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결산] 서버 시장 반등…중소기업 경쟁제품 지정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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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결산] 서버 시장 반등…중소기업 경쟁제품 지정 변수
  • 오현식 기자
  • 승인 2015.12.3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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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86과 유닉스 희비 엇갈려…서버·스토리지 중기경쟁제품 지정 실효성 의문

IT 시장의 주도권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완전히 넘어갔다. 이에 따라 하드웨어에 기반한 비즈니스를 진행하던 IT 공룡들도 새로운 생존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도태의 길 외에는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이뤄진 대형 인수합병, 분할과 매각 등은 히드웨어 비즈니스에 기반을 둔 전통적 IT 명가의 차세대 해법찾기로 평가된다. <편집자>

위상이 약화됐지만, 2015년 전세계 서버 시장은 오랜 침체를 벗어나 반등의 희망을 보여 주목된다. 

가트너에 따르면, 2015년 1분기 전세계 서버 시장이 전년 동기 대비 매출 17.9% 성장, 출하량 13% 증가를 기록한데 이어 2분기에는 전년동기 대비 매출 7.2% 증가와 출하량 8% 증가를 기록하면서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2013년 전년대비 2.1%의 출하량 증가에도 매출이 4.5% 감소하고, 2014년 2.2% 출하량 증가, 0.8%의 소폭 성장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인 것. 특히 올 1분기 기록한 17.9%의 매출 성장은 2010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으며, 출하량 기준으로는 사상 두 번째로 많은 수치를 기록해 서버 기업을 웃음짓게 했다.

서버 시장 반등의 힘은 리프레시 사이클(refresh cycle)의 도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를 미뤘던 기업이 기회복과 함께 노후화된 서버 시스템 교체에 적극 나서면서 큰 폭의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이다. 가트너는 지연됐던 교체 수요로 인해 당분간 서버 시장이 활황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했다.

IDC의 조사에서도 2015년 상반기 글로벌 하드웨어 분야가 클라우드 수요에 힘입어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한 가운데 서버 시스템의 반등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구축에서 가장 먼저 서버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진행되고, 노후 서버의 교체 수요, 컨버지드 시스템 수요 증가 등이 IDC가 지목한 성장 배경이다.

국내에서도 서버 시스템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클라우드 발전법 제정으로 인한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서버 수요와 더불어 노후화된 서버의 교체 수요, 그리고 데스크톱 인프라(VDI) 확대 등에 힘입어 2015년 서버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x86 다운사이징 제동으로 수익성 개선
x86 시스템과 유닉스의 희비는 엇갈렸다. x86 서버 시장은 호조를 띈 반면 RISC 칩셋에 기반한 유닉스 시장은 침체를 면치 못한 것이다. 유닉스 시스템은 매분기 두 자릿수의 하락세를 보이면서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으로, 2013년 4000억원대에 달하던 국내 유닉스 시장은 올해 2000억원대로의 하락까지 예견될 정도로 침체를 겪고 있다.

유닉스의 침체는 x86 시스템 부문을 매각한 IBM에게 직격탄이 되고 있다. 이에 IBM은 개병을 모토로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IBM이 2015년 4분기 선보인 ‘리눅스원’이 대표적이다. IBM 리눅스원은 메인프레임을 리눅스 OS와 조합시킨 메인프레임 기반의 엔터프라이즈 리눅스 서버 시스템으로, 메인프레임의 검증된 안정성에 오픈소스 생태계를 접목함으로써 x86 시스템의 대체까지 노리고 있다.

▲ 리눅스를 품은 개방형 시스템으로 거듭난 메인프레임‘IBM 리눅스원’

IBM은 개방형 오픈소스 OS인 리눅스의 이점을 살려 적극적으로 써드파티의 솔루션 적용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고객 선택권을 넓힐 계획이다. 이를 통해 폐쇄적인 시스템이라는 인식이 짙은 메인프레임에 대한 고정관념을 불식시키고, 서버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아올 계획이다.

이를 위해 IBM은 메인프레임 소스코드를 공개함으로써 개발자와 학생, 다양한 ISV가 참여하는 생태계 형성을 꾀하고 있으며, 개발자를 위한 클라우드 시스템 제공도 확대해 오픈소스 생태계의 적극적인 후원자를 표방하고 나섰다. 나아가 사용량만큼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페이 포 유즈(Pay for Use)로 초기 구축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하는 등 공격적인 가격 정책도 진행하고 있다.

나아가 IBM은 RISC 프로세서인 파워칩을 탑재한 파워시스템즈 제품군에서 유닉스OS인 ‘AIX’가 아닌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가상화(RHEV)’를 탑재한 ‘파워 RHEV’도 선보였다. 유닉스OS를 활용했던 RISC 프로세서에서도 개방형 리눅스를 제공함으로써 x86의 대체제로 포지셔닝하기 위함이다.

오라클도 새로운 ‘스팍 M7’ 프로세서를 2015년 말 선보이면서 유닉스 시장의 반등을 계획하고 나섰다. 스팍 M7은 ‘소프트웨어 인 실리콘(Software in Silicon)’ 기술을 적용한 프로세서다. 소프트웨어 인 실리콘 기술은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프로세서에 내재시키는 기술로, 스팍 M7에는 보안 향상을 위한 실리콘 시큐어드 메모리(SSM : Silicon Secured Memory), 빅데이터 분석 성능 개선을 위한 SQL 인 실리콘(SQL in Silicon) 기능을 내장하고 있다. 또 암호화 가속 기능도 포함돼 암호화 애플리케이션을 더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기업 보안 수준 향상을 이뤄내도록 했다.

오라클에 따르면, 스팍M7의 32코어 전부에 중요한 데이터 처리를 가속화하는 코프로세가 탑재돼 애플리케이션 성능을 약 10배까지 향상시킨다. 코어 각각에 내장된 오프로드 엔진이 메모리 압축 해제, 메모리 스캔, 필터링 등을 처리함으로써 코어 효율을 증대와 메모리 리소스 이용을 줄여 애플리케이션 속도를 크게 증가시킨다는 설명이다. 오라클은 스팍M7에 최적화된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12c’의 인메모리 옵션의 경우에는 최대 83배의 성능 향상을 기록했다고 전하면서 향상된 스팍M7을 기반으로 x86 시스템을 크게 능가하는 성능을 제공, 유닉스 서버의 반등을 이뤄내고, 서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IBM 리눅스원과 파워 RHEV, 스팍 M7 기반의 오라클 슈퍼클러스터 M7와 스팍 M7 등은 서버 시스템의 수익성을 향상시키려는 의중을 내포한다. 표준화된 x86 시스템으로는 경쟁우위 확보는 물론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 쉽지 않기 때문으로, 리눅스원이나 파워 RHEV, 슈퍼클러스터 M7, T7으로 x86 대체함으로써 점유율 확대와 수익성 향상까지 이뤄내겠다는 복안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IBM 리눅스원의 경우, 메인프레임의 높은 가격대가 걸림돌이며, 파워 RHEV 역시 가격경쟁력과 함께 검증된 리눅스, x86 시스템 조합을 넘어서는 가치를 입증해야만 한다. 오라클의 스팍 M7 기반 시스템은 솔라리스 OS가 탑재되는데 국내에서 솔라리스의 이용자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KRX는 가동 1년을 평가하면서 기존 RISC, 유닉스 조합과 x86, 리눅스 조합이 장애율 등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으며, 현대증권, 교보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x86 시스템으로 거래 시스템 등 핵심 업무를 이관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유닉스의 전통적 텃밭인 금융권에서도 리눅스에게 위상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x86 경쟁 ‘집중’
결국 서버 시장의 경쟁 핵심은 x86 시스템 부분이 될 수밖에 없다.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정의에 가장 부합할 뿐 아니라 가장 비용효율성이 높은 시스템이 바로 표준화된 x86 아키텍처 기반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x86 부분에서는 이제 HPE로 고쳐 불러야 할 HP가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HPE를 위협하던 강력한 경쟁자인 IBM이 x86 시스템 사업부를 레노버에 매각하면서 2015년 HP의 우위는 더욱 강화됐다. 레노버로의 매각에 불안감으로 IBM 시스템x 고객의 이탈이 적지 않았던 까닭이다. HPE 역시 HP와의 분할이 예고됐지만, 당초 별개로 활동하던 사업부가 벌도 법인화되는 것이기에 고객이 느낄 불안감이나 기업 정책의 혼선이 발생하지 않아 시장 우위를 지켰다.

▲ x86 기반으로 재탄생한 ‘HP 슈퍼돔 X’

리눅스에 RISC 프로세서를 조합했던 IBM과 달리 HPE는 RISC 기반의 슈퍼돔과 논스톱 서버를 x86 아키텍처로 이전시킨 ‘슈퍼돔 X’, ‘논스톱 X’를 발표하면서 x86 부분에 더욱 힘을 실었다. 또 주력 제품인 ‘프로라이언트’도 9세대인 ‘프로라이언트 젠9’로 향상시키면서 시장 우위를 더욱 확고히 하는데 노력을 경주했다. 프로라이언트 젠9은 와트당 3배의 성능과 66배 신속한 서비스 구축을 지원할 뿐 아니라 45℃의 고온 환경에서도 동작할 수 있게 해 데이터센터 냉각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게 한 점이 특징이다.

나아가 HPE 빛을 이용해 시스템 내부 전송속도를 향상시키는 ‘포토닉스’ 기술과 이를 이용한 ‘더 머신’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특수 목적의 코어 클러스터와 DRAM, SRAM을 하나의 유니버셜 풀로 대체하는 ‘멤리스터’ 기술 등의 차세대 프로젝트 발표를 통해 분할 이후의 로드맵에 대한 고객의 우려도 불식시키면서 시장 우위를 지켰다.

다른 한편으로 2015년 주목된 것은 중국 서버 기업의 진출이다. 2014년 10월 IBM x86 사업부를 인수 완료한 레노버는 물론 화웨이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대한 공세를 높였으며, 인스퍼도 국내지사를 설립하면서 진출, 일각에서 중국 기업의 서버 시장 잠식을 우려하게 하기도 했다.
특히 인수완료 후 매 분기 지속적으로 점유율을 회복한 레노버는 시스템 x 외에도 레노버 씽크서버를 국내 시장에 정식으로 선보이면서 시장 공략을 확대해 주목을 받았다. 씽크서버는 IBM x86 서버 부분 인수 이전부터 공급하고 있던 볼륨 서버로, 국내 시장에 공식 소개함으로써 로우엔드 시장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레노버에 이어 2016년에는 화웨이, 인스퍼 등과 함께 중국 기업의 서버 시장 공략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의 경우, 엔터프라이즈 사업부의 설립을 통한 공격적 행보로 2014년과 2015년 다양한 산업군의 레퍼런스를 확보한 만큼 2016년에는 더 강화된 시장 공략을 진행할 태세다. 또 2015년 하반기 국내 지사를 설립한 인스퍼도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서버·스토리지 중기경쟁제품 지정, 실효성 논란
중국계 기업의 서버 시장 진출은 가뜩이나 글로벌 기업에게 주도권을 내주고 힘겨워하는 국산 서버 시스템 기업의 어려움을 가중 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국산 시스템 벤더는 중소기업간 경쟁 제품으로 서버와 스토리지 등 IT 하드웨어를 지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기 경쟁제품 지정 제도는 공공판로를 보장함으로써 국내 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면, 공공시장에는 대기업과 외산 제품을 제외한 해당 품목의 국내 중소기업만 진입이 가능하도록 보호받게 된다.

중소기업청과 관계부처는 2015년 11월 30일 비공개로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선정 관계부처 합동회의’를 열고 2016년도 제품을 선정하고, 12월 2일 고시했다. 중기경쟁제품은 국내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경쟁제품에 지정되면,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공공 IT 참여가 제한된다. 3년마다 품목을 지정하기에 해당 품목의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은 3년간 시장을 보호받게 되는 것이다.

올해 경쟁제품 지정에는 서버와 스토리지가 포함돼 눈길을 끈다. 국산 서버·스토리지 기업은 글로벌 기업의 시장 과점으로 국내 하드웨어 산업 보호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지난 수년간 경쟁제품 지정을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물론 글로벌 벤더와 이들 제품을 유통하는 기업들은 역차별과 글로벌 제품을 유통하는 중소기업 파트너의 피해를 내세우면서 경쟁제품 지정에 반대해왔다.

국산 서버, 스토리지에 경쟁제품 지정에 대한 논란이 컸던 까닭은 업체간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는 이슈일 뿐 아니라 국산 시스템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텔, AMD 등의 프로세서와 씨게이트나 WD의 HDD, 그리고 대만 등지에 주문의뢰하거나 수입하는 메인보드 등을 국내에서 조립하는 것이 과연 국산 시스템인지에 대한 반론은 매번 제기되던 부분이다. 이는 그만큼 국산 시스템이 시장 신뢰를 잃었음을 의미한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내 시스템 시장에서 적지 않은 점유율을 가졌던 국산 시스템은 하드웨어 가격 하락과 함께 저가 경쟁으로 밀려나면서 화이트박스로 추락했다. 논란 끝에 결정된 경쟁제품 지정, 이에 따른 3년간의 시장 보호 시기를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을 통해 시장 신뢰를 다시 되찾는 소중한 기회로 삼아야 하는 절실함을 주는 요인이다.

그렇지만 경쟁제품 지정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실효성에 더욱 의문이 제기된다. 고시안에 따르면, 서버는 2016년에는 2.1GHz 이하의 E3~E5 x86 서버, 2017년에는 2.3GHz 이하의 E3~E5 서버, 2018년에는 2.5GH 이하의 E3~E5 서버 등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되며, 스토리지는 HDD 100TB와 16GB 캐시 미만 제품으로 한정됐다. 가격경쟁이 키포인트가 저사양 하드웨어 스펙으로, 시장 보호를 통해 국산 시스템 벤더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나아가 경쟁제품 지정에 환호했던 국산벤더들도 발주도 되지 않는 시장으로 실효가 없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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