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18개월마다 전세계 디지털 정보가 두 배씩 증가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제타바이트(약 1조기가바이트)의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급증하는 데이터에 대한 경고는 최근 몇 년간 계속되고 있다. 정보의 증가량은 언제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고 있으며, 늘어나는 정보는 기업의 심각한 리스크 요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는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는 스토리지 하드웨어 기술의 변화를 살펴본다. <편집자>
지난해 금융위기 발발로 세계경제가 급속도로 위축된 상황에서도 시장조사기관과 전문가들은 급증하는 정보관리를 위한 스토리지와 보안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IDC가 발표한 지난해 4/4분기 시장조사결과를 보면 이러한 전망이 완전히 빗나간 것을 알 수 있다.
금융위기의 시발점이었던 지난해 4/4분기 전세계 디스크 스토리지 시스템 시장이 전년 동기 대비 -5.9%를 기록해 5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악화에 따른 전반적인 기업 IT 투자 위축에 따라 기업들이 스토리지 투자까지 대폭 줄인 것이다.
IDC “경제위기에 스토리지 지출 -5.9%”
이 보고서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스토리지 하드웨어의 적극적인 변화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IDC는 모듈형, 서버일체형(Serverization)과 같은 범용 스토리지(Universal Storage)가 등장하면서 스토리지 시스템 설계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IDC는 이러한 예측의 근거로 2U나 4U의 기본형 모듈이나 블레이드 랙 형태로 시스템 집적도, 처리 용량, 연결성에 초점을 둔 다양한 범용 스토리지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VM웨어 등 전통적인 소프트웨어업체 뿐 아니라 스토리지 시스템 사업자들도 범용 스토리지에 기본 소프트웨어와 아카이빙, 데이터보호, 데이터분석 등 커스텀 소프트웨어를 함께 탑재해 특정한 용도의 역할 기반 스토리지나 올인원 시스템으로 구성해 시장에 선보이고 있어 스토리지 하드웨어의 변화를 예고했다.
스토리지 하드웨어의 변화는 최근 몇 년간 조용히, 하지만 획기적으로 진행돼 왔다. 썬마이크로시스템의 오픈 스토리지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썬의 오픈아키텍처는 스토리지 콘트롤러 대신 x86 서버를, 스토리지 펌웨어 대신 솔라리스와 ZFS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 개념은 고유한 스토리지 아키텍처가 갖는 여러 가지 제약사항을 극복하고, 최신의 프로세서 성능과 데이터관리 애플리케이션을 보다 효율적인 스토리지 아키텍처로 쉽게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 보다 본격적인 변화가 4월에 일어났다. 18년 전 ‘시메트릭스(Symmetrix)’라는 새로운 아키텍처로 하이엔드 스토리지의 새 장을 연 EMC가 가상화 기반의 확장형 스토리지 ‘시메트릭스 V-Max’로 하드웨어 기술의 새로운 변화의 포문을 연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시메트릭스의 한계를 절감하고 소프트웨어 기술을 강화해온 EMC가 다시 하드웨어 기술의 변화를 선언한것은 ‘XIV’ 스토리지의 영향이 컸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XIV는 ‘시메트릭스’ 아키텍처를 설계한 모쉐 야나이(Moshe Yanai)가 설립한 회사다. 모쉐 야나이는 시메트릭스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EMC가 많은 소프트웨어 기업을 인수하면서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자 이에 반발해 뛰쳐나와 이스라엘에 XIV를 설립하고 그리드 방식의 확장형 SAN 스토리지를 출시했다. XIV는 지난해 IBM에 인수됐다.
EMC를 자극한 또 다른 기술은 미디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아이실론이다. 아이실론은 클러스터 스토리지라는 새로운 기술을 개척하면서 방송과 포털 등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다가 최근 ‘확장형 NAS’를 강조하면서 블록기반 데이터도 처리할 수 있는 하이엔드 스토리지를 출시하고 금융·통신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SAN(Storage Area Networks)은 DB 데이터와 같은 기업의 중요한 정보의 전송을 위해 주로 쓰이며, IP 통신망과 다른 별도의 LAN이나 네트워크를 구성해 기업 내에서 사용한다. 전송속도가 빠르고 안정적이며 보안성이 뛰어나다.
그러나 도입비용이 높고,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관리자가 필요해 관리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추가적인 확장이나 변경 시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려우며, 이기종 호환성이 낮고 벤더 의존성이 높다. 또한 광케이블을 이용하기 때문에 거리제한이 있어 원격지 백업이나 재해복구 사이트(DR) 구축이 어렵다.
네트워크 기술 발달로 iSCSI 크게 주목
SAN의 폐쇄적인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제안된 것이 iSCSI다. iSCSI는 IP 네트워크에 붙이는 SAN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에 구축된 SAN을 네트워크에 연결시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iSCSI는 SAN 환경을 사용하면서 IP 네트워크를 이용하기 때문에 관리자에게 전문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10대의 서버를 100대로 가상화한다면, SAN 관리자는 100대의 가상·물리 서버를 SAN 스토리지에 일일이 매핑해야 한다. 이 때문에 IT 관리자들은 가상환경에서 관리의 복잡성이 더 늘어난다고 불평한다. iSCSI는 가상 서버에 IP 주소를 매겨 관리하므로 SAN에 대한 전문지식 필요 없이 기본적인 네트워크 지식만으로 쉽게 관리할 수 있다.
iSCSI는 무선 네트워크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휴대폰, PDA 등 휴대용 단말기를 이용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SAN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이종혁 한국넷앱 기술영업총괄 이사는 “서버 입장에서 봤을 때 FC나 iSCSI는 같은 환경이므로 업무처리 방식은 같다. SAN과 동일한 환경이면서도 SAN보다 적은 비용으로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iSCSI의 성장전망은 충분히 높다”며 “향후 발전성을 보더라도 FC보다 iSCSI가 훨씬 더 많은 장점을 갖는다. 네트워크 기업들은 FC 연구개발 비용보다 20~30배 많은 예산을 TCP/IP 연구에 쏟아 붓는다. 네트워크 기술은 앞으로도 크게 발전할 것이며, 10Gbps가 일반화되면 FC의 장점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iSCSI가 첫 선을 보였을 때 SAN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벤더들은 일제히 긴장했다. iSCSI는 SAN의 단점을 모두 해결해 줄 수 있는 획기적인 시스템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IDC도 SAN은 성장을 멈춘 정체상태인데 반해 iSCSI는 연평균 36.7%의 급격한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page_break)로우엔드 SAN, FC→SAS 가속화
10Gbps에서 실제 시장에서 iSCSI의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았다. 가장 큰 한계는 속도였다. 8Gbps에 이르는 FC에 비해 iSCSI는 1Gbps도 미치지 못했다. 속도가 생명인 금융권과 통신사업자들은 iSCSI를 검토할 생각도 하지 않았으며, 제조업 역시 마찬가지였다. iSCSI가 소개된지 얼마 되지 않은 신기술인 만큼 안정성의 문제도 대두됐다. 대형 레퍼런스가 SAN보다 상대적으로 적어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금융·통신을 비롯한 대형 엔터프라이즈 고객에게 호응을 얻지 못했다.
김일동 델코리아 이사는 “iSCSI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는 것은 SAN에 주력하고 있는 대형 벤더들의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하며 “기술적으로 iSCSI는 FC보다 훨씬 우월하다. 편리성이나 솔루션의 완성도 모두 FC보다 뛰어나다고 자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김 이사는 “iSCSI가 퍼포먼스가 떨어진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네트워크 대역폭이 FC보다 낮은 것은 사실”이라며 “지난해부터 10Gbps 네트워크가 붐을 이루고 있으며, 최근 10G를 지원하는 장비가 출시되고 있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 이후에 iSCSI가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IDC 역시 “표준 스토리지 접속 인터페이스로 SAS(Serial Attached SCSI)가 주목받고 있다”고 전망한다. 올해 초 6GB SAS가 상용화되면서 FC에서 SAS로 전환이 진행되고 있으며, 내년까지 모듈러 스토리지에도 SAS 인터페이스가 폭넓게 적용될 것으로 IDC는 내다봤다.
올해 하반기 경에는 전통적인 하이엔드 시스템에 SAS가 도입되는 사례가 늘 것으로 보이는데, 플랫폼 사업자들이 심플하고 비용효율적인 네트워크 스토리지로 SAS를 제공해 소규모 IT 환경에서도 서버 가상화를 구현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iSCSI 스토리지는 델이 지난해 인수한 이퀄로직(Equallogic)의 PS 시리즈다. 이퀄로직은 구성요소와 어레이가 피어(peer)로 작동하면서 함께 작업해 자원을 공유하고, 로드를 균등하게 분배하며, 응용프로램 성능을 최적화한다.
안정적인 모듈형 설계로 필요한 용량만 구입할 수 있으며, 다양한 성능 및 용량 옵션으로 SAS, SATA 디스크 드라이브를 지원하고, 엔터프라이즈급 RAID 보호를 제공해 서비스 중에도 높은 수준의 데이터 보호와 성능을 보장할 수 있다. 특별한 전문지식 없이 쉽고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으며, 단일 인터페이스를 통해 원격지에서 관리할 수 있고, 볼륨관리나 자동 로드밸런싱, 계층화, 풀링 등의 변경과 제어도 손쉽게 할 수 있다.
iSCSI는 DR 사이트를 구축할 때 그 진가가 빛이 난다. FC SAN으로 원격지 DR을 한다면 회선료만 연간 몇 억원에 이른다. iSCSI는 IP 네트워크를 이용하기 때문에 회선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iSCSI의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iSCSI가 SAN을 대체할 기술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현재 iSCSI는 SAN에서 2차적인 형태로 데이터를 분석, 가공하는 수준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기업의 핵심 업무를 지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 iSCSI로 DB나 ERP 등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에 iSCSI의 영역은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SAN 유연성 높이는 FCoE, 2011년 이후 성과 나올 것
iSCSI가 SAN을 대체하는 기술이 되지 못하고, 별도의 영역에서 자체적인 시장을 형성하는 동안 SAN은 FC를 유지하면서 이더넷을 이용할 수 있는 FCoE(Fiber Channel protocol over Ethernet, 이더넷 기반 파이버 채널 프로토콜)로 발전하고 있다.
정연구 브로케이드코리아 부장은 FCoE에 대해 “FC SAN의 특징을 유지한 상태에서 이더넷을 이용해 빠르고 안정적으로 블록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 FC를 위한 높은 수준의 성능과 고가용성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FCoE는 스토리지 기술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기존 SAN 환경을 그대로 이더넷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FC인 만큼 iSCSI의 한계로 지적되는 보안성과 신뢰성, 안정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10GbE의 빠른 속도를 지원할 수 있다.
정연구 부장은 “FCoE는 전통적인 FC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서로 다른 링크 레이어 트랜스포트 상에서 FC를 확장하는 개념”이라며 “CEE(Converged Enhanced Ehternet)가 가능한 이더넷을 사용해 서버 연결을 합리화해 빠르고 안정적인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FCoE가 미래 네트워크 시대에 속도를 맞춘 앞선 기술인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시장에서 선택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있다. 기술의 안정성은 차치하고라도 10GbE가 보편적으로 사용돼야 시장에서 채택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FCoE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시점을 미국의 경우 내년쯤, 우리나라는 빨라야 2011년경으로 보고 있다. 세계 경제상황이 더 악화될 것우 그 시기는 더 늦춰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또 10GbE 환경에서 FC를 써야 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iSCSI의 가장 큰 한계가 속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10G 네트워크에서 iSCSI는 FC 못지않은 성능을 낼 수 있는데다가 관리나 확장이 훨씬 더 자유롭다. 비싸고 관리가 어려운 FC를 고집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일동 델코리아 이사는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도 FC 진영에서 자신이 확보한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해 억지로 만든 것이 FCoE”라며 “FCoE는 기업에게 FC를 강요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FCoE는 FC 진영이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더 이상 SAN스위치는 의미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page_break)그리드 방식 확장형 SAN ‘XIV’, 금융·통신으로 세력확장
FC나 iSCSI, FCoE는 스토리지 자체가 변하는 것은 아니고, 서버와 스토리지를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변화된 것이다. 하드웨어 아키텍처가 변한다는 차원에서의 발전이 아니며, 스토리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다른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스토리지 아키텍처는 1990년 EMC가 캐시기반의 RAID 기술을 적용한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제품 ‘시메트릭스’를 출시한 후 스토리지의 표준으로 자리잡아 왔다. 시메트릭스는 디스크 컨트롤러와 캐시메모리, 디스크를 연결하는 기본 아키텍처를 갖고 있으며, 디스크 장애에 대비해 다른 디스크나 같은 디스크의 일부에 데이터를 미러링하는 RAID 방식을 채택한다.
지난 20여년동안 스토리지 시장에는 수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하드웨어 자체의 변화는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주 단순화해서 이야기하면 기본 스토리지에 FC 디스크를 탑재하면 하이엔드 스토리지, SATA 디스크를 탑재하면 미드레인지 스토리지가 되는 식이었다.
그러나 데이터량이 급증하면서 디스크의 크기가 커지자 디스크 컨트롤러가 데이터의 입출력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병목현상이 큰 이슈가 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스토리지 벤더들은 캐시메모리를 늘려 이 문제를 해결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공하지는 못했다. 가상화니 씬프로비저닝이니 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통해 병목현상을 일부 제거할 수 있었으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라는 추가적인 비용부담이 발생했다.
IBM의 XIV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른다. 기존 스토리지 아키텍처가 병목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캐시메모리 용량을 늘렸던 것과 달리 XIV는 캐시와 메모리를 쪼개서 그리드 방식으로 엮는다. 단일 프로세싱만 보면 캐시방식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리지만, 데이터가 오가는 과정에 병목현상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인 초당 처리건수는 훨씬 더 빠르다.
XIV 한국총판을 맡고있는 정형문 헤이워드테크 사장은 “XIV는 SATA 디스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하단의 처리속도가 다소 느릴 수 있지만, 스토리지의 고질적인 문제인 병목현상이 없기 때문에 SSD를 탑재한 기존 하이엔드 스토리지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XIV의 또 하나의 장점은 소프트웨어를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XIV 자체가 가상화를 기반으로 하는 그리드 방식으로 묶여있으며, 스스로 최적화하고, 자체 미러링으로 이중화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소프트웨어가 필요 없다. 또한 확장형 스토리지 제품으로 용량추가가 용이하다. XIV는 지난해 금호건설, 아시아나항공,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엔터프라이즈 고객을 확보했으며, 올해 초 SK텔레콤의 고객 데이터베이스 분리업무에 180TB의 용량을 공급하면서 영역을 크게 확장하고 있다.
XIV 세력확장에 EMC ‘긴장’
XIV가 출시됐을 때, 그리고 초대 한국EMC 사장을 역임한 정형문 헤이워드테크 사장이 XIV의 총판을 시작했을 때, 나아가 IBM이 XIV를 인수하고 EMC에 대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였을 때 EMC는 적잖이 긴장한 모습이었다. EMC의 최대 자산인 시메트릭스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그리드 방식 아키텍처의 놀라운 상상력과, ‘스토리지’라는 개념도 생소한 1990년대 초반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를 한국에 들여와 엄청난 속도로 시장을 키워놓은 정형문 사장의 영업력이 결합한 XIV는 단번에 스토리지 시장을 재편시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정형문 사장은 “EMC 시메트릭스는 국내에 첫 출시한지 3년만에 첫 고객을 맞았다. 반면 XIV의 첫 레퍼런스는 한국에 소개한지 4개월만에 확보했다. XIV가 짧은 시간에 금융·통신시장 까지 진출한 것은 새로운 기술력을 시장이 인정한 것”이라고 자신했다.
XIV가 EMC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면서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공략하자 EMC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지침을 내부적으로 정하기도 했다. 그 지침은 주로 XIV의 한계에 대한 것인데, XIV가 확장형 아키텍처를 채택하고 있지만 디스크 단위로 확장이 가능한 SAN과 달리 기 구성된 장비 전체를 도입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XIV의 취약점인 SATA 디스크는 집중적으로 비판받는 항목이다. SATA 디스크로도 충분한 성능이 나온다는 XIV 측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시장에서 SATA 디스크가 장착된 스토리지는 미드레인지급으로 규정하는 고정관념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XIV는 미션 크리티컬 업무에 적당하지 않다’고 공격하는 것이다.
EMC V-Max, “스토리지의 세 번째 혁명”
EMC의 강한 반격에도 XIV가 시장에 자리를 잡기 시작하자 EMC도 시메트릭스의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EMC는 4월 수평선에 파란 태양이 반쯤 올라온 일출 사진을 소개하면서 ‘스토리지 기술의 세번째 혁명’이라고 정의 내린 ‘EMC 시메트릭스 V-Max’를 출시했다.
파란색 태양만큼 신선하고 파격적인 새로운 아키텍처를 채택했다는 V-Max를 EMC는 확장형 ‘프리미엄’ 하이엔드 스토리지라고 설명한다. ‘프리미엄’이라는 단어를 특별히 강조한 것은 기존 하이엔드 스토리지인 시메트릭스 라인은 현재대로 유지하면서 시메트릭스보다 더 고성능·고가용성을 요구하는 고객의 요구에 맞춘 스토리지라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하기 위해서다.
가상화 데이터센터에 최적화된 V-Max는 ‘가상 매트릭스 아키텍처(Virtual Matrix Archi tecture)’를 적용해 아키텍처 자체를 가상화했다. XIV가 캐시와 메모리를 쪼개 가상화 기반의 그리드에 배치했다면 가상 매트릭스 아키텍처는 메모리를 내장한 멀티코어 CPU를 가상 메트릭스 위에 배치해 CPU 자체를 가상화했다. 스토리지에서는 처음으로 인텔 제온(Xeon) 멀티코어 프로세서를 채용해 유휴 CPU와 메모리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으며, 스토리지 프로비저닝과 자동 계층화를 통해 스토리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시메트릭스는 SAN 구성 시 개별 마스킹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복잡한 작업이 필요하고, 초기 구성 후 변경이나 추가가 있을 때마다 재작업을 해야 한다. V-Max는 자동 프로비저닝 그룹 기능을 통해 HBA와 포트를 각각 가상 그룹으로 묶어 하나의 단위로 보여주므로 관리가 편하고, 변경이나 추가 작업이 간편하다.
수백개의 V-Max 엔진을 병렬구성할 수 있어 물리·가상 서버 지원 대수에 제약이 없으며, 디스크 드라이브도 수만대 이상 지원할 수 있어 성능저하 없이 최대 2페타바이트(PB)까지 확장된다.
FC는 물론이고, FICON, 기가빗 이더넷, iSCSI 접속까지 지원하기 때문에 어떤 스토리지 환경에도 적용 가능하며, SSD, FC, SATA 드라이브를 혼용할 수 있어 데이터를 업무 중요도에 따라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다.
허주 한국EMC 마케팅 부장은 “V-Max는 기존 하이엔드 스토리지 대비 3배의 성능과 2배의 접속속도, 3배의 용량 확장이 가능하다”며 “드라이브 비용 17%, 소비전력·냉각장치 비용 32%, 드라이브 수 38% 까지 줄이면서 성능을 38%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page_break)아이실론, 블록 데이터 처리하는 NAS로 ‘기술 혁명’
NAS(Network Attached Storage)는 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NFS(Network File System)를 개발하면서 첫 선을 보였으며, 현재 SMB/CIFS, NCP, Appletalk, HTTP, FTP 등의 프로토콜을 사용한다. NAS는 IP 네트워크를 이용하기 때문에 구성이 용이하고 관리가 편하다. 데이터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어 주로 미디어 데이터와 같이 파일기반 데이터를 전송에 많이 쓰여 방송장비나 포털사이트 등에서 NAS를 채택해 왔다.
NAS의 변화를 이끄는 기술은 아이실론의 확장형 NAS를 들 수 있다. 아이실론은 ‘클러스터 스토리지’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면서 대용량 파일기반 데이터를 처리하는 시장에서 줄곧 1위를 달려왔다. 클러스터 스토리지는 CPU, 메모리, 하드디스크, 운영체제를 묶어 노드 아래에 배치한 것을 수평적으로 길게 확장시켜 SAN처럼 관리할 수 있으면서도 데이터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미디어 데이터라는 틈새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아이실론은 지난 3월 NAS 시스템으로 블록기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확장형 NAS ‘S-시리즈’를 새롭게 출시하고 대형 엔터프라이즈 기업의 미션크리티컬한 업무영역으로 진출을 선언했다.
S-시리즈는 랜덤 IO와 데이터 트랜잭션이 높은 환경에 최적화돼 단일 파일시스템 내 IOPS가 기존 NAS보다 10배 이상 높은 100만 IOPS를 제공하며, 동시에 초당 30GB가 넘는 처리량을 보인다. 1만5000RPM SAS 드라이브 기술과 4개의 10Gbps 이더넷 인피니밴드, 노드당 최대 16GB의 캐시 메모리와 클러스터 환경용 OS인 5세대 OneFS가 결합돼 블록기반 데이터를 처리하는 애플리케이션에서 높은 성능을 제공한다.
백승권 한국아이실론 부장은 “가상화 서버가 늘어나면 스토리지와 통신하는 데이터의 양이 많아져 컨트롤러에서 병목현상이 나타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NAS 스토리지는 CPU 개수를 늘리고, 메모리와 네트워크 밴드위스를 높였다. 그러나 이러한 트래픽을 제어하는 OS는 하나뿐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데이터 통신 속도를 높일 수 없다”고 지적한다.
백 부장은 “OneFS는 분산된 파일을 모든 컨트롤러가 동일하게 읽을 수 있어 전체적인 처리량을 높일 수 있으며 파일을 공유하기도 쉽다”며 “확장이 쉽고 안정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파일기반 데이터 뿐 아니라 데이터베이스와 같은 블록 기반 데이터를 처리하는데도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HW 활용도 높일 수 있는 ‘유니파이드 스토리지’ 유행
SAN과 NAS는 적용되는 업무 범위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경쟁관계에 놓여있는 것처럼 인식됐다. 마치 SAN의 대안으로 제시된 NAS가 여전히 SAN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식이다. 그러나 iSCSI, FCoE와 같은 새로운 네트워크 기술이 발달하고, 확장형 SAN인 XIV, 확장성 NAS인 아이실론과 같은 새로운 아키텍처의 등장과 함께 SAN-NAS의 경쟁구도는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이종혁 한국넷앱 기술영업총괄 이사는 “SAN vs NAS의 논쟁은 오래 전 끝난 이야기”라며 “SAN과 NAS 모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서로 통합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SAN이냐, NAS냐가 아니라 애플리케이션의 특성에 맞는 환경을 구성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SAN과 NAS를 동시에 지원하는 유니파이드 스토리지(Unified Storage)가 출시되는 것은 스토리지 환경을 비즈니스 요구에 맞게 유연하게 변화시키기 위해서라는 것이 넷앱의 설명이다.
넷앱의 ‘FAS3100’ 시리즈는 SAN과 NAS를 동시에 지원하는 미드레인지급 스토리지로, 스토리지 인프라를 간소화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식으로 복잡한 요구 사항을 처리할 수 있다. SAN, NAS, 주 스토리지 및 보조 스토리지 등의 다양한 요구를 통합된 플랫폼으로 제공할 수 있으며, 스냅샷 복사본 생성 시 지속적이고 안정된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사용자의 환경에 따라 FAS3100 제품군에서 하이엔드급 FAS6000 환경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며, 업무 우선순위를 자유롭게 조정해 중요한 애플리케이션에 신속하게 응답할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다.
특정 산업 특화된 맞춤형 스토리지 솔루션
유니파이드 스토리지는 고객이 어떤 환경을 요구하던지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는 유연함을 특징으로 하지만,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특별한 업무영역이나 산업군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특히 방송과 같이 고도의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경우 별도의 맞춤형 솔루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근 방송·미디어 시장에서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는 디지털 방송 전환을 위해 시스템을 구축할 때 촬영장비와 편집장비, 송출장비가 상호 연결이 되도록 표준화 상태에서 작업을 해야 한다.
디지털 방송 전환을 위한 시스템 구축시 가장 어려운 것은 촬영팀, 편집팀, 송출팀이 각자의 의견이 너무 강해 의견취합이 안된다는 것이다. 각자 영역에서 최고의 솔루션을 고집하지만, 촬영팀에서 촬영한 영상이 편집장비에서 읽을 수 없는 포맷이거나 편집을 맞춘 콘텐츠가 송출장비에 맞지 않는 규격인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한다. 따라서 각 영역에서 최고의 기술을 가진 전문 솔루션을 통해 생성된 콘텐츠를 동일한 포맷으로 변환하거나 상호 호환성이 있는 형식으로 변경시켜 전송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HP가 지난 2월 발표한 ‘HP 미디어센터(Media Center)’가 이러한 작업에 특화된 솔루션이다.
미디어센터는 생성되는 미디어 콘텐츠를 스토리지에 통합 저장하며, 저장된 HD급 영상 콘텐츠를 비선형편집기(NLE)를 통해 다시 편집하고 통합 스토리지에 저장한다. 편집이 완료된 콘텐츠는 트랜스코딩 SW를 거쳐 지상파 송출용, IPTV 송출용, 검색용 등으로 나뉘어 역시 통합 스토리지에 저장된다. 미디어 코어에서 제공하는 지상파 송출용 솔루션을 통해 마치 실제 방송국과 같은 환경으로 지상파 송출이 이뤄지며, IPTV 솔루션으로 HP 미디어 센터를 포함, 어디에서나 IPTV 시청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미디어센터에서는 사용자에게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CDN과 VOD, 그리고 스트리밍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지원하며, 블레이드 시스템을 채택해 변화와 통합에 유연하게 대처,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IPTV 중앙 통합방송센터에 최적화됐다.
네트워킹 연결을 가상화해 랜이나 SAN 연결 세팅을 바꾸지 않고 서버를 자유롭게 추가, 감소, 교화, 제거할 수 있어 시스템 관리 및 구성을 더 단순화할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서버 시스템과 스토리지를 한 인클로저 안에 구성해 단일 관리툴로 통합관리할 수 있어 관리비용과 데이터센터 공간, 냉각, 전력 문제를 해결한다.
애플리케이션에 최적화된 스토리지 환경 구현해야
데이터 관리와 보호가 점차 중요해지면서 다양한 스토리지 하드웨어 기술이 나타나고 있으며, 여러 가지 적용방법이 구현되고 있지만, 기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단 하나의 기본 원칙은 ‘어떤 업무에 적용할 것인가’이다. SAN, NAS, DAS 기타 여러 가지 다른 어떤 아키텍처를 채택하던지 각 업무에서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에서 가장 좋은 성능을 낼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하는 것이 새로운 스토리지 기술을 채택하는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다.
김일동 델코리아 이사는 “세일즈맨들이 고객에게 하는 말 중 가장 의미 없는 것이 SAN이냐, NAS냐 선택하라는 것이다. 고객들은 어떤 환경을 선택하든 자신의 데이터에 적합한 제품, 애플리케이션에 최적화된 환경을 구성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SAN과 NAS를 논의하는 것은 고객의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스토리지 구성의 일반적인 방법은 ▲SAN: 기업의 핵심업무이며, 고속으로 처리해야 할 경우 ▲iSCSI: 핵심적이고 중요한 업무이지만 FC를 사용할 정도로 고속을 요구하지 않을 경우 ▲클러스터 스토리지: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보내야 할 경우 ▲NAS: 상대작으로 속도에 민감하지 않으며 대용량 데이터의 QoS를 보장해야 할 경우 ▲DAS: 확장성을 요구하지 않으며 비교적 빠른 속도로 데이터 저장을 할 경우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일반적인 분류방법이 그대로 현장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에서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의 성격에 따라 스토리지 환경을 구성하는 것은 전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라클은 기업을 대상으로 데이터베이스 서비스를 하는 업무에 넷앱의 NAS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SAN보다 유연하고 활용도가 높으며, 관리가 편하기 때문이다.
이종혁 이사는 “NAS나 iSCSI가 속도가 느리고 안정성이 떨어져 기업 핵심업무에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은 SAN을 고수하는 벤더들이 주장하고 싶은 것”이라며 “외국의 많은 기업들은 기간계 업무나 DB업무, ERP 등에 iSCSI와 NAS를 적용하고 있다. NAS를 미드레인지급 업무로 한정시켜서는 안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그는 “오라클이 DB 서비스 업무를 NAS로 구성한 것은 스토리지 통합이나 개발하는 환경에서 많은 이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라클은 NAS를 사용하면서 한 번도 장애가 발생하거나 문제가 생긴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NAS 환경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에서 특히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 언제나 어떤 데이터에라도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폐쇄적인 네트워크로 구성된 SAN으로는 구현할 수 없다. SAN은 데이터 공유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네트워크에 접근하기 쉬운 NAS가 보다 많은 장점을 제공할 수 있다.
데이터를 공유하되, 사용자는 읽기만 가능한 환경을 구성한다면 WORM 스토리지를 이용한 NAS가 제안된다. 예를 들어 공인전자문서보관소와 같은 컴플라이언스를 위해서는 데이터 공유가 용이하되, 보관된 데이터의 진본성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하는 환경에서 WORM 스토리지로 구성한 NAS가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만일 기업이 자체적인 클라우드 환경을 구성하고자 하는데, NAS의 개방성이 걱정된다면 네트워크 기반의 SAN인 iSCSI를 활용할 수 있다. iSCSI를 이용해 IP 네트워크를 타고 기업의 SAN에 도달할 수 있으면 권한이 있는 제한된 사용자만 안전하게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데이터 처리 속도와 보안성이 이슈라면 FCoE를 선택할 수 있다. IP망보다 빠르게 SAN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혁 한국넷앱 이사는 “반드시 SAN을 활용해야 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있지만, SAN으로만 스토리지 환경을 구성하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각각의 업무에 따라 적합하게 구성해 사용하고 있다”며 “기업이 요구하는 환경을 가장 잘 이해하고, 최적화된 상태를 구현해 줄 수 있느냐가 스토리지 기술을 선택하는 단 하나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