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과 방관속에 멍드는 휴대폰 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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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과 방관속에 멍드는 휴대폰 강국
  • 김태윤 기자
  • 승인 2001.07.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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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불법 브릿지, 끊이지 않는 명의 도용, 분실 휴대폰 밀거래, 이동통신사 부당 행위, 요금 인하 운동, 단말기 보조금 페지 논란, 휴대폰 에티켓 상실 …….

이동전화 가입자 2,700만명, CDMA 종주국을 자처하는 휴대폰 강국 코리아의 또 다른 이면이다. 기술은 2.5세대다 3세대다 하며 발전하고 있지만, 문화만큼은 아직 후진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이 횡행하고 있지만 관련 당국의 단속 의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되는 민원 중에서 이동전화 관련 건수가 지난 2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데 이어, 올해 역시 자리를 굳건히 할 것으로 보인다. 불법과 방관속에 멍들고 있는 휴대폰 시장을 들여다 보았다.

전자상가의 메카로 불려지는 용산 전자상가를 비롯해 세운상가, 일부 A/S센터 등지에 ‘브릿지’라고 일컬어지는 휴대폰 고유 일련번호, 즉 ESN(Electronics Serial Num-ber) 불법 복제업자들이 상당수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ESN은 각각의 휴대폰을 인식하기 위해 휴대폰 내에 부여된 고유 일련 번호다. 물론 ESN의 부여권은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있다.

ESN의 복제는 엄연한 불법이다. ESN의 불법 복제, 변경 행위는 전파법 4조와 전기통신 사업법 57조, 형법 347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는 법적 처벌 대상 행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SN 불법 복제, 변경 행위가 전국적으로 만연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련번호 불법 복제 만연, 국내 유통 다반사
최근 분실 휴대폰을 사들여 고유 일련번호를 삭제하거나 복제해 동남아 등지로 수천대를 팔아 넘긴 일당이 경찰에 검거된 사례가 있었다.

이들은 주로 휴대폰 습득이 잦은 택시기사들을 상대로 사들인 후 불법 복제프로그램을 이용해 ESN을 삭제한 후 공기계 상태로 해외로 팔아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 유통되는 불법 복제 휴대폰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반응이다.

현재 인터넷상에는 최소 80여개가 넘는 휴대폰 쇼핑몰을 통해 분실 휴대폰의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 쇼핑몰의 게시판에는 연일 단말기를 사고 파는 내용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군 입대, 휴대폰 교체 등의 순수한 목적으로 매매를 하려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는 조직적인 판매상에 의해 수거,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게시판에 남겨진 E-메일 내용을 검색하거나, 일부 남겨진 연락처와 통화를 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아울러 분실 휴대폰의 매매, 휴대폰 브릿지와 관련된 글들도 버젓이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법과 단속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분위기다.

휴대폰 쇼핑몰 ‘ACE***’의 관계자는 “게시판을 통해 장물이나 다름없는 휴대폰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적발해 내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회사로도 종종 분실 휴대폰 거래와 브릿지 관련 문의가 들어와 곤혹스런운 적이 많다”고 전했다.

한 쇼핑몰 게시판을 통해 불법 브릿지 광고를 낸 경상남도 창원에 거주하는 업자는 본지와의 통화를 통해 “수소문해서 찾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서 연락을 취한 후 브릿지를 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 업자에 따르면 습득한 휴대폰을 본인이 사용하고 싶을 때 구형일 경우 2만원, 신형일 경우 단말기에 따라 1∼2만원을 추가하면 자신의 폰으로 만들 수 있다고 털어놨다. 특히 무선인터넷 등이 가능한 신형폰의 브릿지를 부탁하는 사례가 많다고도 했다.

과정은 우편물로 핸드폰을 보내면 수령 후 반나절 안에 복제를 끝내고, 입금 확인 후 2∼3일 안에 다시 우편으로 보내주고 있었다. 그나마 원거리에 있을 경우가 그렇다.

서울·수도권 거주자라면 세운상가, 용산 전자상가 주변에서 매우 손쉽게 이를 해결할 수도 있다는 것이 업자의 얘기다. 휴대폰의 주인이 짧게는 몇 시간 길어도 수일 만에 바뀌고 있는 것이다.

습득한 휴대폰을 단순히 팔기만 하는 경우도 많다. 이미 알려진 바대로 택시기사들이 자주 드나드는 기사식당, 가스 충전소 등에는 이와 관련한 광고 전단지를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최근에는 PC방, 만화방 등의 입구에도 ‘휴대폰 삽니다’라는 문구를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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