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북핵 리스크와 B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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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북핵 리스크와 B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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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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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기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안 채택을 계기로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북핵실험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사안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는 군사충돌이 발생한다면 국내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나아가 사회혼란으로 인해 재해, 재난에 못지 않는 엄청난 경제활동의 마비와 기업활동 중단 영향을 예상할 수 있다.

9·11 테러 이후 나타난 ‘포괄적 안보(Comprehensive Security)’ 개념 하에서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협하는 국가 위기에는 전통적인 안보 위기뿐 아니라 국가 생존성과 운영유지의 기반이 되는 핵심기반 위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자연재난, 인적재난 위기 등이 포함된다.

북핵 리스크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창궐하고 있는 신종 인플루엔자, 1.25 인터넷대란의 원인이었던 악성 컴퓨터바이러스 등 오늘날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요소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전혀 예기치 못한 형태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는 무엇보다도 국가위기관리시스템, 주요기반시설에 대한 국민의 신뢰 확보가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금융인프라인 시중 대형 은행의 경우, 국제바젤위원회가 규정하는 신바젤협약(바젤II) 지침에 따라 운영리스크 관리 최고 단계인 ‘고급측정법’을 금감원으로부터 승인받아 시행하고 있다. 운영리스크 관리란 전쟁, 건물 및 전산시스템의 붕괴, 사기, 횡령 등 손실 발생 때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BCP(Business Continuity Planning)를 수립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바젤II의 중요한 요소다. 실제 9·11 테러에도 당시 월드트레이드센터내 입주한 글로벌 금융사 골드만삭스의 경우 국제수준의 ‘운영리스크 관리’ 체제를 갖춰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었다고 한다.

BCP에서는 최악의 상황(worst-case scenario)을 염두해 두고 적극적, 선제적 대비와 대응책 마련을 중요시 한다. 이번 북한 핵실험으로 인해 특히나 국가차원에서는 기반시설(infrastructure) 업무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전력, 수도, 정유 및 금융인프라 운영 등에 대한 안전과 가용성을 재점검하고 비상 시 대응/복구 역량확보에 집중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본다.

또한 경제활동의 중심 축인 민간기업의 위기관리체계 역시 재조명해봐야 할 것이다. 지난 2006년 7월 북핵사태의 경우를 다시 돌아보면, 사태가 호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경제환경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현대, LG, SK 등 일부 대기업들은 북핵 관련 태스크포스나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했다. 전경련은 북한의 핵실험 이후 30대 그룹 구조조정본부 임원으로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금융과 실물시장 동향과 업종별 파급영향을 점검하는 등 정부뿐 아니라 민간 기업 역시 위기관리 조직과 프로그램을 수립해 북핵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적극적 대응을 준비했었다.

지난 2003년 8월, 미국에서는 수십 초 동안 5000만 인구에 전력공급이 끊기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외부의 방해공작 때문이 아니라 단순 실수로 인한 것이었고, 바로 복구돼 정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도시에 물을 공급하는 시설까지 전력 망에 의존하는 여러 대도시에서 전력이 차단돼 공중보건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던 아찔한 사건이었다. 실제로 한나라의 경제를 망하게 하려고 작정한다면 주요 발전소 몇 군데를 집중 공격해서 심각한 타격을 주면 몇 달, 아니 몇 년 동안 에너지공급이 마비될 수도 있다.
 
리스크관리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명언이 있다. “가장 취약한 부분이 시스템 전체의 리스크관리 수준인 셈이다(We're only as strong as the weakest of us).” 국가 위기관리체계와 주요기반시설을 다시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참고] BCP :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선진 리스크관리체계로 금융감독원을 통해 업무연속성 계획으로 소개된 용어로 Business Continuity Planning의 약자다. 재해, 위기 상황에 대한 예방/대비/대응/복구 전 단계에 대한 대내외 역량확보와 체계운영 및 관리를 포함하는 포괄적 프로세스와 운영체계를 의미하며 BCM(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과 같은 용어다. BCM은 조직을 위협하는 잠재영향을 파악하고, 주요 이해관계자의 이익, 조직의 평판, 브랜드 및 가치창출활동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대응 및 복원역량 확보를 가능케 해주는 통합 경영 프로세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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