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I 시대는 가고 이제는 SIP 기반 IPCC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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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I 시대는 가고 이제는 SIP 기반 IPCC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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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8.0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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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기반 아키텍처로 전환 가속

최근 몇 년간 CTI 업계는 교환기 라우팅이냐, CTI 라우팅이냐를 두고 논쟁을 벌여 왔다. 교환기 라우팅을 쓰면 미들웨어는 사실상 효용 가치가 떨어지고, 미들웨어 또는 CTI 라우팅을 쓰면 교환기의 역할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번호에서는 영화 아바타의 스토리에 비유해 CTI의 종말을 살펴보고, 다음호에서는 IP, SNS, 클라우드 등 신기술과 접목되고 있는 컨택센터에 대해 자세히 살핀다. <문종수 제네시스코리아 상무 / csmoon@genesyslab.com>

공상과학(SF) 영화를 즐겨보는 필자는 영화를 볼 때 마다 그 스토리를 어디다 활용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소프트 ACD(Automatic Call Distributor) 관련 글을 기고하면서 영화 매트릭스를 활용한 적도 있다. 따라서 오랜 동안 CTI(Computer Telephony Integration) 업계에 몸담아 온 필자가 아바타를 보면서 CTI 링크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게 된 것은 필연이라 할 수 있다.

선뜻 공감이 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CTI라는 한 업계에 오랫동안 있다 보니 필자로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억지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국내에서 CTI 시대가 본격 열리던 시점부터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흔하지 않은 한 SF 영화광의 스토리라면 구미가 동하지 않을까?

아바타와 CTI
아바타 프로젝트는 원래 판도라 행성의 자원과 생태계를 연구해 지구와 판도라라는 두 행성이 상호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자금줄이 돈 되는 에너지원을 개발해 한 몫을 챙기려는 한 기업이라는 아이러니는 동서고금을 통해 수없이 반복되는 설정이다.

판도라 행성의 나비족과 교감을 위해 일종의 BT(Bio Technology) 기술이 등장한다. 인간은 캡슐에 들어가서 수면 상태가 되고 그 순간 캡슐 속의 사람을 대신하는 아바타가 깨어난다. 캡슐 속의 인간과 아바타는 일종의 원격 링크로 연결돼 있다. 아바타의 운용(한 존재를 운용한다고 하니 섬뜩하다)에는 절대 절명의 원칙이 하나 있다. 인간이 잠들면 아바타는 깨어나고, 아바타가 잠들면 인간이 깨어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최근 몇 년간 CTI 제안 업체들 간에 수년간 지속적으로 열띤 논쟁이 된 화두와 같다. 교환기 라우팅이냐? CTI 라우팅이냐? 교환기 라우팅을 쓰면 미들웨어는 효용 가치가 많이 떨어진다. 미들웨어 또는 CTI 라우팅을 쓰면 교환기의 역할이 줄어들면서 그들의 매출도 감소한다. 이 논제가 지금 써내려가는 스토리의 핵심이다.

아바타와 CTI를 비교해 필자의 머리속에 그려지는 가상적인 개념은 이러하다. 지구와 판도라 행성, 이 둘은 컴퓨터와 텔레포니(PBX/ACD)로 가정한다. 어느 쪽이 C고 어느 쪽이 T일까? 지구=컴퓨터, 판도라=텔레포니? 왜? 지구의 과학 기술이 무척 앞서 있으니까 당연히 컴퓨터라고 생각하겠지만 필자의 입장에서는 특정 기술이 이미 화려하게 발전된 상태보다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사고의 유연성을 펼칠 수 있는 상태를 컴퓨터로 본다.

따라서 지구는 PBX/ACD를, 판도라 행성을 CTI에서 컴퓨터 세계를 대표하는 주자로 그린다. 아바타와 각각의 아바타를 대표하는 인간들 간의 보이지 않는 링크를 CTI 링크로 상상한다.

초창기 국내 CTI 시장
1990년대 중반에서 말로 넘어오는 시기. 교환기 벤더들이 제공하는 CTI 서버를 활용한 IVR(Interactive Voice Response) 위주의 CTI를 구현하는 것이 일반적인 수준일 때 국내 CTI 업계에는 IBM이 있었다. 교환기는 노텔, CTI 미들웨어는 IBM 콜패스(Call Path)를 가지고 금융권 콜센터를 중심으로 활발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이미 국내 기업통신(PBX) 시장을 석권하고 있던 삼성과 LG가 있었다. 하지만 이 두 회사는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에서 제정한 CSTA(Computer Supported Telephony Application)라는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CTI 링크 개발을 완료한 정도였다.

CTI 미들웨어 벤더로는 제네시스, IBM 콜패스, 지오텔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제네시스가 한국에 지사를 열고 사업을 전개한 때다. 제네시스, 콜패스와 미들웨어만으로 어깨를 견줄 만한 지오텔은 시스코에 합병돼 시스코 제품군의 일부로 편입된다.

영화의 시작은 이러하다. 그레이스 박사가 이끌고 있는 연구팀은 대단한 성과를 이뤄냈다. 나비족의 언어를 습득하고, 학교를 세워 나비족에게 지구의 말과 문화를 가르치는 등 생태계 공존 측면에서 긍정적이 성과를 이룬 것. 그러나 무력을 통해 판도라 행성의 옵테니엄을 차지하려는 용병 사령관의 눈에는 그레이스 박사의 모든 일들이 쓸데없는 것으로 비쳐진다.

이 때 주인공 제이크 설리가 등장한다. 제이크는 하반신 불수의 퇴역 군인으로 유전자 코드가 유사한 쌍둥이 형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이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필자는 바로 이 제이크의 스토리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국내 CTI 미들웨어 시장의 첫 라운드는 노텔 교환기와 IBM의 콜패스 미들웨어가 먼저 한판을 딴 형국이다. 이 두 조합은 제이크가 판도라에 오기 전 그레이스 박사팀이 성과를 이뤄낸 바로 그 모습으로 그리면 된다. 노텔은 완벽한 ACD를 가지고 있었지만 진화하는 콜센터에서 고객들이 요구하는 서비스 기능을 구현하기에는 콜패스나 제네시스와 같은 미들웨어의 도움이 필요했다.

반면 IBM은 콜패스라는 미들웨어를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콜센터 프로젝트 전체로 본 SI 매출이 더 큰 관심사였다. 이는 CTI 미들웨어가 매출의 전부인 제네시스와는 입장이 달랐다. 노텔과 제네시스 조합은 비교적 윈-윈 관계였다. 대부분의 사극이 과거라는 무대를 빌려서 현대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듯이 이 글 또한 사극처럼 훗날의 시각으로 바라 본 과거 조명이다. ‘저 왕이 저 때 정말 그랬을까’와 같은 질문을 속으로 수없이 반복하면서 사극을 보듯이 이 이야기를 읽어 나가는 중에도 동일한 독자의 재치가 필요하다.

CTI 라운드 2
트랜스포머, 배틀쉽, 아마겟돈 등 그 동안 존재했던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 특히 SF/재난 영화에서 비쳐지는 세계관은 세계는 미국, 지구는 미국이었다. 아바타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므로 이 영화에서 지구, 지구인을 통해 그려지는 특성은 미국 또는 미국인으로 해석해도 큰 무리가 없다.

CTI 시장 2라운드의 강자는 어바이어다. 어바이어는 미국 기업으로, 노텔과는 색깔이 좀 다르다. 교환기 박스 내에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기능들을 탑재한 어바이어가 CTI 링크를 외부에 공개하는 이유는 윈-윈과는 사뭇 다르다. 초기의 노텔이 그레이스 박사팀의 상생 모습으로 그려졌다면(실제 노텔도 심포지엄 링크 시대부터는 사업 전략이 달라진다) 어바이어는 지구 용병 사령관의 모습에 가깝다.

그는 전투 로봇을 타고 다니며, 수많은 용병 부하들이 있고, 중무장한 폭격기 등 엄청난 화력의 지원을 받는다. 그의 눈엔 그레이스 박사가 눈의 가시다. 한판 밀어 붙여서 쓸어버리면 간단히 옵테니엄 광산은 회사의 소유가 된다. 그의 간단명료한 전략이다.

어바이어 입장에서 CTI 링크를 말하자면 마치 용병 사령관이 제이크를 매수하는 격으로 푼다. 사령관은 제이크가 하반신 불수인 것을 미끼로 유혹한다. 나비족의 중심부에 있는 신성한 나무에 관한 정보를 빼내 달라고. 그 임무만 완수하면 지구로 즉시 보내주고 다리가 완벽해 질 수 있는 수술비용도 책임진다고.

아바타 프로젝트에 돈을 댄 기업의 욕심은 바로 거기에 있다. 그 나무 밑에 묻혀있는 옵테니엄, CTI 시장 장악이 어바이어의 최종 목표이다. 어느 기업이든 시장 장악은 최우선 목표일 것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옳고 그름을 따지기 위함이 아니다. 어떤 특성을 가진 기업이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고 주도해 왔는가를 살피고자 할 뿐이다.

올인원(All-In-One)으로 무장한 어바이어는 대체로 2000년대 중반까지 이어지는 국내 CTI 시장 2라운드를 가뿐히 이끈다. 일부 고객사에서 라우팅의 주권을 미들웨어인 제네시스에게 내주기는 했지만 많은 프로젝트에서 의도한 대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일궈낸다. 미들웨어가 없을 때는 없는 대로, 미들웨어와 공존해야 하는 때는 또 그 나름대로 말이다. 제이크가 사령관의 제의를 수락하고 충실히 그의 스파이 노릇을 했던 것처럼, 그리고 제이크가 사랑이라는 복병에 결려 이중스파이가 되기 전까지.

CTI 라운드 3
3라운드는 마지막 라운드다. 아마추어 복싱은 3라운드 경기로 끝난다. 3라운드의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는 VoIP다. 국내 CTI 태동기와 유사한 시기부터 세롬이라는 기업에 의해 인터넷전화라는 모습으로 일반인에게 알려지고 사용되기 시작한 VoIP는 3라운드에 이르러 IP텔레포니(IPT) 또는 IP컨택센터(IPCC)라는 형태로 콜센터 시장에 등장 한다.

IPCC 또는 IPT라는 키워드로 대변되는 시장에 주요 특징중 하나는 스위치나 스위칭 기능의 몰락이다. TDM 패킷에 실려 전송되던 음성신호가 IP 패킷에 실려 전송되면서 더 이상 교환기 박스에 종속된 교환 기능은 필요가 없어졌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제너시스템즈, 아크로메이크와 같은 중소기업들까지도 상용 컴퓨터상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스위치 사업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국내 CTI 시장 3라운드의 승자는 바로 시스코다. 네트워크 장비 회사인 시스코에게 IPT와 IPCC는 신이 가져다 준 선물에 가깝다. 네트워크 스위치 위에 CM(Call Manager)을 올려 일찍부터 IPT 시장에 뛰어든 시스코는 지오텔 솔루션을 ICM(Intelligent Contact Manager)이라는 제품으로 라인업을 갖추면서 IPCC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진다. 데이터 네트워크의 강자라는 기술적, 영업적 이점을 가진 시스코는 이후 시장의 트렌드가 통합 커뮤니케이션(UC)으로 이어지면서 더욱 탄력을 받게 된다.

영화 아바타로 돌아가면 판도라 행성에서 마침내 지구군은 옵테니엄을 얻기 위한 총공세를 펼친다. 판도라 행성의 여러 부족의 규합 없이는 행성을 지켜내지 못할 절대 절명의 순간이다. 제이크는 전설의 트루크 막토가 돼 부족들을 하나로 모은다. 그의 활약으로 전쟁에서는 이겼고 지구인들은 지구로 돌아간다. 대신 그는 인간으로서의 몸을 포기하는 용단을 내려야 했고, 그 길을 선택했다. 이제 그는 아바타의 몸으로 남은 생을 살게 된다. 더 이상 캡슐의 도움도 두 삶을 오고가는 번거로움도 없어 졌다. 두 발은 생생해 졌고 이전보다 더 자유롭고 강력해 졌다.

포스트 CTI
지금까지 특정 기업을 거론하며 이야기를 전개해 왔다. 다시 말하지만 이는 어떤 회사를 옹호하거나 판단하려는 목적은 아니다. 앞서 필자가 꼽았던 핵심 논제를 다시 떠 올려 보자.

교환기 라우팅이냐? CTI 라우팅이냐? 이 질문은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제이크가 교환기로 대변되는 지구인의 몸을 버리고 나비족의 몸으로 살면서 자유로움과 유연함 그리고 풍성함을 얻었듯이 스위칭/라우팅 소프트웨어들도 컴퓨터 세계로 들어와서 제이크와 유사한 삶을 살게 됐다. 모든 애플리케이션들이 모두 컴퓨터 세계에 살게 됐다. CTI? 이제는 필요 없는 용어가 아닐까?

단지 벤더들은 각자 지켜야 할 시장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는 그 모습을 숨기고 있을 뿐이다. 시스코 CM은 윈도우 환경에서 돌아간다. 그러나 시스코는 서버를 OEM 받아서 자사의 서버로 출시한다. 소프트웨어와 서버를 따로 구매하는 방식을 허용하지 않는다. IP폰과 CM간의 프로토콜 또한 스키니(Skinny) 프로토콜을 사용한다.

어바이어 CM(Communication Manager)은 리눅스 기반이다. 시스코와 마찬가지로 CM은 그들 제품의 일부다. 심지어는 IPT 핵심 구성품 중 하나인 미디어 게이트웨이를 아웃소싱해 OEM으로 공급받기도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교환기 시장을 그대로 가져가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야 제품 또는 벤더에 종속된 구매 행위를 이끌어 내고 시장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관점에서 아바타의 이야기를 적용해 보자. 제이크가 처음 아바타의 몸으로 들어갔을 때 그는 뛸 듯이 기뻤다. 그리고 실제로 날뛰었다. 그러나 그 육체에 익숙해져 제대로 몸을 놀릴 수 있기 전까지는 많은 훈련과 노력이 따라야 했다. 많은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됐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듯이 모든 기능들이 소프트웨어로 구현되는 이 시대에는 새로운 시각으로 그 것들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음성 인프라가 IP로 바뀌고 IPCC로 넘어 온지 수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벤더들은 CTI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 아키텍처를 고집하고 있다. 마이그레이션(Migration)이라는 미명하에 말이다.

그러면서 그들 자신은 서서히 소프트웨어 기반의 아키텍처로 전환해 나가고 있다. 물이 서서히 데워지면 즐겁게 수영하다가 행복하게 죽는 ‘냄비 속의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면 변화를 과감하게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누구나 스마트폰에서 돌아가는 앱 개발이 가능해진 시대다. 모든 것이 소프트웨어로 구동되는 환경이란 바로 이런 혁신이 가능해짐을 의미한다. 이전에 CTI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싶은 회사가 있어도 기술 자체가 특정 교환기 벤더에 종속돼 불가능한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실제론 대부분 그러하다.

소프트스위치, 소프트 ACD들이 활성화되고 IPCC에서 SIP 프로토콜이 대세로 자리를 잡는 때가 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지금까지 콜센터용 SIP 전화기라면 대표적으로 폴리콤을 떠 올렸었다. 폴리콤은 단말 부문에서 전통의 강자다.

IT에서는 우리보다 후진국으로 여겨졌던 중국의 한 회사가 비교적 쓸 만한 콜센터 전화기를 생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기본적으로 내수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겠지만 SIP 기반 프로토콜이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재차 강조하지만 CTI 시대는 끝났다. 삼가 조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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