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남고 싶다
상태바
‘실버’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남고 싶다
  • 승인 2001.11.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땐 라디오와 함께 살았었지. 성문종합영어보단 비틀즈가 좋았지. 생일선물로 받았던 기타. 산울림의 노래들을 들으며, 우리도 언젠가는 그렇게 노래하고 싶었지. 이젠 모두 다 우리의 추억 속에서 빛을 잃고 있어. 우리가 세상에 길들기 시작한 후부터. <채승기 기자>

한국쓰리콤 CCB사업부문 영업팀 이규용 이사는 30대 후반의 ‘노익장’을 과시하는 기타리스트다. 이 정도 나이면 왠만해선 ‘중후한’ 클래식 기타를 연상하겠지만, 이규용 이사는 ‘이클립스 밴드’의 일원이다.

이클립스 밴드는 그룹사운드라고 통칭되는 직장인들의 ‘대물림 취미 밴드’다. 이 이사는 “음반시장의 상업화는 국민학교 가수까지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결국, 음반시장은 수요 연령층까지 끌어내리며, 시장을 더 좁게 만들었죠”라며 스스로 무덤을 판 격이라고 지적한다. ‘대물림’이란 다름 아닌 폭넓은 연령층이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정착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일도 열심히, 음악도 열심히

직업도, 나이도 다르지만 하루일과가 끝나면. 이들은 ‘가면’을 벗고 노래하고 연주한다. 서초동 몇평 안되는 연습실이지만, 멤버들의 월 회비로 운영되는 ‘자유공간’이다. 이곳에는 이해관계도, 갈등도 없는, 그저 멋진 음악과 넘치는 인정 그리고 이클립스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들이 있을 뿐이다.

‘일도 열심히, 음악도 열심히’를 유난히 강조하는 이 이사의 고민은 세인들이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을 우려함이다. 대학교 1학년 시절 그룹사운드 활동 과정에서 얻게된 무수한 권총들. 이를 반성하면서 이 이사는 ‘바른 생활’을 꿈꾸며 입대를 결심한다.

음악에 대한 그의 향수는 LG정보통신 재직 시절, LG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사업부에 지원하면서 다시한번 불씨를 지피는가 싶었지만, 정작 이 이사에게 부여된 업무는 멀티미디어 사업부의 영업업무였다.

식지 않는 열정

그렇게 세월이 흘러 추억이 잊혀져갈 즈음. 쓰리콤으로 이직한 이 이사는 우연한 기회로 ‘갑근세’라는 직장인 밴드와 인연을 갖게 된다. 그저 반가움과 향수로 접하던 음악에 대한 열정이 이클립스를 만나면서 다시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단순히 모여서 즐기는 것이 아니라, 비정기적인 대외활동을 통해 밝은 곳에서 ‘즐기자’는 것이 이클립스 수요일팀의 분위기다. 실제로 여의도 클럽에서 노개런티로 비정기적인 공연을 진행해왔으며, 지난 9월에는 신림동 소재의 라이브클럽까지 진출하는 성과를 보였다. 내친김에 이클립스 소속 30여 회원들은 삼성동 코엑스 ‘아셈 문화광장’에까지 영역을 확장, 정기공연을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악기는 프로지만, 실력은 아마추어” 미소짓는 이 이사에게서 길들여지지 않는 무언가가 투영된다. (www.dataNe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