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오딧세이’, 국내 SW 기업 해외진출 기회 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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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오딧세이’, 국내 SW 기업 해외진출 기회 열 것”
  • 김선애 기자
  • 승인 2012.01.25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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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호 HP APJ BCS 부사장 “플랫폼 제약 낮춰 ISV 성장 기회 높일 것”

지난해 전인호 한국HP 부사장이 HP의 아시아태평양&일본(APJ) 지역 비즈니스크리티컬시스템(BCS) 사업부를 총괄하는 부사장(Vice President&General Manager)으로 승진했을 때 업계는 매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지사에서 아태지역 매니저로 고속승진하는 경우는 드문데다가, 전 부사장이 지난해 5월 한국HP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지 6개월만에 본사 부사장으로 승진했기 때문이다.

전인호 부사장은 “우리나라는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다운사이징 하는 과정이 매우 빠르고 신속하게 진행됐다. 세계에서도 이 같은 성공사례를 찾아볼 수 없으며, IT 성숙도가 높은 국가들은 우리나라 대규모 기업의 유닉스 다운사이징 사례를 벤치마킹 하려고 한다. 국내에서 축적한 다양한 사례를 APJ에 전하는데 적합한 인물로 평가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즉 본사에서 APJ 지역의 유닉스 확장을 이끌 총괄 책임자로 자신을 적임자로 평가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HP가 엔터프라이즈 사업 영역에서 지난해 가을 발표한 ‘오딧세이’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유닉스를 중심으로 IT를 재편하려는 HP의 계획을 위해 유닉스 다운사이징을 수행한 풍부한 경험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전 부사장은 덧붙였다.

‘오딧세이’, x86 하이엔드 진입 가속화
오딧세이는 인텔 아이태니엄 기반 유닉스 서버 ‘수퍼돔’과 제온 프로세서를 탑재한 x86 서버를 통합한다는 내용이다. 블레이드 시스템 아키텍처를 활용해 x86 서버를 수퍼돔 인클로저에 장착하고 유닉스 OS인 ‘HP-UX’와 x86 OS인 MS 윈도우, 리눅스 등을 통합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

IBM은 zBX라는 블레이드 시스템을 이용해 메인프레임과 유닉스, x86을 단일 플랫폼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며, 통합 관리 툴인 ‘z매니저’로 통합관리하고, 메인프레임 운영체제 ‘z/OS’, 유닉스 OS ‘AIX’, 그리고 리눅스와 MS 윈도우를 통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HP의 오딧세이 역시 IBM의 메인프레임과 같은 정책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지만, IBM은 각각 분리된 플랫폼을 zBX를 이용해 물리적으로 연결시키고, 각 시스템별로 별도의 관리 툴을 사용해 추가 비용부담이 크고, 관리 복잡성이 높다는 한계가 있다.

HP의 오딧세이는 완벽하게 단일한 플랫폼에서 다양한 서버 환경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관리 복잡성을 낮추고, 기업 애플리케이션이 이종환경에서 운영되는데 따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고 HP는 설명한다.

오딧세이는 수퍼돔 인클로저에 제온 플랫폼을 통합하는 ‘드래곤호크’와 x86 블레이드 서버 인클로저에 아이태니엄 블레이드를 장착하는 ‘히드라링스’ 두개의 연구를 진행한다.

전인호 부사장은 “오딧세이는 x86 플랫폼이 하이엔드 영역으로 진입하는 것을 가속화 시켜주는 프로젝트이며, 고객이 플랫폼 제한 없이 더 개방된 환경에서 IT 시스템을 구축·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랫폼 경계 낮춰 고객 선택의 폭 확대
오딧세이 프로젝트를 ‘유닉스 천하를 만들려는 것’ 혹은 ‘유닉스 포기 수순’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전 부사장은 “미션 클리티컬 환경과 일반 업무 환경을 동일 플랫폼에서 구동할 수 있게 하면 고객들은 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메인프레임에서 오픈 환경인 유닉스 다운사이징을 주도해온 것처럼 오딧세이는 유닉스와 x86의 경계를 낮추는 혁신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부사장은 이 프로젝트가 소프트웨어 기업(ISV)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일 장비에서 유닉스와 x86이 구동될 수 있기 때문에 유닉스 환경으로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x86 환경에서도 운영할 수 있으며, 그 반대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x86 환경에서 구동되는 RDBMS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이 자사 제품을 미션 크리티컬 영역에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제품을 다시 설계·개발해야 한다.

오딧세이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플랫폼 환경에 상관없이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어 ISV들이 기반 플랫폼에 대한 고민 없이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 고객 입장에서도 x86 기반 환경에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를 미션 크리티컬 영역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전 부사장은 이 프로젝트는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에게 또 다른 성장 기회를 마련해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매우 높은 수준의 제품을 개발·공급하고 있지만, 해외시장에서는 경험과 투자여력이 부족해 고전을 하고 있다. 특히 미션 크리티컬 업무를 지원하는 솔루션은 오라클, IBM, SAP 등 대형 글로벌 벤더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SW 기업이 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x86 플랫폼을 지원하는 솔루션을 주로 개발·공급하고 있으며, 대형 벤더들의 관심이 다소 낮은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오딧세이 프로젝트는 서버 플랫폼의 경계 없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x86 환경으로 개발된 솔루션도 유닉스 플랫폼과 통합, 운영할 수 있어 국내 기업들도 기술력을 인정받는다면 미션 크리티컬 업무에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토종 SW 기업, 해외 고객에 소개하는 기회 가질 것
이에 덧붙여 전 부사장은 “한국의 유닉스 다운사이징 경험을 아시아, 태평양, 일본 지역으로 확산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만큼, 국내 성공사례를 해외에 알리는 과정에서 국내 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APJ 고객에게 한국의 유닉스 다운사이징 성공사례를 설명할 때, 이 프로젝트에서 적용된 국내 기업의 솔루션이나 기술, 서비스 등을 함께 소개할 수 있다. 오라클, IBM, SAP 등 글로벌 기업 솔루션을 대신하는 국내 토종 솔루션을 알리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성숙도가 높은 국가들은 특정 벤더에 대한 종속성이 높아지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에 소수 대형 벤더 제품만으로 IT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도록 하고 있어 틈새시장에서 강세를 보여온 국내 기업 제품에 관심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 부사장을 설명했다.

하드웨어 기업 강화하며 에코 시스템 넓힐 터
오딧세이 프로젝트에는 하드웨어 기업으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하려는 HP의 전략이 짙게 깔려있다. SAP 출신의 레오 아포테커(Leo Apotheker) 사장은 HP CEO로 선임된 후 소프트웨어·서비스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했지만, 극심한 내부반발과 실적저하를 경험하다 1년이 채 되지 않아 사임했다. 뼛속부터 하드웨어 기업인 HP를 하루 아침에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새로운 CEO로 부임한 멕 휘트먼(Meg Whitman)은 ‘하드웨어 기업’이라는 HP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고 나섰다. 유닉스와 x86을 통합하는 오딧세이와 ARM 기반의 마이크로 서버를 개발하는 문샷 등 하드웨어 중심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출범시키면서 “HP는 태생부터 하드웨어 기업”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 부사장은 “인텔도 하드웨어 기업이지만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히는 수익률을 내고 있다. 하드웨어 기업의 수익률이 낮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서비스 기업으로 탈바꿈 해야한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며 “HP는 하드웨어를 아주 잘 만드는 회사로, 독립된 기술기업과 생태계를 만들어 산업을 확산시키는데 뛰어난 역량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아이태니엄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는 1만5000개에 이르고 있으며, x86 기반 소프트웨어를 지원하는 오딧세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애플리케이션이 구동되는 하드웨어가 될 것이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IT를 자사 기술로 종속시키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지만, APJ 국가들은 자국의 소프트웨어를 우선시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오딧세이 프로젝트를 통해 HP는 각 지역의 로컬 소프트웨어 기업과 오픈소스 진영에 개방된 IT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다. HP의 뛰어난 하드웨어 기술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 부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HP의 핵심 역량은 하드웨어이다. 경쟁사는 자사 소프트웨어 판매를 늘리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강조하지만, HP는 하드웨어를 더욱 강력하게 하기 위한 기술을 집약시킨 소프트웨어에 투자한다. 따라서 HP 소프트웨어는 더 저렴한 비용으로, 더 편리하게 IT 인프라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덧붙였다.

“HP-APJ 기업 상생발전 모델 보여주겠다”
APJ 지역에서 HP BCS 사업 총괄 책임자로서 계획을 묻자 전 부사장은 “HP가 APJ 로컬 기업과 상생발전하는 성공모델을 보여줄 것”이라고 답했다.

“APJ는 매우 역동적인 지역이다. 미주·유럽에서는 몇 몇 대형 기업이 IT 시장을 좌우하지만, APJ는 매우 다양한 ISV가 성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 인도에서는 신화에 가까운 성장을 보이는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다양하고 역동적인 APJ 시장은 HP가 추구하는 비전과 매우 잘 어울린다. HP의 로드맵은 이러한 기업들이 더 빠르게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며, 시장 전체의 가치사슬을 바꿀 수 있다.”

전 부사장은 “APJ의 고객들을 직접 만나 HP가 제공하는 가치를 얘기하고, 비즈니스 밸류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깊이 있게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업무가 될 것”이라며 “가능한 많은 고객을 직접 만나는 것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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