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아이태니엄 또 연기…HP 유닉스 출시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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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아이태니엄 또 연기…HP 유닉스 출시 ‘차질’
  • 김선애 기자
  • 승인 2009.05.2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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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유닉스 프로세서 중단하면 HP 슈퍼돔 심장 잃는 것”

인텔이 오는 하반기 출시하기로 했던 차세대 유닉스 서버 프로세서 ‘아이태니엄(코드명 투킬라)’ 출시시기를 내년 1분기로 또 다시 연기했다. 이로인해 투킬라를 탑재한 유닉스 서버 신제품군도 내년으로 미뤄져 하반기 출시 예정인 'HP 슈퍼돔’도 올해 안에 햇빛을 보기 어렵게 됐다.


인텔은 21일(본사 현지시각) “시스템을 테스트하는 동안 애플리케이션 확장성을 더 강화할 수 있는 기술을 발견했다”며 투킬라 출시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투킬라는 원래 지난해 말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성능상의 문제 때문에 오는 여름 경 출시한다고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당시 인텔은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6개월 가량 출시시기가 연기되는 것은 흔하게 있는 일”이라며 “아이태니엄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성능을 보다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인텔, 아이태니엄 지속할 의지 있나
전세계적으로 유닉스 서버 시장이 크게 침체된 가운데 인텔이 아이태니엄 칩을 두번이나 연기하면서 ‘인텔은 아이태니엄을 지속할 의지가 없다’는 경쟁사의 공격이 더 심해지고 있다.


특히 5.0GHz에 이르는 무서운 속도의 IBM ‘파워 6(POWER 6)’ 프로세서가 지난해 큰 성과를 거뒀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인텔 아이태니엄 칩을 탑재한 HP 슈퍼돔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에 등극한 바 있어 “파워를 이길 자신이 없어서 투킬라 발표계획을 연기하는게 아닌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아이태니엄의 출시시기가 계속 늦어지면서 아이태니엄이 기술의 발달에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인텔은 45나노 공정으로 칩을 생산하고 있으며, 올해 말 32나노 공정으로 업그레이드 할 계획이다. 그러나 아이태니엄은 65나노 공정으로 생산될 예정이며, 다음 버전인 펄슨(Poulson) 부터 45나노 공정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진다. 32나노 프로세서가 주류를 이루는 상황에서 65나노 공정 프로세서는 무려 두 세대나 뒤쳐진 기술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하이엔드 프로세서는 로엔드 프로세서보다 높은 안정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 발 늦게 신기술을 채택한다. 그러나 두 세대나 늦은 기술이 시장에서 용인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텔측은 ‘안정성’을 강조하며 “로엔드 급에서 확실한 안정성이 인정된 기술을 하이엔드급에 적용하면서 성능과 안정성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하이엔드 기술이 로엔드만큼 빠르게 움직일 수는 없다”고 해명한다.


나승주 인텔코리아 부장은 “아이태니엄 연기를 결정한 것은 제품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라며 “막바지 테스트를 하는 과정에서 확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기술을 발견했다. 현재 단계에서도 아이태니엄의 성능은 뛰어나지만, 현재 IT 환경에서 확장성이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되기 때문에 시장의 요구에 더 적합하게 맞출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출시시기를 조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승주 부장은 “아이태니엄은 x86 서버와 달리 확장성과 안정성이 중요한 미션크리티컬한 영역에 적용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보다 완성도 높은 기술이 필요하다”며 “인텔은 확실한 로드맵을 갖고 안정적으로 신기술에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아이태니엄에 의지가 없어서 신제품을 연기한다는 것은 경쟁사의 공격일 뿐이다”고 강조했다.
 
각종 소송 휘말린 인텔, 아이태니엄 신경 쓸 겨를 있을까
인텔의 공식 해명은 차세대 아이태니엄을 기다려온 고객들을 납득시키기 어려워보인다. 파워6로 재미를 본 IBM이 “아이태니엄은 2GHz 이상 속도를 낼 수 없을 것이며, 인텔이 발표한 로드맵대로 아이태니엄 기술개발이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해왔는데, 인텔이 투킬라 발표를 두번이나 연기하면서 IBM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꼴이 됐기 때문이다.


인텔이 아이태니엄의 성능에 자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이태니엄 사업 자체에 대한 의지가 없어서 출시를 차일 피일 미루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닉스 서버라는 특정한 분야에만 적용되는 아이태니엄 프로세서의 매출규모는 인텔 전체 매출을 두고 봤을 때 극히 적기 때문이다.


인텔은 최근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유럽연합으로부터 3심 최종판결에서 10억600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 받았으며, 또다시 항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동시에 GPU 등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중소규모의 작은 전문업체와 특허공방에 열을 내고 있다.


인텔은 마치 싸움닭처럼 끊임없이 경쟁업체를 고소하고, 피소당하면서 동시에 “시대에 뒤떨어진 기술로 시장을 독점한다”는 거센 비난에 대응해야 하는 등 복잡한 상황에 처해있다.


게다가 인텔은 유닉스 서버를 만들지 않고 프로세서를 유닉스 서버 벤더에게 판매한다. 인텔 아이태니엄 매출의 대부분은 HP 슈퍼돔을 통해 이뤄진다. 즉 인텔이 아이태니엄을 당장 중단한다 해도 인텔의 실적에 심각한 영향을 입지 않는다. 인텔이 아이태니엄에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신난 IBM, 표정관리 어려워
인텔이 아이태니엄의 연기를 발표하면서 곤란한 입장에 처한 곳은 HP다. 유닉스 시장의 3대 강자는 HP, 썬, IBM이며, HP가 대체로 선두를 지키는 편이다. HP는 인텔에게 아이태니엄 프로세서를 제공받으며, 썬과 IBM은 자체개발한 스팍(SPARC)과 파워 프로세서를 갖고 있다.


HP는 하반기 발표할 예정이었던 투킬라에 맞춰 자사의 유닉스 시스템 슈퍼돔 로드맵을 수립하고, IBM의 메인프레임을 강하게 공격하며 얼마 남지 않은 메인프레임 고객을 새로운 슈퍼돔으로 윈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두 번이나 아이태니엄 발표계획이 미뤄지면서 HP의 이러한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그동안 IBM과 썬은 “인텔이 아이태니엄을 중단하면 슈퍼돔은 심장을 잃게 된다”며 슈퍼돔의 생명이 인텔에게 달려있다고 비판해왔다.


실제로 인텔이 아이태니엄 출시계획을 미루면서 HP 역시 어쩔 수 없이 슈퍼돔 출시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 IBM과 썬의 예측이 제대로 들어맞은 것이다.


이러한 지적에 전인호 한국HP ESS 전무는 “아이태티엄 출시 연기로 HP가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예측은 경쟁사의 바람일 뿐”이라고 일축하며 “하이엔드 시장에서 여전히 우리가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차세대 아이태니엄이 조금 늦어진다 해서 HP가 가진 경쟁력에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전인호 전무는 “작년 우리나라에서 IBM의 파워 시스템이 매출을 크게 올린 것은 미드마켓에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슈퍼돔의 주무대인 하이엔드 시장에서는 여전히 슈퍼돔이 우위에 있다”며 “인텔은 아이태니엄의 장기적인 로드맵을 약속했고, HP는 이에 맞춰 애플리케이션 기업들과 협력해 고객에게 가장 높은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이태니엄 출시 연기에 신이 난 IBM은 표정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자사의 파워시스템을 자랑할 때 마다 “투킬라는 제 때 출시될 수 없을 것”이라고 ‘초를 쳐’왔던 IBM은 투킬라 연기 소식에 대해 드러내놓고 좋아할 수는 없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반가운 기색을 애써서 감추지도 않는다.


탁정욱 한국IBM 상무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때가 아니다. IBM의 전략은 변함없이 그대로 진행된다”며 “지금까지는 세계적으로 HP가 다소 강세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의 흐름은 IBM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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