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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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다시 본다
  • 데이터넷
  • 승인 2009.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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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철
필자는 1995년 광조우(廣州)를 방문하며 중국 땅을 처음 밟았었다. 당시 한중 수교 초창기라 비자 발급이 원활하지 않은 관계로 홍콩을 통해 중국에 입국할 수 있었다. 홍콩에서 중국 광조우로 기차를 타고 여행하며 받은 첫 인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산등성이 하나 없는 광활한 대지와 농민, 노동자들의 물결이었다. 또한 광조우에 입성해 받은 두 번째 인상은 남방의 다양한 음식들, 지저분한 시장 골목, 넘쳐나는 도시 빈민들과 백화점의 수 천 만원을 호가하는 골동품들이었다. 당시 광조우는 서울 규모에 육박하던 시기였다.

다양한 중국
오늘날 한국인은 중국을 어떻게 볼까? 조선족 노동자, 멜라민 파동, 가짜 농산물, 짝퉁 등 한국인에게 인식된 중국의 모습은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더 많지만 이는 중국의 본 모습이 아니다. 왜냐하면, 중국은 넓고 중국인은 많기 때문이다. 중국의 한 끝자락만 보고 중국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한국에서 일하는 조선족보다 훨씬 많은 중국의 화교들이 미국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사업을 하고 있고, 중국에는 품질 좋은 농산물도 넘쳐난다. 이상하게도 한국에 수입되는 제품들은 이런 질 좋은 제품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은 광활하고 비옥한 대지 위에 무수한 잠재가치의 사람들 즉, 고객이 존재한다.

90년대 후반 한국과 경제교류가 잦아지면서 많은 한국 기업이 중국의 값싼 노동력과 정부의 지원을 얻어 청도, 천진, 심천 지역 등에 많은 제조 공장을 세웠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중국을 떠나는 한국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인건비 상승과 노동자 인권에 대한 이슈가 증폭되며 비용대비 생산성을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본질적인 이유는 우리 기업의 전략이 중국을 생산기지로 단순 활용에 그쳤던 이유와 중국 내수 시장에 대한 공략에 집중하지 못한 탓이다. 현재 중국은 제조업 중심에서 하이테크, 금융, 에너지, 서비스 산업 등으로 급속히 이전해 가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 들어선 중국이 아닌 중국이라는 거대한 내수 시장의 잠재적인 가치가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멀리 보는 중국
한국인은 우리나라가 ‘옛날부터’ 중국보다 윤택했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소득 수준도 높고 문화수준도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현재의 조류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위험하고 단편적인 발상이다. 대한민국이 중국보다 잘살았던 시기가 과연 얼마나 될까? 조선시대에는 원나라, 청나라에 조공을 바치지 않았나? 일제식민시대나 한국전쟁 때는 또 어땠을까?

우리가 북한보다 경제적인 우위에 선 것도 80년대 들어서면서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소득수준이 높았던 시기는 우리민족 5000년 역사 중 수십 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오래 전부터 중국보다 앞서고, 잘 살았으며 앞으로도 오랜 기간 혹은 영원히 잘 살 것이라는 착각 속에 있지는 않은가.

우리가 앞으로 100년간 중국으로 일자리를 구하러 가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은 생각해 보지 않았는가. 엔고 현상으로 일본인이 물밀듯이 한국의 대형 쇼핑센터를 장악하고 있듯이 얼마 후에 일반 중국인이 한국에 쇼핑관광을 하러 오지 않을까. 우리는 역사 현실을 바로 직시해야 한다. 앞으로 이 기간이 몇 년간이나 지속될까. 미국이 세계의 권력자로 등장한 것은 두 번의 세계전쟁을 통해 힘을 축적한 결과다. 소비에트연방이 무너지고, 팍스 아메리카(Pax America) 체제가 시작된 지 30년도 지나지 않았다. 이제 어느 누구도 중국이 21세기에 새로운 강자로 등장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미국이 세계의 패권국가가 된지 고작 100년도 가지 못하고 권력의 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중국
중국에는 40대의 젊은 지도자가 많다. 정부 요직의 인사를 만나는 자리에는 40대 젊은 CEO와 50~60대의 간부가 함께 나오는 것은 일상이 됐다. 필자가 방문한 우시(無錫)의 당서기는 43세로 우시를 첨단 벤처 도시로 조성하고자 60대의 참모를 두고 참신한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시는 우리나라의 836정책과 비슷하게 유학파 벤처기업가를 유치하는데 힘을 기울이는 등 연고가 없는 기업가에게도 창업과 도전의 기회를 주고 있다. 필자가 만난 어느 공영TV의 CEO도 고등학교 시절부터 영재로 발탁돼 인재 발탁 시스템을 통해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고 한다. 이들은 공산당에 소속돼 지적 능력, 봉사심, 충성도, 국제적 마인드 등을 검증 받는다. 단순히 ‘과학영재’만이 아닌 ‘지도자’ 양성 코스를 밟아 온 것이다. 현재의 후진타오(胡錦濤) 주석도 그런 과정을 거쳐 성장한 지도자라고 한다. 중국 공산당은 일찍이 그를 장쩌민(江澤民) 주석의 뒤를 이을 차세대 지도자로 지목해 10년 전부터 예정된 수순에 의해 지도자 훈련을 시켜왔던 것이다.

차별화된 전략 수립 시급
짝퉁 천국인 중국의 내면을 살펴보면 무서울 정도로 사회주의 체제아래서 리더들을 훈련하고 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보이지 않는 ‘인재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IT 분야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IT는 현재 상태라면 10년 이내에 중국에 덜미를 잡힐 것이고, 미국의 네트워크 공룡인 시스코도 10년 이내에 중국의 화웨이나 ZTE에 1위 자리를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 한국의 IT는 10년 전 아시아 1위라고 자랑하며 샴페인을 미리 터트렸다.

10년이 지난 지금 일본에게 덜미를 잡혀 뒤쳐지고 있고, 10년 후에는 중국이 이를 재연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심지어 베트남의 맹추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중국을 다시 보면서, 우리나라 IT기업과 정부는 중국과 함께 상생하며, 중국과 차별화를 기해 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을 시급히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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