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670억달러에 EMC 인수…초대형 빅딜 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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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 670억달러에 EMC 인수…초대형 빅딜 성사
  • 오현식 기자
  • 승인 2015.10.1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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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업 인수 사상 최고액…엔터프라이즈 IT 시장 주도 가속

델(Dell)은 스토리지 전문기업 EMC를 1주당 33.15달러, 총 67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약 76조6815억원의 대형 IT 기업간 인수가 성사된 것으로, 기존 아바고가 브로드컴 인수에 사용한 370억달러(약 42조3465억원)을 넘어섰다.

EMC 인수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대한 델의 행보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혁신적인 공급망 관리와 온라인을 통한 직접판매 모델로 PC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두면서 새로운 IT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했다고 평가받던 델은 컨슈머 대상의 PC, 노트북을 넘어 엔터프라이즈 IT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있으며, 비상장 기업으로의 전환 이후 더욱 공격적으로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크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포스텐네트웍스, 이퀄로직, 퀘스트소프트웨어 인수 등을 통해 델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걸쳐 포괄적인 엔터프라이즈 IT 솔루션을 공급할 수 있는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구축했지만, 각 분야별로 보면 확고한 업계 1위로 자리매김한 분야가 없어 2~3위 브랜드의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특히 스토리지 분야에서는 델의 입지는 매우 적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VM웨어, 피보탈, RSA 등 업계 선두의 자회사를 보유했으며, 전세계스토리지 시장에서 확고한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EMC 인수는 토탈 엔터프라이즈 IT 기업으로서의 자리매김을 노리는 델의 행보에 더욱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부분이다. 더불어 x86 서버만 공급하고 있는 델은 x86 기반의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SDDC)를 추진하고 있는 VM웨어와의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기도 하다.

EMC의 최근 전략이 VM웨어 등 자회사를 활용해 SDDC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VM웨어, 피보탈 등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퀄로직 인수 이전에는 EMC와 델이 스토리지 분야에서 협력하면서 상호 성장을 이뤄내는 성공적 파트너십을 이뤄냈던 전력도 존재한다.

EMC 또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던 상황이었다. 80%의 지분을 갖고 있는 자회사 VM웨어가 클라우드, 가상화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EMC 자체적으로는 주력인 스토리지 시장의 성숙, 나아가 HDD에서 플래시 기반 SDD로의 전환에 따른 경쟁 심화 등 강력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스토리지 전문기업을 벗어나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규모의 경제를 구현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돼 서버, 네트워크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HP, 시스코 등과의 합병설이 종종 제기되던 상황이다.

오늘날 IT는 커다란 격변기를 맞이하고 있다. 클라우드, 모바일, IoT, 빅데이터 등은 IT 산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통적인 IT 모델, IT 하드웨어의 입지는 크게 약화되는 등의 급격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델의 EMC 인수는 하드웨어 시장에서의 기회 모색하는 동시에 EMC의 자회사인 VM웨어, 피보탈 등을 확보해 기존 델 소프트웨어와 함께 클라욷, 빅데이터 등 소프트웨어 중심의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확보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사상 유례없는 대형 빅딜로 주목되지만, 빅딜인 만큼 델의 부담도 적지 않다. 10여년 전 일이기는 하지만, 오라클이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한 금액은 74억달러에 불과했으며, IT 업계 대형 빅딜의 2위 기록인 아바고의 브로드컴 인수도 이번 인수의 절반 수준인 370억 달러다. 상장폐지에 따라 상당한 출혈을 했던 델은 이번 EMC 인수로 새롭게 500억달러 규모의 부채를 떠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EMC와 델의 사업 분야 중 중복 분야도 적지 않다. 스토리지 부분에서 EMC와 경쟁했던 델 이퀄로직이 대표적으로, 이러한 중복 영역에 대한 교통정리도 요구된다. 또 인수의 중심 배경으로 지목되는 VM웨어 비즈니스에서 VM웨어의 파트너가 델의 경쟁사로 파트너 기업의 반발도 부담요소 중 하나다.

한편 합병회사는 마이클 델(Michael Dell) 델 CEO가 회장 겸 CEO로 발표됐다. 델 창업자이기도 한 마이클 델 CEO는 “이번 인수로 차세대 IT의 가장 전략적인 분야에서 성장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됐다”며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와 디지털 변환, 모바일, 보안 등 다양한 차세대 IT 전략 분야에서 큰 발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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