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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 서버시장 “전쟁은 시작됐다”
서버 프로세서 대전
2009년 08월 03일 00:00:00 김선애 기자 iyamm@datanet.co.kr

한동안 잠잠했던 서버시장이 한바탕 요동을 칠 준비를 하고 있다. AMD가 차세대 x86 프로세서 옵테론 출시를 6개월 이상 앞당기면서 인텔 제온 5500 시리즈의 고공행진에 찬물을 끼얹었다. 오라클이 썬의 유닉스 서버 프로세서인 스팍(SPARC)칩에 지대한 관심을 표하며 유닉스 시장의 일대 반등을 예고한 반면, 인텔이 차세대 아이태니엄 출시를 연기해 HP는 새로운 유닉스 시스템 출시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IBM은 HP의 어려운 상황에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으나 숨이 끊어져가는 메인프레임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x86과 유닉스 프로세서를 통해 일대 격변기를 맞은 서버 시장을 진단한다. <편집자>

서버시장의 조짐이 심상치 않다. 한동안 별다른 진화 없이 대형 벤더들이 엎치락 뒤치락하며 뺏고 빼앗기는 싸움을 지루하게 반복하던 서버시장에 일대 혁명이 일어날 분위기가 감지된다. 프로세서 기술에 있어서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탓이다.

내 것은 ‘신기술’, 남의 것은 ‘낡은 기술’
x86부터 유닉스, 메인프레임까지 서버시장 전반이 몸살을 앓고 있다. 프로세서 기술이 진화하면서 누가 더 기술우위인지를 두고 겨루고 서로에게 “낡은 기술을 버릴 때”란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전쟁의 시작은 AMD다. AMD는 x86 서버 프로세서 네이티브 식스코어 ‘AMD 옵테론 프로세서(코드명 이스탄불)’ 출시를 6개월이나 앞당기면서 선전포고를 했다. 대상은 인텔이 3월 발표한 ‘제온 5500 시리즈(코드명 네할렘-EP, 이하 네할렘)’이다. 네할렘 프로세서 출시 후 인텔 아키텍처 서버가 지속적으로 출시되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는데 대해 집중공격을 퍼부을 심산이다.

유닉스 서버 시장에서는 오라클과 인텔이 변수다. 썬을 인수한 오라클은 하드웨어 사업 강화를 선언하면서 썬과 후지쯔가 공동개발한 유닉스 프로세서 ‘스팍(SPARC)’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썬은 유닉스 시장에서 HP에 이어 2위를 차지한다.

HP는 인텔 때문에 고민이다. HP는 프로세서를 자체적으로 개발하지 않고 인텔의 유닉스 플랫폼 ‘아이태니엄’을 공급받는데, 인텔이 차세대 아이태니엄(코드명 투킬라)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투킬라는 작년 말 출시될 예정이었으나 올해 하반기로 연기됐다가 내년 1분기로 또다시 연기됐다.

유닉스 시장에서 IBM은 호재를 맞았다. 지난해 출시한 ‘파워(POWER)’ 프로세서가 괴력을 발휘하며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데다가 HP가 예상치 못했던 악재를 맞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인프레임’이라는 오랜 숙제를 안고 있는 IBM은 이 거대한 레거시 시스템을 버릴 수도, 살릴 수도 없는 곤란한 입장에 처해있다. 일대 혁명이 예고된 서버시장을 ‘3가지 관점의 프로세서 전쟁’으로 짚어본다. (page_break)서버 프로세서 전쟁 관전 포인트 1. 인텔 vs AMD

‘누가 진정한 기술 리더인가’ 신경전 팽팽

서버 프로세서 전쟁의 포문은 AMD가 열었다. AMD는 이스탄불 발표를 6개월 앞당겨 발표한다. AMD는 새롭게 발표한 서버 플랫폼 신제품과 중기 로드맵을 통해 인텔의 네할렘 프로세서를 직접 공격한다.

시장점유율이나 매출 면에서 봤을 때 AMD는 인텔의 경쟁상대가 될 수 없다. 시장조사 업체인 아이서플라이가 공개한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인텔의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무려 80.5%다. AMD는 12%에 그치며 다른 프로세서 업체들이 7.5%를 차지한다.

금융위기로 시장 전반이 침체된 가운데 인텔이 지난 1분기 시장 점유율 5%p 가량 AMD에 뺐겼다는 IDC의 시장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텔의 점유율은 77.3%, AMD는 22.3%다.

프로세서 시장에서 20% 남짓한 시장점유율을 가진 AMD가 아무리 거센 공격을 한다 해도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갖고 있는 인텔에게 생채기 하나 제대로 낼 수 없다. 그러나 인텔은 AMD의 공격에 은근히 신경을 쓰는 눈치다. AMD가 인텔의 자존심인 ‘기술’에 시비를 걸기 때문이다.

AMD는 네할렘 프로세서를 대표적인 예로 들어 “인텔이 AMD의 기술을 따라오고 있다”고 비웃는다. 인텔은 메모리 컨트롤러 허브(MCH)를 중앙에 두고 CPU와 메모리를 주변에 배치하는 아키텍처를 선택해왔으나, 네할렘 프로세서부터는 메모리와 CPU를 직접 연결해 MCH의 병목현상을 방지한다. 이 아키텍처는 6년 전 AMD가 옵테론을 처음 출시했을 때부터 사용한 방식이다. 이 아키텍처를 두고 인텔이 ‘15년만의 혁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AMD는 “인텔은 우리 기술을 모방했다. 우리가 기술 우위”라고 주장한다.

인텔 “네이티브, 프로세서 기술의 정답 아니다”
AMD는 인텔의 멀티코어 기술에 대해서도 “진정한 멀티코어가 아니다”라고 비판한다. 인텔의 멀티코어 기술은 듀얼코어를 늘어놓았을 뿐이며, 프로세서에 얼마나 많은 코어를 담을 수 있는지에 승부를 거는 멀티코어 기술 측면에서 접근했을 때 인텔의 기술은 한참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AMD 관계자는 “인텔의 6코어 프로세서는 멀티코어들이 서로 다른 신호를 주고받기 때문에 하나의 프로세서 내에서 통신을 할 수 없고, 별도의 통신수단을 경유해야 한다. 처리속도가 떨어진다는 뜻”이라며 “속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텔은 캐시메모리를 늘리고 있지만, 캐시 크기를 키우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조만간 인텔은 AMD의 네이티브 방식을 쫓아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AMD의 주장에 인텔은 “네이티브 방식이 프로세서 기술의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나승주 인텔코리아 부장은 “멀티코어 프로세서를 만드는 방법에 여러 가지가 있으며,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다”며 “모든 프로세서 벤더들이 해당 기술을 갖고 있으며, 경제성과 대량생산 등 현실적인 요소를 따져 적합한 방법을 채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텔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AMD는 여전히 우쭐해있다. 네할렘 플랫폼에서 봤듯이 결국 인텔은 AMD의 네이티브 멀티코어 기술을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이다.

EC “인텔 반독점 위반” … AMD “유럽시장 열렸다”
현재 분위기는 AMD에 상당히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유럽연합(EC)이 반독점법 위반혐의로 인텔에 전체 매출의 4%에 달하는 10억6000만 유로라는 어마어마한 벌금을 부과하면서 AMD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AMD가 제소한 인텔의 반독점법 위반혐의에 대한 EC의 3번째 판결이며, 인텔은 3번의 재판 모두 패소했다.

판결이 알려지자 AMD의 나이젤 디소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자신의 블로그에 ‘소비자에게 힘을(Power to the People)’이라는 글을 올리고 인텔 반독점에 대한 유럽위원회(EC) 결정에 대해 “IT 시장이 돌아가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려는 순간”이라고 반색하며 “드디어 유럽시장이 열리게 됐다”고 자신했다.

AMD는 그동안 인텔이 PC 제조업체나 공급업체, 유통업체에게 자사가 정한 법칙을 따르도록 강요했으며, 이를 어길 시 보복을 감행했다고 비판한다. 이 때문에 PC 공급업체들이 인텔 프로세서를 채택해야 했으며, 다른 경쟁제품을 선택하지 못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박탈했다는 것이 판결문의 내용이다.

나이젤 디소 CMO는 “인텔이 오랜 시간 동안 전 세계를 상대로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행위를 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AMD를 비롯한 다른 기업이 10분의 1 수준의 리소스로 혁신적이고 경쟁적인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만일 우리가 시장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누렸다면 기술 로드맵을 얼마나 확장할 수 있었을지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2003년 AMD 옵테론과 AMD 애슬론 64를 출시하면서 내놓은 x86-64비트 명령어 처리 기술이 없었다면 인텔은 전세계 IT 업계가 비싸고 독점적이며, 세상이 필요로 하지 않는 아이태니엄 기반 컴퓨팅을 여전히 강요했을 것”이라며 “AMD는 인텔이 더 잘하도록 채찍질해왔다”고 기술우위를 강조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폴 오텔리니 인텔 CEO는 “EC는 불공정 거래를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하고 단지 구두 계약이 맺어졌을 것이라고 추정할 뿐”이라며 “EC의 판결을 반박할 만한 증거를 다수 갖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인텔은 곧 항소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page_break)서버 프로세서 전쟁 관전 포인트 2. HP vs IBM

메인프레임, 인공호흡기 뗄 시점(?)

서버 프로세서를 둘러싼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HP와 IBM의 해묵은 논쟁인 ‘유닉스 vs 메인프레임’이다. 최근 몇 년간 HP와 IBM 전쟁의 핵심은 IBM이 자체개발한 유닉스 프로세서 ‘파워(POWER)’였다. 그러나 HP 유닉스 시스템의 프로세서를 공급하는 인텔이 차세대 유닉스 프로세서 ‘투킬라’의 출시시기를 차일피일 미루자 전장은 아이태니엄으로 옮겨갔다.

인텔의 투킬라는 애당초 지난해 말 출시예정이었지만, 성능상의 문제로 오는 여름 경 출시한다고 한 차례 연기했다. 그런데 지난달 “시스템을 테스트하는 동안 애플리케이션 확장성을 더 강화할 수 있는 기술을 발견했다”며 투킬라 출시를 내년 1분기로 또 다시 연기했다.

전세계적으로 유닉스 서버 시장이 크게 침체된 가운데 인텔이 아이태니엄 칩을 두번이나 연기하면서 ‘인텔은 아이태니엄을 지속할 의지가 없다’는 경쟁사의 공격이 더 심해지고 있다.

5.0GHz에 이르는 무서운 속도의 IBM ‘파워 6(POWER 6)’ 프로세서가 지난해 큰 성과를 거뒀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인텔 아이태니엄 칩을 탑재한 HP 슈퍼돔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에 등극한 바 있어 “인텔이 파워를 이길 자신이 없어서 투킬라 발표계획을 연기하는게 아닌가”라는 의문이 제기    된다.

인텔, 아이태니엄 지속할 의지 있나
투킬라 출시시기가 늦어지면서 아이태니엄이 기술 발달에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텔은 45나노 공정으로 칩을 생산하고 있으며, 올해 말 32나노 공정으로 업그레이드 할 계획이다. 그러나 투킬라는 65나노 공정으로 생산될 예정이며, 다음 버전인 펄슨(Poulson)부터 45나노 공정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진다. 32나노 프로세서가 주류를 이루는 상황에서 65나노 공정 프로세서는 무려 두 세대나 뒤쳐진 기술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이러한 지적에 나승주 인텔코리아 부장은 “유닉스 시스템은 PC나 x86 서버 플랫폼과 달리 성능과 안정성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충분히 검증된 기술을 채택한다. 유닉스 시스템은 신기술보다 한 발 늦는 것이 정석이다”며 “투킬라가 늦어진 것은 제품에 하자가 있어서가 아니라 고객의 요구에 보다 적합한 기술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텔의 해명은 차세대 아이태니엄을 기다려온 고객들을 납득시키기 어려워보인다. 파워6로 재미를 본 IBM이 “아이태니엄은 파워 만큼의 속도를 낼 수 없을 것이며, 인텔이 발표한 로드맵대로 아이태니엄 기술개발이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해왔는데, 인텔이 투킬라 발표를 두번이나 연기하면서 IBM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꼴이 됐기 때문이다.

인텔이 아이태니엄의 성능에 자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이태니엄 사업 자체에 대한 의지가 없어서 출시를 미루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닉스 서버라는 특정한 분야에만 적용되는 아이태니엄 프로세서의 매출규모는 인텔 전체 매출을 두고 봤을 때 극히 적기 때문이다. 인텔이 아이태니엄을 당장 중단한다 해도 실적에 심각한 영향을 입지 않는다. 인텔이 아이태니엄에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할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 분석될 수 있다.

“HP 경쟁력, 아이태니엄 출시 계획과 무관”
인텔이 아이태니엄의 연기를 발표하면서 곤란한 입장에 처한 곳은 HP다. 유닉스 시장의 3대 강자는 HP, 썬, IBM이며, HP가 대체로 선두를 지키는 편이다. HP는 인텔에게 아이태니엄 프로세서를 제공받으며, 썬과 IBM은 자체개발한 스팍(SPARC)과 파워 프로세서를 갖고 있다.

HP는 하반기 발표할 예정이었던 투킬라에 맞춰 자사의 유닉스 시스템 ‘슈퍼돔’ 로드맵을 수립하고, IBM의 메인프레임을 강하게 공격하며 얼마 남지 않은 메인프레임 고객을 새로운 슈퍼돔으로 윈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두 번이나 아이태니엄 발표계획이 미뤄지면서 HP의 이러한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그동안 IBM과 썬은 “인텔이 아이태니엄을 중단하면 슈퍼돔은 심장을 잃게 된다”며 슈퍼돔의 생명이 인텔에게 달려있다고 비판해왔다. 실제로 인텔이 아이태니엄 출시계획을 미루면서 HP 역시 어쩔 수 없이 슈퍼돔 출시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 IBM과 썬의 예측이 제대로 들어맞은 것이다.

이러한 지적에 전인호 한국HP ESS 전무는 “아이태니엄 출시 연기로 HP가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예측은 경쟁사의 바람일 뿐”이라고 일축하며 “하이엔드 시장에서 여전히 우리가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차세대 아이태니엄이 늦어진다 해서 HP가 가진 경쟁력에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전인호 전무는 “작년 우리나라에서 IBM의 파워 시스템이 매출을 크게 올린 것은 미드마켓에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슈퍼돔의 주무대인 하이엔드 시장에서는 여전히 슈퍼돔이 우위에 있다”며 “인텔은 아이태니엄의 장기적인 로드맵을 약속했다. HP 슈퍼돔의 경쟁력은 인텔의 강력한 프로세서 성능 뿐 아니라 기업의 업무에 최적화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해 고객에게 가장 높은 가치를 전달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신난 IBM “표정관리 어려워”
한편 아이태니엄 출시 연기에 신이 난 IBM은 표정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자사의 파워시스템을 자랑할 때 마다 “투킬라는 제 때 출시될 수 없을 것”이라고 ‘초를 쳐’왔던 IBM은 투킬라 연기 소식에 드러내놓고 좋아할 수는 없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반가운 기색을 애써서 감추지도 않는다.

탁정욱 한국IBM 상무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때가 아니다. IBM의 전략은 변함없이 그대로 진행된다”며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HP가 다소 강세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의 흐름은 IBM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IBM이 마냥 즐거워할 수 있는 때는 아니다. 끝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메인프레임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내야 할 시점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어차피 메인프레임 시장은 이미 사망한 상태이고, 최근 추가 구축된 메인프레임의 감가상각이 끝나는 5년 후 메인프레임의 추가 매출은 기대하기 어렵다.

IBM은 이러한 예측에 강하게 반발한다. 지금까지 출시된 모든 시스템 중 가장 강력한 성능과 뛰어난 안정성을 보이는 것은 메인프레임 뿐이며, 앞으로 가상화 환경이 폭넓게 확장되면 메인프레임의 또 다른 도약기를 맞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에 시장은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IBM이 메인프레임의 인공호흡기를 떼기 전 마지막 ‘영업’에 열을 올리려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HP는 노골적으로 메인프레임에 확인사살을 하려고 나선다. HP는 ‘메인프레임 얼터너티브(MFA)’ 프로그램을 마련해 메인프레임 사용고객의 다운사이징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기 구축된 메인프레임의 성능을 진단하고, 성능과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알려주는 ‘메인프레임 성능진단 및 개선 서비스’가 포함된다.

나아가 다운사이징을 진행한 기업이 소유한, 감가상각이 완료되지 않은 메인프레임의 판매대행 서비스까지 제공해 다운사이징 작업이 끝까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한다. (page_break)서버 프로세서 전쟁 관전 포인트 3. 유닉스 vs x86

x86, 유닉스 먹어치울 시간 다가오고 있다

마지막 관전포인트는 유닉스와 x86의 싸움이다. x86 서버 프로세서 성능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면서 유닉스 시장을 차츰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산실의 터줏대감 메인프레임을 유닉스가 한순간에 먹어치웠듯이 x86이 유닉스를 빠른 시간 내에 점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델, 성능향상된 x86 “반갑다”
x86 서버 플랫폼의 성능이 크게 향상되면서 가장 신난 곳이 델이다. 델은 x86 서버밖에 갖고 있지 않으므로 유닉스 시스템 이상의 성능을 가진 x86으로 하이엔드 시장을 강력히 공략할 계획이다.

델은 유닉스 다운사이징 열풍을 일으키기 위해 열심히 부채질을 하고 있다. 델은 대기업·중소기업·공공사업·소비자 등 수요층의 요구에 맞는 전문화된 영업조직으로 개편, 하이엔드 시장에서 유닉스 고객을 뺏어오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김일동 델코리아 이사는 “HP나 IBM이 별도의 프로모션을 통해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델은 기본적으로 제공한다. 제품의 가격이나 관리비용 등에 있어서는 델이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갖는다”고 말했다.

x86 시장점유율 1위의 HP는 관리콘솔 ICE를 번들로 제공해 장소나 거리의 제약 없이 서버 인프라의 관리와 모니터링을 제어할 수 있게 한다. 이외에도 데이터센터 전체의 에너지와 자원이용 효율성을 높여주는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HP는 엔터프라이즈 기업은 물론이고, SMB 까지 금융서비스를 이용한 리스 프로그램을 제공해 기업이 보다 적은 비용으로 x86 서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저무는 유닉스(?), 아직 ‘쨍쨍’하다
세계적으로 유닉스 시장은 저무는 해다. 가상화 환경이 일찍 도입된 외국에서는 금융권의 미션 크리티컬한 업무에도 가상환경 x86 플랫폼으로 성능과 효율성을 높인 데이터센터가 구축된다. 세계적으로 유닉스 시장은 몇 년 동안 침체된 상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금융권의 차세대 시스템이 이어진 2007년과 2008년 유닉스 특수를 맞았으며, 앞으로도 상당기간 유닉스의 강세는 이어질 것이다. 메인프레임의 경우 세계의 흐름과 상관없이 상당히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왔던 것을 보면 유닉스 시장도 쉽게 저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썬을 인수한 오라클이 썬의 유닉스 서버 플랫폼인 ‘스팍’의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나서 저물어가는 유닉스의 태양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 오라클 CEO는 썬의 하드웨어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썬을 인수한 후 스팍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이다. 자체 설계한 칩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애플도 최근에는 자체 칩을 개발하고 있다. 스팍 칩은 인텔 칩보다 나은 점도 있다”고 밝혔다.

엘리슨 회장이 약속을 지켜 썬의 스팍 칩 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단행하고,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한다면 유닉스 시장에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마케팅의 귀재 엘리슨 회장이라면 유닉스 시장이 완전히 저물어버린다 해도 다시 부활시킬 수 있다며 유닉스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거둬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라클이 유닉스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은 IBM에게 호재가, HP에게 악재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유닉스 시장에서 IBM과 썬은 HP가 자체적으로 프로세서를 개발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인텔이 아이태니엄을 지속할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HP슈퍼돔은 언젠가 심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앞으로 IBM이 오라클과 손을 잡고 칩을 자체개발하지 않는 HP를 공격하면 HP는 이에 대응할 다른 방법이 없다. HP 슈퍼돔의 로드맵은 전적으로 인텔 아이태니엄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인텔·IBM·HP, 깊어지는 고민 “유닉스는 언제까지…”
한편 인텔과 IBM, HP 등 유닉스와 x86 시장을 함께 갖고 있는 벤더들은 내부적으로 깊은 고민을 안고 있다. 성장하고 있는 x86에 집중을 하자니 유닉스를 소홀히 할 수 없고, 유닉스에 집중을 하자니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x86이 신경 쓰인다.

x86은 경기에 민감한데다가 대형 벤더뿐만 아니라 중소 벤더, 화이트박스로 조립해 판매하는 서버 제품군까지 함께 경쟁을 하기 때문에 출혈경쟁이 극심하다. 게다가 x86이 적용되는 분야도 개인사용자부터 엔터프라이즈까지 광범위해 ‘잔손’이 많이 간다.

유닉스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집중하기 때문에 몇 가지 큰 딜에 집중할 수 있어 마케팅 집중도가 매우 높다. 그러나 점차 유닉스 시장이 줄어들고 있으며, x86에 비해 시장규모도 작다. 유닉스에 막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단행하기는 장기적으로 어렵다는 전망이다.

진작에 x86에 대한 관심을 접은 IBM은 x86 사업을 레노버로 넘기면서 자사의 역작 ‘파워’ 시스템에 엄청난 공을 들인다. IBM은 중소기업용 파워6+를 출시하면서 유닉스 사용자 초청 행사와 지방 로드맵, 파트너 행사를 잇달아 열고 갈 곳을 잃은 썬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 반면 HP와 인텔은 x86 시스템과 유닉스 시스템의 로드맵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깊은 고민에 빠졌지만, 아직 이렇다할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인프레임이 유닉스로 대체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x86이 유닉스를 대체하기 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x86 성능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는 만큼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보다 빠른 기간 내에 유닉스 다운사이징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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