계는 올해 구조조정 작업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뤄졌다. 사업이 부진한 사업을 접어버린 경우도 있었고, 조직개편을 통해 일부 사업을 분사하거나 특화산업으로 눈을 돌린 경우도 있었으며,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라는 기치를 내걸고 인력보강과 신규사업 진출을 적극 도모한 업체들도 있었다. 그 가운데 대외 SI사업의 포기의사를 밝힌 NDS(대표 김용서)는 가장 극단적인 케이스다.

NDS, 수익악화로 대외 SI사업 포기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텔레콤SI 시장에 포커스를 맞추고 모바일오피스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는 등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꾸준히 대외사업을 추진하던 이 업체는 하반기 들어 갑작스레 대외 SI사업 포기를 선언, 업계를 놀라게 했다. 비록 SM과 관련된 SI사업은 여전히 진행한다 하더라도 대외 SI사업 포기는 사실상 ‘SI사업 정리’를 뜻하는 것이어서, 관련 업계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사실 NDS는 상반기에 한국통신프리텔과 한솔엠닷컴간의 기존 네트워크관리시스템(NMS)과 망운영관리지원(OSS)부문을 통합하는 사업자로 선정됐고, 해양수산부 어업자원관리 종합 정보화사업을 수주하는 등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대외 SI사업에서의 출혈경쟁이 심화되면서 지난해 매출만 대략 1,00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이 중견 SI업체는 결국 ‘백기’를 들고 만 것이다. 아직 NDS 측에서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은 SM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대외 SI사업에 쏟아 붓는 올해 국내 SI시장 상황이 초래한 첫 번째 희생양일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NDS에 이어 두 번째 퇴출 주자로 지목되던 동양시스템즈(대표 윤여헌)는 최근 구조조정을 마무리짓고 수익 중심의 금융 SI업체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히며 기사회생했다. ‘SI업체의 NI사업 부진’이나 ‘SI업체 인수합병 대세론’이 거론될 때마다 언급돼, 실질적인 마무리작업이 임박했다는 소문까지 나돌던 동양시스템즈는 지난해 1,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중견 SI업체다. 비록 막강한 영향력은 아니었다 치더라도 그 동안 금융SI와 아웃소싱, e비즈니스 사업 등에서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었기에, SI업체간 합종연횡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올해 하반기 내내 따라다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간의 우려가 결코 뜬소문만은 아니었다는 듯이 동양시스템즈는 사업본부 축소와 분사를 통해 외형적인 규모는 상당히 축소된 상태다. 현재 동양시스템즈는 MS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닷넷센터에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으며, 수익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한달 평균 10억원의 경상이익을 올리는 비교적 건전한 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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