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 인터넷 디렉토리 서비스인 ZIP!(www. zip.org)을 개발하면서 인터넷 사업에 뛰어든 이광석 사장(27세)은 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젊은 벤처기업 사장이다. 인터넷과는 동떨어진 전공분야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사장은 이러한 시각을 멋지게 뒤엎는다.
『광대한 우주의 역사와 나이에 관심이 많았다. 우주는 얼마나 큰지, 나이는 얼마나 먹었는지 모르지만 인터넷도 그 끝이 어디고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모른다. 우주에 1억개 이상의 별들이 떠있는 것처럼 인터넷 호스트와 웹 페이지의 수도 그 숫자를 헤아리기 힘들 만큼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인터넷 서핑은 마치 우주탐험과 같다는 이사장이 인터넷과 인연을 맺게된 것은 지난 94년. 대학 2학년 때 미국에 있는 친구가 E-메일을 사용하는 것을 처음 접하면서부터다. 텔넷, FTP 등을 이용해 불과 몇초도 안돼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 당시로는 신기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특히, E-메일을 통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는 이사장은 이러한 경험을 계기로 CO-LAN이란 전화를 통해 연결한 기업망을 이용, 네트웍과 인터넷 사용법을 하나, 둘 익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코넷 이용자의 홈페이지를 모으는 일을 하다가 인터넷 인명 데이타 구축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해외동포들을 위해 「한국인 센터」라는 사이트를 운영하기도 했다. 또한 좋은 웹 사이트를 발굴해 주제별로 전시하기도 했는데 이를 일일이 업데이트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DB화해 제공하겠다는 생각을 했고 당시로선 흔치않던 디렉토리 서비스 ZIP!이 탄생하게 된다.
『ZIP!은 애초에 순수하게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서비스다. 98년부터 ZIP!을 사업화해 지난해 법인 전환 후 본격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지만, 사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도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보다는 인터넷에 대한 열정과 가능성에서 비롯됐다.』
이상적인 인터넷 문화를 창출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는 이사장은 현재 디렉토리 서비스 외에 지난 98년부터 인터넷 취업 정보 및 채용시스템인 인크루트를 구축, 서비스하고 있다. 인크루트는 단순한 취업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가 아니라 기업에서 직접 채용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12만명의 회원 DB를 갖추고 있으며 기업회원은 5,000개에 달한다.
『하루 평균 800~900명의 개인과 400~50개의 기업이 신규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고 밝히는 이사장은 최근 인크루트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개인 이력서 관리, E-메일 발송은 물론 원하는 정보의 조건 입력시 PCS 및 E-메일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사용자의 편의와 니즈(Needs)를 충족시키는 맞춤 서비스를 실시해 인터넷 리쿠르팅 서비스라는 비지니스 영역의 새 장을 열겠다는 각오다.
최근 기업들의 인식변화로 기업회원이 급증함에 따라 기업의 채용광고 및 채용대행 등을 통한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사장이 인크루트의 사업성을 밝게 점치는 이유다.
지난달 끝난 밀레니엄 취업 대축제는 주로 대학생을 대상으로 인크루트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회사 홍보와 함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행사였으며 이달 중에는 채용박람회도 실시하는 등 사업에 탄력을 주기 위한 노력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 채용박람회에서는 기존 인크루트 사이트에서 구현하기 어려웠던 회원간 채팅 등을 시스템화해 정례화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올해 사업 전략으로는 디렉토리 서비스인 ZIP!의 포탈 서비스 진출과 인크루트를 활용한 교육사업, 대기업의 사이버 채용 대행서비스 등을 활발히 펼친다는 계획이며 이를 위해 활발한 제휴도 모색하고 있다.
이미 지난 1월 중순부터 다음커뮤니케이션에 ZIP!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한솔템레컴을 주축으로 22개 인터넷 업체들의 사업 공동체인 「아이파트너십」에도 참여한 바 있다. 인터넷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전략적 제휴로 부족한 부분을 메꾼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집인터넷의 꿈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보다도 넓고 큰 곳에 있다. 그것은 바로 인터넷 이용자가 생활 속에서 좀 더 편리하게 인터넷 컨텐트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용자의 입장에서 시작됐던 인터넷과의 인연을 이사장은 비지니스에서도 연계해 「생활 속의 인터넷을 위한 가치창조」를 꿈꾸고 있다. 따라서 집인터넷의 디렉토리 서비스와 채용시스템이라는 두가지 사업 아이템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부족한 부분은 전문 사이트에서 제공받고 일상생활에서 자주 쓸 수 있는 것들을 세분화, 전문화하면 많은 분야에서 니치 사이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른바 「버티컬 니치 사이트」를 구상중이라는 이사장은 혼자만의 이익을 얻고 끝내 비지니스가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이용자 지향적인 서비스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힌다.
특히, 장기적인 사업을 위해서는 한사람 한사람의 고객에게 만족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사장은 이를 위해 고객에 대한 피드백 전담 직원을 두고 있을 정도다.
『인터넷 창업자가 최근 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용자다. 이용자에게 가치를 주지 못하면 인터넷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집인터넷은 고객의 소리에 가장 관심을 갖고 만족을 주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5~10년 후에도 네티즌들에게 손꼽히는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험난한 인터넷 비지니스 세계에서 집인터넷의 생존법은 기술 지향적이기보다는 고객 친화적인 서비스라는 것이 이사장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