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 기업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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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 기업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시급”
  • 김선애 기자
  • 승인 2011.10.20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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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공개SW협회장 “정부 오픈소스 이용률 30%까지 높여야” 주장

클라우드 시장이 크게 확산되면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시장도 동반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는 기대가 매우 높다. 오픈소스는 전 세계 집단지성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아이디어와 고도의 기술력, 그리고 이를 상품화해 서비스하는 공급업체의 전문성이 덧붙여지기 때문에 클라우드 컴퓨팅의 높은 민첩성·유연성 요구를 만족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라이선스 없이 서브스크립션 방식으로 과금하는 오픈소스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온디맨드(On-Demand)’ 과금방식과 같아 클라우드와 철학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그야말로 클라우드와 오픈소스는 ‘찰떡궁합’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클라우드와 오픈소스가 조화를 이루는 예가 많지 않다.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들이 초기에는 비용절감을 위해 오픈소스를 이용하지만, 서비스 범위와 규모가 확대되면 기존 IT 벤더로 돌아선다. 오픈소스의 유용성은 알지만, 안정된 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검증된 솔루션을 제공해온 상용 벤더 제품에 더 신뢰가 간다는 뜻이다.

박성수 공개SW협회장은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아마존 모두 오픈소스 기술을 기반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국내 대표적인 서비스 사업자도 오픈소스 기술을 대거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유독 국내 사업자들은 오픈소스 기술이라고 말하지 않고 ‘클라우드’라고 한다. 오픈소스를 사용한다고 하면 서비스 품질에 의문을 제기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와 민간 모두에서 오픈소스 시장이 성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실제로 의사결정을 할 때는 오픈소스가 아니라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선택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추궁 당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픈소스 진영, 불신 종식시켜야”
국내 오픈소스 시장이 좀처럼 성장하지 않는 것은 사용자의 인식 문제도 있지만, 공급업체의 책임도 적지 않다. 10여년 전 리눅스 열풍이 불었을 때 국내 리눅스 공급업체가 우후죽순으로 나타났다. 기술 성숙도가 낮고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기업들이 리눅스 시장에 뛰어들면서 무리한 출혈경쟁을 벌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급업체는 사라지고, 고객들은 구축된 시스템을 들어내고 다시 패키지 벤더의 제품을 사용하게 됐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오픈소스에 대한 불신이 자리를 잡게 돼 오픈소스는 소수 전문가들이 머무는 지식 커뮤니티 정도로 생각하게 됐다.

국내 서버 시장에서 리눅스는 MS 윈도우보다 시장점유율이 높다. 리눅스 개발자가 시장의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성장했으며, 리눅스를 기반으로 구동되는 업무용 애플리케이션도 안정성과 기술 성숙도가 충분히 검증됐기 때문이다.

이제 리눅스 기반의 IT 구축이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며, 기업들도 리눅스 서버 도입에 거부감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픈소스에 대한 불신은 높은 편이다. 심지어 리눅스를 오픈소스로 보지 않는 경향도 나타난다.

박 회장은 “지금 시점에서 문제를 풀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은 자력으로 성장한 오픈소스 기업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오픈소스 공급기업 중 성공한 모델이라고 꼽을 수 있는 곳이 없다. 대기업이 좋은 엔지니어를 스카웃하고, 좋은 상품을 불법으로 베껴 중소기업이 살아남을 수가 없다”며 “이 악순환이 끊어지지 않으면 국내 오픈소스 시장은 결코 성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이 오픈소스에 대한 투자를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KT, NHN 등 클라우드의 선봉에 서있는 기업들이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더 많은 지원을 하고, 오픈소스 개발자를 육성하며, 오픈소스를 이용한 프로젝트를 더 많이 만들어내 많은 개발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나아가 오픈소스에 대한 투자도 사회공헌의 하나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픈소스는 정부가 차세대 성장산업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으며, 클라우드, 모바일, 융합산업 전반에 필수적인 소프트웨어 기술로 꼽히고 있다. 기업이 인재를 육성하거나 커뮤니티에 지원하는 것, 혹은 프로젝트를 계획해 성공할 때 까지 지원하는 모든 형태가 국가 경쟁력 제고와 직결되므로, 이 부분에 대한 투자도 사회공헌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성공한 오픈소스 기업 모델을 만들어보라고 말만 하지말고, 오픈소스 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비즈니스를 존중하고,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외산벤더 라이선스 줄여 국내 오픈소스 시장에 투자해야”
민간기업에 오픈소스 투자를 확대하라거나, 오픈소스 이용률을 높이라고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따라서 오픈소스 진영에서는 정부가 먼저 나서서 오픈소스 이용률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오픈소스를 이용하면 마이크로소프트 등 외산벤더에 지불하는 라이선스와 유지보수료를 줄일 수 있다. 이 예산을 오픈소스 산업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면 국내에서도 성공한 오픈소스 공급기업이 등장할 수 있다.

박 회장은 “오픈소스가 활성화됐다고 평가되는 유럽 시장에서도 정부·공공기관의 오픈소스 사용률은 10% 내외이다. 이 비율을 30% 까지 끌어올려야 오픈소스 시장이 민간까지 확산되 자생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며 “우리나라 공공분야 오픈소스 적용률은 1%도 안되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가 보다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수리눅스(Sulinux)’를 공급하는 수퍼유저코리아(www.superuser.co.kr) 대표이기도 한 박성수 회장은 “현재 클라우드 환경에 최적화된 수리눅스를 개발하고 있다. 가상화 환경에서 하둡 기반 대용량 파일을 분산처리하는 기술을 수리눅스에 적용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공공·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거둬온 성과를 클라우드 시장까지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공개SW협회장으로서 박성수 회장은 “올해는 회원사 확보에 주력해 지난해보다 두배 가까이 늘어난 100여개 기업이 회원사로 가입했다”며 “내년에는 정관을 개정해 개인도 협회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 오픈소스 사용자 저변을 넓혀 시장 활성화를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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