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도메인, 결국 ‘넷앱’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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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도메인, 결국 ‘넷앱’ 품으로
  • 김선애 기자
  • 승인 2009.06.1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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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투치 EMC 회장, 공개서한 통해 포기하지 않을 뜻 비춰

데이터 중복제거 전문기업 ‘데이터도메인’을 사이에 둔 EMC와 넷앱의 구애경쟁에서 넷앱이 판정승을 거뒀다. 데이터도메인 주주들이 넷앱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러나 판정패 당한 EMC는 ‘넷앱에서의 성장보다는 EMC에서의 성장이 더욱 더 클 것’이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다시 띄우면서 구애의 손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상도의’ 벗어난데다가 아바마 한계 인정한 EMC의 패착” 비판
넷앱은 데이터도메인 주주들이 데이터도메인의 모든 발행주를 현금으로 인수하겠다는 EMC의 제안을 거절하고 넷앱과의 인수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15일 발표했다.

넷앱은 지난달 20일 데이터 도메인 인수에 대한 확정적인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금액은 주당 25달러인 약 15억달러였다. 그런데 지난 2일 EMC가 넷앱보다 20%나 많은 18억 달러를 전액 현금으로 제공한다는 제안을 하면서 데이터도메인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경쟁사와 인수협상이 완료단계에 이른 상태에서 EMC가 ‘전액 현금’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무리한 승부수를 띄운데 대해 업계에서는 “넷앱이 중복제거 기술을 갖추게 되면 EMC에 큰 위협이 될 것이기 때문에 다급하게 제안한 것”이라는 비판적인 분석이 제기됐다.

실제로 EMC는 ‘리스크가 큰 모험’이라는 점에 대해 동의하며 “데이터도메인을 놓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EMC는 소스기반 중복제거 기술을 갖춘 자사의 ‘아바마’와 타깃 기반 중복제거 기술을 갖춘 ‘데이터도메인’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MC의 ‘다이아몬드’에 흔들리는 데이터도메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넷앱은 EMC보다 1억 달러 많은 ‘19억 달러’를 주겠다고 다시 제안했다. 돈으로 흔들리는 ‘순정’을 돈으로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결국 데이터도메인 주주들은 넷앱의 손을 들어줬고, EMC는 자사의 중복제거 솔루션 ‘아바마’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한데다가 ‘상도의’에 어긋난 무모한 승부수를 띄웠다는 비판까지 받게 됐다.

조 투치 회장 “그래도 EMC가 더 좋다”
그러나 데이터도메인이 넷앱과의 의리를 끝까지 지킬지는 알 수 없다. 조 투치 EMC 회장이 공개서한을 통해 “EMC가 제시한 금액은 넷앱이 제시한 조건보다 더 좋다”며 “EMC는 데이터도메인에 넷앱보다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있다”는 러브레터를 띄웠기 때문이다.

조 투치 회장의 서한에는 ▲EMC가 스토리지 분야에서 지속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는 점 ▲다양한 기업을 합병하면서 스토리지 분야에서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내왔다는 점 등을 들어 “데이터도메인도 EMC의 가족으로 통합되는 것이 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길”이라고 설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데이터도메인이 가지고 있는 타깃 기반의 중복 제거 기술은 미래 스토리지 기술에 있어 중요한 것이다. EMC는 데이터도메인에 투자할 것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보다 빠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투치 회장의 공개서한에 대해 EMC 측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EMC 관계자는 “데이터도메인 인수를 위한 EMC의 노력 때문에 EMC가 어떤 손해를 보았다고 말하기는 곤란하다”며 “데이터도메인과 EMC는 윈윈 게임을 했지만, 넷앱은 무리한 인수금액을 제안했기 때문에 투자금액을 회수하는데 상당기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넷앱은 “절대 무리라고 할 수 없다.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으며, 투자여력이 있기 때문에 결정한 것”이라며 “이미 끝난 일에 미련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EMC의 저의가 더 의심스럽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한편 데이터도메인 관계자는 “기술이나 데이터도메인이 추구하는 가치의 측면에서 봤을 때 EMC보다 넷앱과 공유할 부분이 더 많다. 데이터도메인 기술은 넷앱과 잘 맞는다”며 넷앱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댄 워맨호벤(Dan Warmenhoven) 넷앱 회장은 “데이터 도메인의 주주들은 단기·장기적인 인수 가치를 잘 알고, 넷앱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조속한 절차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넷앱과 데이터 도메인의 결합은 고객과 직원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 인수를 통해 양사는 비즈니스 위험을 줄이고, 제품과 서비스를 향상시키며, 넷앱의 영업팀과 마케팅을 통해 데이터 도메인의 제품들을 미국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에 있는 고객들에게 제공 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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