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 재기의 원동력 ‘재해복구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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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산업 재기의 원동력 ‘재해복구시스템’
  • 권혁범 기자
  • 승인 2001.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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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복구시스템이 IT시장의 최대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예전부터 투자가 이뤄지고는 있었지만 이번 미국 테러사건으로 여타 산업으로까지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재해복구시스템이 활성화되면 침체기에 빠진 IT산업이 다시 경제의 중심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솔루션과 서비스 시장을 놓고 관련 업체들의 숨가쁜 쟁탈전이 시작됐다.

지난 9월 11일 발생한 세계무역센터 항공기 테러 사건은 미국 경제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낳고 있다. 사고가 발발한 지 이미 2개월이 지났지만, 빈 라덴을 둘러싼 미국과 아프카니스탄의 전쟁으로 이어지면서 여전히 세계 경제는 세계무역센터 항공기 테러 사건의 여진 속에 갇혀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회복세가 점쳐지던 내년 경제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반기 들어서 겨우 살아나기 시작한 소비심리가 이번 사건으로 소비심리 위축, 기업 매출 악화, 투자 감소, 그리고 다시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소용돌이에 다시 한번 휘말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정보화시대의 주역인 IT산업 역시 이와 같은 악순환의 고리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지난 1년간 급격히 식어버린 투자열기를 만회하기 위해 갖은 방법으로 탈출구를 모색해왔던 IT기업들은 이번 테러사건으로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을 정도다.

다만 이번 테러 사건으로 물리적 시설에 대한 보안 못지 않게 연구자료, 고객데이터 등 무형 자산에 대한 보호책 마련이 강조되면서 관련 산업이 크게 주목을 받고 있어, 줄초상이 불가피할 것 같던 IT시장이 재기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재해복구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직접적인 투자열기로 이어진다면 오히려 IT시장은 과거의 ‘화려한 날’을 다시 한번 누릴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관련업체들은 ‘확실한 전략짜기’에 여념이 없다. 지금 IT시장은 세계무역센터 붕괴가 던진 충격파를 발판으로 ‘새옹지마(塞翁之馬)’의 단꿈에 빠져 있다.

순간의 재해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한다

사실 그동안 데이터 보호에 대한 요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AT&T와 DBS뱅크를 들 수 있다.

AT&T의 경우 지난 1998년 4월 13일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무려 26시간동안 시스템이 중단되면서 사고 처리비용 4,000만달러, 복구비용 8,000만달러라는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만 했다.

1999년 유지 보수 과정에서 24시간동안 시스템 중단 사고를 겪은 DBS뱅크는 비록 사고 처리비용이 300만달러 수준에 그쳤지만, 처리 지연으로 인한 손실과 은행으로서의 신뢰도 상실까지 포함하면 그 손해 수준은 AT&T에 버금간다.

굳이 멀리서 찾아볼 필요 없이 지난해 발생한 동원증권 전산실 침수 사고 역시 재해복구시스템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당시 동원증권은 이와 같은 수해로 시스템이 다운되는 바람에 대략 2,00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문서가 전자화되고, 네트워크를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현대사회에서 시스템 중단으로 인한 피해는 갈수록 그 규모가 커지고 있으며, 그 피해는 단순히 해당 기업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이용고객, 그리고 나아가 국가에도 커다란 손실을 안겨주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살로몬 스미쓰 바니(Salomon Smith Barney)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시간 비즈니스 중단으로 인한 평균 손실 비용을 산출한 결과 증권사의 경우 무려 645만달러의 손실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신용카드사(260만달러), 전자상거래 비즈니스(24만달러), 물류서비스 비즈니스(15만달러), 홈쇼핑 비즈니스(11만달러), 카달로그 영업 비즈니스(9만달러), 항공사 예약 비즈니스(8만9,000달러), 이동통신 서비스 비즈니스(4만1,000달러) 순으로 그 피해 규모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 재해복구시스템 ‘사각지대’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재난으로 기업의 관련 데이터가 유실될 경우, 은행은 2일 이내, 제조업인 경우에는 5일 이내, 보험업은 5∼6일 이내에 재난 전 수준으로 복구하지 못하면, 25%의 기업은 즉각 도산하고, 40%의 기업은 2년 내 도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재난을 당한 기업 가운데 불과 7% 이내 기업만이 5년 후 생존이 가능하다고 하니, 미네소타 대학의 연구 결과는 데이터 보호가 현대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의 경우 금융기관에 대해 재해복구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하고 있다. 미 연방기준법에 ‘미 연방금융망에 연결된 은행은 어떠한 경우라도 서비스 중단이 6시간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으며, 미국 통화 감독기관에서는 재난복구계획 수립을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상황은 아직 재해복구시스템에 대한 법제화는 고사하고 아직 이에 대한 인식마저도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동원증권 사태 이후 국내에서도 금융권을 중심으로 재해복구시스템 구축에 대한 인식이 크게 확산됐고, 금융감독원에서도 이를 법제화하고자 했지만 결국 추가 비용 발생, 전산시스템에 대한 투자 제한 및 축소 등의 이유로 무산됐다.

다만 최근 세계무역센터 테러 이후 정보통신부가 통신·금융·의료 등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정보시스템에 대해 장기적으로 별도의 장소에 백업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결정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재해복구시스템이 서서히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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