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시대 해법은 ‘유니파이드 스토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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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시대 해법은 ‘유니파이드 스토리지’
  • 김선애 기자
  • 승인 2011.05.1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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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민첩성 제고 위해 네이티브 아키텍처 ‘필수’

SAN 스토리지의 강자 EMC가 올해 발표한 첫번째 신제품은 ‘유니파이드 스토리지(Unified Storage)’다. 그동안 EMC는 “유니파이드 스토리지는 SAN 성능이 떨어져 NAS 용도로밖에 사용할 수 없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왔지만, 이번에는 “스토리지 업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시스템”이라고 강조하며 유니파이드 스토리지의 장점을 적극 소개하고 있다.

지난 1월 뉴욕, 싱가포르, 런던 등 3개 지역에서 개최된 연례행사 ‘EMC 레코드 브레이커 이벤트 2011(EMC Record-breaker Event 2011)’에서 발표된 유니파이드 스토리지 ‘VNX’와 ‘VNXe’는 미드레인지 SAN 시스템 ‘클라릭스(CLARiX)’와 NAS 제품 ‘셀레라(Celerra)’를 결합한 것이다. VNX는 가상환경을 지원할 수 있도록 성능과 효율성을 높였으며, VNXe는 중소기업이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도입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빅데이터’ 위해 통합 아키텍처 필수”
유니파이드 스토리지는 SAN, NAS를 비롯한 다양한 스토리지 네트워크를 하나의 장비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NAS 전문기업으로 시작한 넷앱이 이 시장을 이끌어왔다. EMC에도 유니파이드 스토리지가 있었지만, 미드레인지 SAN ‘CX’ 시리즈에 게이트웨이를 붙여 NAS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게이트웨이 단에서 장애가 자주 일어나 판매하는 EMC도, 구입하는 고객들도 그리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다.

넷앱이 이 점을 비판하며 “EMC의 유니파이드 스토리지는 통합의 개념이 아니다”라고 주장해왔지만, 그 때마다 EMC는 “넷앱이 네이티브 아키텍처의 중요성을 역설한다면, 실제 업무 환경에서 왜 성능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지 먼저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하곤 했다. 그러면서 EMC는 “SAN과 NAS는 적용되는 업무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유니파이드 스토리지가 해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유니파이드 스토리지를 출시하며 ‘빅데이터’ 시대를 위해서는 통합 아키텍처가 필수적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빅데이터’의 의미는 의료영상이나 천문·항공 등의 분야에서 발생하는 대용량 데이터를 말했다. 그러나 이 용어가 점차 보편화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모든 데이터를 통칭하는 단어가 됐다. 특히 비정형 데이터는 예측할 수 없는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빅데이터’라는 어감이 딱 맞아떨어지게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에서 비정형 데이터는 정형 데이터만큼이나 중요하다. 데이터베이스에 체계적으로 정렬돼있는 정형 데이터는 전용 관리 툴이 업무마다, 목적에 맞게 발달돼 있지만, 비정형 데이터는 체계화하기도 어렵고, 관리 툴이나 관리 방법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점차 비정형 데이터는 비즈니스 전략을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콜센터에서 고객과의 상담·응대한 음성 데이터를 분석해 서비스 개선점을 찾거나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일을 그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컨버전스가 가속화되면서 기업 내외부, 고객과의 관계 등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비정형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 활용해 새로운 융합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기업의 절체절명의 과제가 되고있다. 비정형 데이터는 기업의 핵심 정형 데이터와 연계 분석을 통해 의미있는 분석값을 도출해 내야 하며, 정형 데이터와 비정형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기 위해서는 SAN과 NAS를 동시에 지원하는 스토리지 아키텍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스토리지가 SAN, NAS, iSCSI, FCoE 등 특정 네트워크로 한정돼 있다면 업무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스토리지를 할당할 수 없다. 다양한 환경을 단일 장비에서 지원할 수 있다면 스토리지 장비 숫자를 크게 줄일 뿐 아니라 비즈니스 민첩성을 높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허주 한국EMC 통합마케팅본부 부장은 “기업 데이터의 80% 이상이 비정형 데이터로, 빅데이터 시대를 불러온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가상서버가 많아지면서 요구하는 데이터 처리 형태가 다양해져 SAN과 NAS를 통합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유니파이드 스토리지가 부상하는 또 다른 중요한 배경은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데이터센터 전체를 거대한 가상화 풀로 만들어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용량만큼 할당해야 한다.

조동규 델코리아 스토리지 제품 담당 부장은 “스토리지 네트워크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고객은 동일한 하드웨어로 어떤 업무, 어떤 환경에서도 쉽게 사용하기를 바란다”며 “클라우드와 가상화가 확산되면서 폐쇄적인 FC SAN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으며, 이더넷도 10Gbps가 일반화돼 FC를 능가하는 속도를 낼 수 있어 스토리지 통합에 대한 요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넷앱-EMC, 기술논쟁 ‘치열’
유니파이드 스토리지는 넷앱이 2002년 발표한 ‘FAS900’ 시리즈에서부터 시작한다. 넷앱은 NAS와 SAN을 동시에 지원하는 새로운 개념의 ‘하이브리드 스토리지 시스템’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파이버 채널(Fibre Channel)에 블록을 형성해 기존 파일 서빙(File-serving) 기능을 뛰어넘는 성능을 구현했다. 넷앱은 2010년 기준 전 세계 15만 이상의 유니파이드 스토리지 고객을 확보했다고 밝힌다.

하이엔드급 유니파이드 스토리지 ‘FAS/V6200’ 시리즈는 성능과 가용성, 확장성, 유연성을 향상시켰으며, 미드레인지 스토리지 ‘FAS/V3200’ 시리즈는 저렴한 비용으로 엔터프라이즈급의 유연성·효율성·고성능·가용성을 제공한다.

넷앱 제품명 중 ‘V’는 ‘V 스토리지 컨트롤러’를 의미하며, 타사 제품을 넷앱 제품처럼 쓸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V 스토리지가 일종의 게이트웨이 역할을 해 이종 스토리지를 하나의 스토리지 풀로 묶어 통합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기술을 통해 넷앱은 모든 종류의 이종 스토리지를 대상으로 가상환경을 구현할 수 있으며, 운영 시스템(OS) ‘데이터 온탭(Data ONTAP)’으로 이종 스토리지를 통합 관리할 수 있다.

유니파이드 스토리지 시장에서 넷앱을 주요 경쟁상대로 지목한 EMC는 새로운 ‘VNX’와 ‘VNXe’ 제품군에 대해 ▲단순성 ▲효율성 ▲성능 ▲경제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소개했다. 특히 자회사인 VM웨어와의 긴밀한 관계를 강조하며 EMC의 스토리지 관리 툴 ‘유니스피어(Unisphere)’를 통해 이종 스토리지 아키텍처 뿐 아니라 VM웨어 환경까지 통합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드레인지급 ‘VNX’는 마이크로소프트 SQL 서버를 3배 빨리 실행시킬 수 있으며, 500개의 가상 데스크톱을 8분 내에 부팅할 수 있다. 중소기업을 위한 엔트리 모델 ‘VNXe’ 시리즈는 간편함과 효율성,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한다. 수백 개의 익스체인지 메일박스 또는 1TB VM웨어의 데이터 저장용 스토리지를 2분 내에 프로비저닝 할 수 있으며 데이터 축소(reduction) 기술을 통해 스토리지 역량을 배가시킨다. VNXe는 일반인도 쉽게 스토리지를 관리할 수 있도록 직관적인 UI를 제공한다. 마법사 형태의 관리툴로 클릭 4~5번이면 쉽게 볼륨이 할당되고, 10번의 클릭으로 메일박스를 만들 수 있다.

한편 EMC는 VNX에 더욱 주력하기 위해 클라릭스와 셀레라의 판매를 중단하며 제품 보증기간 동안 지원은 지속할 방침이다. EMC의 VNX 제품군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냉정한 편이다. VNXe는 단일 장비에서 SAN·NAS를 지원할 수 있게해 유니파이드 아키텍처로 진화했다는 분석이지만, VNX는 기존에 CX 시리즈에 NAS 제품군을 붙여 제공한 ‘NS’ 시리즈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VNX를 새로운 제품군이라고 볼 수 없다. 이름만 바꿨을 뿐”이라며 “관리 소프트웨어 버전 업그레이드 수준의 발표를 지나치게 포장해서 시장을 왜곡시킨다”고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김성태 한국넷앱 솔루션마케팅 팀장은 “EMC가 유니파이드 스토리지를 발표하면서 공식적으로 넷앱을 경쟁자로 인정했다. 넷앱에게는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반기면서도 “EMC는 SAN과 NAS를 하나의 창에서 관리하는 수준을 두고 유니파이드라고 주장한다. VNXe는 단일 OS에 통합해 유니파이드 아키텍처로 볼 수 있지만, VNX는 별도 OS로 구동되기 때문에 통합의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니파이드, 대세로 자리잡을까
EMC가 엔트리급에만 네이티브 유니파이드 아키텍처를 취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미드레인지 이상 스토리지에서 SAN과 NAS를 동시지원할 수 있는 기술을 아직 개발하지 못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제품을 출시한 것이라는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유니파이드 스토리지가 클라우드 환경에서 확실한 대안으로 자리를 잡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통적으로 기업은 핵심DB는 SAN에,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데이터는 NAS에서 관리하고 있다. 유니파이드 스토리지가 데이터 관리의 민첩성을 제고하고, 장비 숫자를 줄여 데이터센터 상면공간을 줄인다는 장점은 있지만, 실제 업무 환경에서 SAN과 NAS를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EMC 역시 VNX에 대한 비판에 “대용량 데이터 처리에 유니파이드는 효과적이지 않다”고 설명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허주 한국EMC 부장은 “SAN과 NAS는 업무별로 특성이 다르다. 단일 장비에 합쳤다는 사실 만으로 성능이나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량이 적을 때는 유니파이드가 효과적이지만, 고성능·대용량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SAN과 NAS를 별도로 구성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유니파이드 스토리지가 대체로 미드레인지급 성능을 요구하는 곳에 공급되고 있으며, 대부분 NAS 용도로 쓰이고 있어서 굳이 통합 아키텍처를 채택해 관리 복잡성을 늘릴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임혁용 한국HP 엔터프라이즈비즈니스 스토리지사업부 차장은 “최근 유니파이드 스토리지가 중요한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를 대세라고 할 수는 없다”며 “비용절감을 위해 유니파이드 스토리지를 도입한 기업 중 상당수가 다시 SAN과 NAS를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NAS의 성능과 안정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어 통합 아키텍처를 취해야 할 이유가 없으며, 단일 장비에서 여러가지 네트워크 카드를 지원할 수 있다고 해도 스토리지 내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은 논리적으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스토리지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오라클은 이종 스토리지 네트워크 지원이 아니라 다양한 저장매체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의 ‘통합’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오라클은 2009년 인수한 썬의 제품을 새롭게 정비해 ‘오라클 썬 ZFS 스토리지 7000 어플라이언스(Oracle’s Sun ZFS Storage 7000 Appliance)’를 내놓고 있다. 이 제품은 다양한 컨트롤러와 디스크를 조합할 수 있는 방식을 채택했으며, SSD, SAS, SATA 디스크를 하나의 스토리지 내에서 중요도에 따라 아카이빙할 수 있다.

그러나 여러가지 디스크를 하나의 장비 내에서 지원하는 것만을 두고 통합이라고 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 SSD와 SATA를 동시에 탑재할 수 있는 장비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스토리지 전 업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돼왔기 때문이다.

오라클은 스토리지 장비 내에서 인피니밴드를 지원한다는 점을 들어 유니파이드 스토리지라고 주장한다. FC가 8Gbps, 이더넷은 1~10Gbps인데 비해 인피니밴드는 40Gbps 이상 속도를 올릴 수 있어 IO 병목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기술은 데이터베이스 머신 ‘엑사데이타’, 미들웨어 머신 ‘엑사로직’ 등에도 적용돼 있으며, 벤치마크 테스트 등에서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민호 한국오라클 스토리지 세일즈 부장은 “스토리지 하드웨어 내에서 인피니밴드가 지원되는 제품은 오라클 뿐”이라며 “수많은 가상머신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내부 병목현상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인피니밴드를 통해 가상환경에서 스토리지 성능을 더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 통합 스토리지 소개
오라클이 여러 종류의 디스크를 지원한다는 특성만으로 ‘유니파이드 스토리지’라고 강조하는 것은 최근 시스템 분야에서 통합 추세가 모든 영역의 기술을 통합해 ‘유니파이드’ 혹은 ‘하이브리드’라고 부르는 경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의 경계가 사라지고 모든 하드웨어는 가상화된 컴퓨팅 인프라로 통합돼 어떤 업무에도 최적화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시스템 업계의 이상이다. 이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곳이 HP다.

쓰리콤 인수로 네트워크 포트폴리오를 더욱 단단하게 다지고 있는 HP는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스위치를 하나로 통합한 단일장비를 내놓으면서 “진정한 통합 솔루션”이라고 강조한다.

HP가 데스크톱 가상화(VDI) 환경에 최적화된 시스템이라고 소개한 ‘P4800 G2 SAN’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 제품은 ‘HP 블레이드시스템 c7000(HP BladeSystem c7000)’ 인클로저 내에 블레이드 형태로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를 통합했다. 외부에서 연결되는 케이블 없이 장비간 직접 통신할 수 있어 병목현상을 낮춰 성능을 극대화하고, 관리 용이성을 높일 수 있다.

전인호 한국HP 부사장은 “VDI를 검토하는 기업은 대부분 몇 백 유저 규모에서 사업을 시작하며, 몇 천, 몇 만 이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자 한다. 따라서 VDI를 위한 인프라를 구성할 때는 필요한 만큼 확장할 수 있어야 하는데, P4800 G2 SAN은 이러한 요구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혁용 한국HP 스토리지사업부 차장은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를 통합해 전력, 상면비용 등을 줄여 최대 65%까지 스토리지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며 “특히 서버와 스토리지를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필요 없어 병목현상을 줄여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라클, HP가 기존의 ‘유니파이드 스토리지’ 정의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통합 아키텍처에 대해 ‘유니파이드 스토리지’라고 부르는데 대해 넷앱과 EMC는 강하게 비판한다. 양사는 VM웨어·시스코와 각각 맺고 있는 클라우드 파트너십에 의해 스토리지, 서버, 네트워크, 가상화 솔루션을 통합시킨 클라우드 전용 제품이 있다. EMC는 ‘V블록’ 제품군 중에 포함돼 있으며, 넷앱은 ‘플랙스팟’ 제품군을 공급한다. 오라클과 HP가 V블록이나 플랙스팟 등에 대응하는 제품을 내놓으면서 ‘유니파이드’라고 불러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것이 EMC와 넷앱의 주장이다.

최재규 한국EMC BDM-유니파이드스토리지 차장은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를 통합한 제품은 성능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인피니밴드로 병목을 줄인다고 하지만 그런 요소 때문에 제품 가격이 오히려 더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후발주자, 트렌드 따라가려 안간힘
이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HP와 마찬가지로 서버, 스토리지 통합 전략을 조심스럽게 추진하고 있는 IBM은 정확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지 못한 채 “고객의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상윤 한국IBM 스토리지 사업부장은 “고객들은 유니파이드 스토리지인지 아닌지에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라 업무에 맞는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가에 중점을 둔다”며 “IBM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고객의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환경을 살펴보고, 이에 적합한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스토리지 분야에서 IBM은 ‘SIO(Storage Infrastructure Optimization)’라는 전략을 소개한다. 이 전략은 현재 국내에서 파일럿으로 진행하는 중이며, 기업의 비즈니스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스토리지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컨설팅과 솔루션, 서비스 등을 종합 제공한다.

IBM은 메인프레임부터 유닉스, x86까지 서버의 모든 제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스토리지는 넷앱으로부터 OEM으로 공급받는 미드레인지급 제품과 그리드 방식의 SAN 스토리지 XIV를 공급할 뿐이다. 이외에도 자체 솔루션으로 하이엔드, 미드레인지, 엔트리급 제품이 있기는 하지만 시장 점유율은 극히 미미하다. 지난해 XIV의 기술을 미드레인지 스토리지에 적용한 ‘SONAS(Scale-out Network Attached Storage)’를 소개하며 유니파이드 요구를 만족시킬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IBM은 향후 SONAS에서 SAN, NAS, iSCSI를 지원할 예정이며, 나아가 서버까지 통합할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이상윤 사업부장은 “SONAS는 서버 엔진, 인피니밴드 네트워크와 XIV 스토리지 혹은 미드레인지 스토리지를 통합해 패키지화한 통합솔루션”이라며 “2분기 중 대형 고객 사례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IBM이 판매하는 넷앱 유니파이드 스토리지는 ‘시스템 스토리지 N’ 시리즈로 판매된다. N7000은 미드레인지급 비용으로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와 데이터 관리 성능을 제공한다. 스토리지 용량을 1.1페타바이트(PB) 이상 무중단 확장할 수 있으며, 이더넷과 파이버 채널 SAN 인프라를 통해 동시 블록 IO 및 파일 서비스를 지원한다.

N6000 시리즈는 FCP, iSCSI, CIFS, NFS, HTTP, FTP 용의 동시 멀티 프로토콜을 지원하며, 단일 시스템에서 파일 레벨 및 블록 레벨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 중단 없이 최대 840TB의 물리적 용량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유니파이드 스토리지 제품을 아직 출시하고 있지 않은 델과 히타치도 조만간 이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델은 지난해 인수한 ‘컴펠런트’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 제품은 ‘플루이드 데이터 아키텍처’라는 독특한 디자인의 SAN 스토리지로, 유니파이드 스토리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러나 델은 앞으로 SAN, NAS를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하며 컴펠런트의 가치에 주목하라고 강조한다.

조동규 델코리아 스토리지 제품 담당 부장은 “스토리지 환경을 단순화하고 비용을 절감시키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10Gbps 이더넷 기술 기반의 iSCSI·NAS 성능과 안정성이 향상되면서 FC, iSCSI, NAS를 구분하는 일이 의미없게 됐다”며 “시장조사기관에서도 각각의 프로토콜을 나누어 보기보다는 외장스토리지 즉 SAN 스토리지 전체를 보는 것을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히타치는 파일·콘텐츠 서비스와 블록 데이터 서비스의 하드웨어적인 결합이 아니라 ‘스토리지 서비스의 통합관리’라는 측면을 주목하라고 강조하며 연내 유니파이드 스토리지를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히타치 스토리지 제품을 국내에 공급하고 있는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은 우선 유니파이드 스토리지 관리 솔루션 ‘HCS(Hitachi Command Suite)’를 중심으로 접근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HCS를 통해 파일, 블록, 콘텐츠 등의 스토리지 서비스를 하나의 콘솔을 통해 프로비저닝을 할 수 있으며 HCmD(Hitachi Command Director)를 이용해 심도있는 수준의 통합된 리포트를 제공하고, 서비스 수준 관리 정책을 통해 QoS 설정할 수 있으며, 이기종 스토리지까지 리포팅할 수 있다.

‘FCoE’ 유니파이드 기술 논쟁 핵심 부상
다양한 스토리지 환경을 지원한다는 점은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에서 유니파이드 스토리지가 적합한 솔루션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유니파이드 스토리지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많다.

컨버전스가 확산되면서 비즈니스가 데이터에 의존하는 부분은 점점 더 늘어나게 된다. 특히 BI 고도화를 계획하는 기업들은 기업 내외부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정형데이터를 기업의 핵심 DB와 연계시켜 분석한 후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기를 원한다.

그렇다고 해서 SAN과 NAS를 하나의 장비로 통합시켜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데이터 규모가 작을 때는 SAN, NAS를 통합시켜 장비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 비용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할 때는 데이터 특성에 맞는 전용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성능을 높여 업무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빅데이터 시대에 비정형 데이터의 비중이 정형 데이터의 4배가 넘으며, 빅데이터 처리를 위해서는 스케일 아웃 아키텍처의 NAS가 적합한 솔루션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굳이 NAS에 SAN을 통합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지 벤더들이 일제히 ‘유니파이드 스토리지’를 내놓는 것은 점차 확산되고 있는 FCoE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더넷에서 FC를 사용할 수 있는 이 네트워크 기술은 불필요한 오버헤드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iSCSI 보다 효율적으로 스토리지를 운영할 수 있다.

김성태 한국넷앱 팀장은 “FCoE는 IP/iSCSI/NFS/CIFS, FC/FCP 등 모든 형태의 파일을 이더넷 하나의 회선으로 전송할 수 있다. 넷앱의 유니파이드 스토리지는 단일 장비에서 이러한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비용절감 효과가 매우 높다”며 “EMC가 최근 발표한 유니파이드 기술은 2년여 전 넷앱이 발표한 것과 유사하다. 넷앱의 앞선 기술을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FCoE 지원 제품을 적극 소개하지 않는 EMC는 FCoE가 일반적으로 확산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지난해 인수한 아이실론의 스케일아웃 NAS와 아트모스 솔루션을 결합시켜 빅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 FCoE 지원보다 퍼블릭·프라이빗 클라우드 지원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더 시급한 시점”이라고 설명한다.

최재규 한국EMC 차장은 “아이실론과의 결합으로 유니파이드 스토리지가 더욱 완벽한 형태를 갖추게 될 것”이라며 “EMC의 유니파이드 스토리지는 또한 VM웨어 가상환경에 적합하기 때문에 스토리지 효율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VDI·동영상 감시 분야에 최적
유니파이드 스토리지가 대세가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지만, 현재 스토리지 시장에서 중요한 트렌드 중 하나라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특히 데스크톱 가상화(VDI)에서는 유니파이드 스토리지가 최적의 대안이 된다는데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

VDI는 사용자 데스크톱을 가상화해 서버에 올려두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정보유출을 방지하고 기업의 PC 운용비용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다. VDI는 개인 PC를 중앙 서버에 모아 놓았기 때문에 데스크톱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비정형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PC의 데이터가 중앙 서버와 스토리지에서 처리·보관되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하며, 서버·스토리지의 가상환경에서도 데이터 유·손실 없이, 사용자 편의성을 해치지 않고 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어야 한다.

VDI에서는 비정형 데이터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NAS로도 구현이 가능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SAN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이고 있으므로 비용을 줄이면서 SAN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게 제안된다.

김성태 한국넷앱 팀장은 “국내 기업들은 FC 환경에서 VDI를 구축하기 원하기 때문에 iSCSI를 제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유니파이드 스토리지는 SAN, NAS 뿐 아니라 iSCSI, FCoE 등 다양한 환경을 지원하므로 업무와 데이터 환경에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iSCSI보다 더 효과적으로 VDI 환경의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VDI 환경에 적합한 솔루션으로 EMC-VM웨어, 넷앱-시트릭스의 결합을 이상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HP, 오라클 등 후발주자의 공략도 매우 강력해지고 있어 올해 크게 성장할 VDI 시장에서의 한판승부가 예고되고 있기도 하다. ‘P4800’을 VDI 용 스토리지라고 못박은 HP는 통합 솔루션 외에도 데스크톱 가상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용 단말기도 새롭게 출시했으며, 기업마다 다른 환경에서 VDI를 최적화할 수 있는 단품 시스템도 업그레이드해 출시하며 대대적인 시장 공략을 선언한 상태다.

오라클은 서버, 스토리지는 물론이고, 씬클라이언트 전용 단말기 ‘썬레이’까지 갖추고 있으며, VDI에 대한 풍부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시장에서 강점을 갖는다고 강조한다.

강민호 한국오라클 스토리지 세일즈 부장은 “기술과 솔루션, 그리고 경험을 갖고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장점”이라며  오라클은 “CCTV, 관제 시스템, 병원의 PACS 등 여러 분야에서 오랫동안 성과를 거둬왔다”고 말했다.

유니파이드 스토리지는 제조업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설계도면과 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SAN과 NAS를 통합한 형태가 이상적이라는 것이다.

오라클은 특히 제조업에서의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국내의 한 대형 제조업은 제품 설계도만 한 시스템에 1700만개, 다른 시스템에는 6200만개의 파일을 보관하고 있었으며, 설계 엔지니어만 6000명에 이르렀다. 오라클은 서버에 저장되는 수많은 데이터를 관리하기 위해 유니파이드 스토리지를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강민호 한국오라클 부장은 “수천명의 엔지니어가 수천만개에 이르는 대형 데이터를 이용해 작업을 한다면 서버와 스토리지, 그리고 클라이언트 단에서 엄청난 IO가 발생한다. 대용량 데이터를 클라이언트로 끌어와 수정하고 저장하며 다시 다른 데이터를 읽어오는데 상당한 부하를 발생시키게 된다”며 “이러한 환경에서 유니파이드 스토리지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금융·공공·통신 분야 도입 확대될 것
앞으로 유니파이드 스토리지는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금융·통신 분야에 적극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유니파이드 스토리지는 중소·중견기업에서 스토리지 장비를 줄여 비용을 절감시키기 위해 도입됐지만, 시스템 성능과 안정성이 높아지면서 금융·통신 분야에서 크리티컬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섰다는 분석이다.

다양한 멀티미디어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금융과 통신분야는 비정형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좌우된다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유니파이드 스토리지의 전망은 더욱 밝다. 스마트폰 출시로 폭증하는 데이터 처리 문제를 안고 있는 통신사는 유니파이드 스토리지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공공기관의 CCTV 등 동영상 감시(Surveillance) 등도 유니파이드 스토리지가 반드시 필요한 분야로 기대된다.

이상윤 한국IBM 스토리지사업부장은 “이전과 달리 국내 고객들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 상당히 꼼꼼하고 치밀하게 따져보기 때문에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이전보다는 더딘 편이다. 그러나 일단 신기술의 가치를 직접 경험해보면 빠르게 확산시켜나간다”며 “아직까지 유니파이드 스토리지의 효과가 대형 기업을 중심으로 확실하게 증명된 사례가 없어 확산이 더딘 것처럼 보이지만, 올해 확실한 성공사례가 발표되면서 시장이 크게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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