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결산] 주도권 잃은 하드웨어, 생존법 모색 ‘골몰’
상태바
[2015 결산] 주도권 잃은 하드웨어, 생존법 모색 ‘골몰’
  • 오현식 기자
  • 승인 2015.12.30 08: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드웨어 비즈니스 IT 공룡, 차세대 해법찾기 분주

IT 시장의 주도권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완전히 넘어갔다. 이에 따라 하드웨어에 기반한 비즈니스를 진행하던 IT 공룡들도 새로운 생존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도태의 길 외에는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이뤄진 대형 인수합병, 분할과 매각 등은 히드웨어 비즈니스에 기반을 둔 전통적 IT 명가의 차세대 해법찾기로 평가된다. <편집자>

하드웨어가 IT의 중심이 되던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 고가의 고성능 하드웨어가 IT 인프라의 수준을 결정하는 핵심으로 높은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이제 이는 먼 과거의 일이다. 하드웨어 기술의 발전은 저가의 하드웨어로도 충분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술이 진화하면서 소프트웨어가 고성능 하드웨어가 담당하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됨으로써 고가의 하드웨어 장비의 설 자리를 계속해서 좁히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IT의 화두 중 하나로 떠오른 ‘소프트웨어 정의(Software Defined)’는 하드웨어의 시대의 종언, 그리고 이를 대체해 소프트웨어가 IT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시스템을 가상화하고, 이를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로 소프트웨어 정의다 다시 말해 하드웨어의 대한 의존도가 매우 낮아진다.

하드웨어에 대한 낮은 의존도를 갖는 소프트웨어 정의는 복잡한 인프라스트럭처 구성을 단순화하고, 변화에 대한 기민하게 대응하는 민첩성을 가져다 주는 이점이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미 서버 시스템을 가상화해 운영하는 컴퓨팅 가상화는 성숙 단계에 접어든 상황이며, 데이터센터를 이루는 다른 중요 요소인 네트워크와 스토리지로 확산돼 각각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SDN : Software Defined Network), 소프트웨어 정의 스토리지(SDS : Software Defined Storage)의 바람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수합병·분할·매각 등으로 생존 모색
소프트웨어 정의는 표준화된 하드웨어를 전제로 한다. 다시 말해 이는 하드웨어 시스템 기업이 가졌던 고성능 시스템에 의한 고부가가치 창출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미 도입이 활성화된 컴퓨팅 가상화 시장을 살피면, 이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고가의 메인프레임이나 유닉스가 아닌 표준화된 x86 서버를 통해 데이터센터를 꾸미게 되면서 전체적인 출하량 증가에도 서버 시스템 시장 규모는 정체 혹은 감소가 이어지고 있으며, 시스템 기업의 수익성은 계속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하드웨어 시장에서의 변화도 감지된다. 꾸준히 덩치를 키우면서 원스톱 솔루션 제공을 주장하던 것에서 불할, 매각 등으로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는 노력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x86 시스템을 등장시켰던 IBM은 종가로서 지닌 자부심을 뒤로 하고 지난해 x86 사업부문을 레노버에 매각하면서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으로의 변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으며, HP 역시 컨슈머 사업부문과 엔터프라이즈 사업부문을 분할, 각각 휴렛팩커드(HP)와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란 이름으로 새출발했다.

▲ ▲670억달러의 초대형 M&A를 발표한 델과 EMC

반대로 델은 스토리지 전문기업 EMC를 EMC 1주당 33.15달러, 총 670억달러(약 77조억)에 인수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기존 IT 업계 최대 M&A였던 아바고의 브로드컴 인수액 370억달러(약 42조원)를 가볍게 뛰어넘는 초대형 인수합병(M&A)이 성사된 것이다. 매각과 분할을 선택한 IBM,. HP와 다른 행보이지만, 이 역시 하드웨어 시장의 대격변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획기적인 PC 유통을 통해 성공신화를 일궜던 델은 엔터프라이즈 시장으로 눈을 돌렸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이뤄내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며, EMC의 경우에도 스토리지 시스템 시장의 성숙으로 인한 성장률 저하와 수익성 악화, 이에 더해 하드디스크(HDD)에서 플래시 기반의 SSD로 스토리지 시장이 변화함에 따른 새로운 경쟁에 직면하면서 변화가 요구되던 시점이었다. 이러한 상황의 돌파구로 델과 EMC는 670억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결합을 선택한 것이다.

방향은 다르지만, 전통적 명가인 HP와 IBM, 서버-클라이언트 기반 2세대 컴퓨팅 환경에서 거대 기업으로 성장해 전세계 IT 시장을 호령하던 델과 EMC가 진행한 큰 폭의 변화는 영광의 시대가 저무는 시점에서 생존을 위한 하드웨어 업계의 고민을 보여준다.

또 이러한 변화는 IT 시장의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시작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모바일, IoT, 빅데이터 등이 대두되면서 기존 서버-클라이언트의 2세대 컴퓨팅 시대에서 클라우드 기반의 3세대 컴퓨팅 시대로 전환되는 IT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대대적인 지각변동의 예고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초대형 컴퓨터 기술을 기반으로 한 때 전세계 2위의 컴퓨터 기업으로 위세를 떨쳤던 유니시스가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를 기반으로 한 분산 컴퓨팅으로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평범한 IT 기업 중 하나로 밀려난 것처럼 새로운 질서 속에서 대대적인 시장 구조의 개편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0여년 전과 현재의 전세계 대형 서버 시스템 기업의 이름표를 살피면, 상위 5대 벤더가 모두 변화를 겪었음을 알 수 있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오라클에 인수됐으며, 후지쯔는 5대 기업에서 밀려났다. 또 IBM은 x86 시스템 부분을 매각했으며, HP는 HPE라는 이름으로 새출발하게 되는 등의 변화를 겪은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델과 EMC 합병의 중심을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EMC의 자회사인 VM웨어, 피보탈 등 가상화와 빅데이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을 확보하기 위해 델의 EMC 인수가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는 특히 강력한 가상화 기술을 바탕으로 SDN, SDS 분야로 확대하면서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SDDC : Software Defined Data Center) 비전을 실현하는 VM웨어가 인수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되는데, 이러한 해석은 하드웨어 시스템의 추락한 위상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