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잘못 꿴 단추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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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잘못 꿴 단추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 정용달 취재부 부장
  • 승인 2001.07.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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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칼럼
전반적인 국내 경기의 침체 속에 네트워크 시장의 수요 하락과 공급 과잉에 따른 덤핑 등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네트워크 시장의 불황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관련 업체들의 올해 영업 실적이 자칫 사상 최악을 기록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동원경제연구소의 자료에 의하면 국내 35개의 네트워크 업체(통신장비업체 포함)들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88.5%나 감소했으며, 전체 업체의 56%가 경상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의 폭발적인 증가에 따라 지난해 네트워크 시장의 가장 큰 수요처였던 하나로통신, 두루넷 등 통신사업자들의 투자감소와 그나마 투자여력이 남아있는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의 공급가격 급락, 그리고 과잉 생산에 따른 재고 부담과 수급 불균형에 의한 네트워크 업체들의 과열 경쟁은 관련 업계를 더욱 더 침체의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

이처럼 매출 부진과 순익 악화 등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국내 네트워크 업체들은 투자 축소와 인력 감축, M&A 등의 구조조정과 더불어 살아 남기 위한 생존 전략 마련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 네트워크 업계의 시장 규모가 1조원을 넘어 설 만큼 고속 성장을 해왔던 것에 비하면 수익 구조, 기술력 등 경쟁력과 자생력이 너무 미천하다는 것이다.

지난 1985년 한국형 랜 개발이 실패한 이후 국내 네트워크 업계는 자체 장비 개발에 정진하기보다는 외산 제품의 유통과 구축에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나선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네트워크 산업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덤핑, 무분별한 리베이트, 그리고 무책임한 사후지원 등 잘못된 관행을 너나할 것 없이 너무나도 당연시 여겨왔다. 작금의 네트워크 업계는 고질병이 되어 버린 이러한 관행에 대해 누구를 탓할 처지가 아닐 것이다.

네트워크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불황 타계를 위한 국내 네트워크 업계는 자사만의 특화된 제품 개발에 연구 개발비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다른 업체의 지분 참여 등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본지가 이번호에 조사한 ‘코스닥 등록 38개 네트워크 업체의 투자 현황’을 살펴보면 너무나도 무차별적인 투자에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 대다수의 업체가 자사의 부족한 기술 확보,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합작사 설립 등 한 단계 발전을 위한 건설적인 부분에 투자하고 있는 것에 반해, 일부 업체는 자사의 영역과는 전혀 무관한 업종, 아니 업종을 가리지 않고 무분별한 투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 등록으로 거둬들인(?) 자금을 발전을 위한 미래 지향적인 투자가 아닌 이 업체 저 업체 소위 ‘묻지마 투자’를 통해 하나만 건지면 성공이라는 투자 자세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찌됐던 간에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한 기업의 투자 행위를 덮어두고 무조건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소수 업체의 투기성 투자가 비단 그 기업만의 존폐를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이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도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안팎으로 상황이 어렵더라도 3분기부터 국내 네트워크 시장의 수요는 서서히 증가세로 반전할 것이다. 또 머지않아 잘 나가던 옛날의 ‘영화(榮華)’를 다시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고질병이 되어버린 이런저런 관행을 하루 빨리 치유하지 않는 다면 백사장에 모래성 쌓기에 불과할 것이다. 파도가 밀려오면 쓰러지고, 다시 쌓아도 또 쓰러지는... 한 번 잘못 꿴 단추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나마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국내 네트워크 업계도 잘못된 관행이라는 묵은 때를 훌훌 벗어 던지고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다시 뛰었으면 한다. (www.data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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