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 개발자 키워내 국내 S/W산업 발전 이끌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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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 개발자 키워내 국내 S/W산업 발전 이끌 터”
  • 김나연 기자
  • 승인 2008.09.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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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
국내 벤처1호기업 비트컴퓨터(회장 조현정)가 올해로 창업 25년을 맞이했다. 업력 25년은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창업 이래 숱한 기록을 양산하며 국내외 언론들의 스포트라이트를 꾸준히 받아 온 장수기업. 이제 제2의 도약을 시작한 비트컴퓨터의 조현정 회장을 만나 그가 걸어온 길과 경영철학,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메인 메모리가 1메가도 되지 않는 시절, 자본금 450만원, 직원 2명으로 청량리 호텔 객실에서 맨손으로 PC사업을 시작해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역사, 소프트웨어의 역사, 의료정보의 역사를 일구어온 비트컴퓨터가 지난 8월 15일 창립 25주년을 맞았다.

1982년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는 의료보험 청구 프로그램 개발에 성공한 조현정 회장은 한글 글꼴이 없어 그림으로 한글을 표현해야 하는 시절 그야말로 ‘일’을 낸 것이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83년 대학 3학년 신분으로 비트컴퓨터를 설립했다. 이렇게 해서 벤처기업 1호, 소프트웨어 회사 1호, 의료정보 회사 1호, 오피스텔 원조 기업 비트컴퓨터가 탄생했다.

호텔방에서 창업한 벤처 1호
“24시간 일할 수 있는 쾌적한 근무환경을 고민하다가 청량리 맘모스 호텔 객실을 빌려 사무실을 차리고 사업자등록을 하러 세무서에 갔어요. 그런데 학생 신분에 듣도 보도 못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을 한다니까 공무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요. 게다가 사무실이 호텔방이라니까 이상한 사람 취급까지 하더군요.”

공무원들은 그런 업종은 없으니 그냥 돌아가라고 했다. 하지만 조 회장은 그런 공무원을 붙들고 설득에 설득을 다해 결국 업종 분류 코드가 없어 서비스 업종으로나마 사업자등록을 할 수 있었다. 사실 대학생 신분이었고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으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됐지만 사업자 등록을 강행한 것이다.

의료보험 청구 프로그램이 병원에서 각광받을 무렵 비트컴퓨터는 당시 3천만원이 넘는 종합병원 원무관리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개발하게 된다. 이후 사업은 순조롭게 성장, 83년 직원 3명으로 5천만원의 매출을, 84년 직원 5명으로 1억2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어 비트컴퓨터는 85년 자본금 6천만원을 마련, 법인 전환을 마쳤고 86년 직원 13명에 매출 3억7천만원의 안정된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88 서울올림픽 때 올림픽조직위에 납품한 성화봉송관리 소프트웨어는 비트컴퓨터의 비즈니스 스타일을 잘 보여준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올림픽조직위를 찾아간 조 회장은 성화봉송관리 프로그램을 무상 기증해 세계 여러나라 방송에서도 관심을 갖게 되면서 비트컴퓨터의 기술력이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조 회장은 “젊은 시절 이뤄낸 큰 성공은 사업과 경영에 대한 철학을 일찍이 확고하게 잡을 수 있게 해줬다”며 “그로부터 ‘나눔’이라는 화두를 비트컴퓨터의 바탕으로 삼고 정보 및 기술 공유, 비트교육센터를 통한 IT 인재 양성, 소외 계층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IT봉사 등을 실현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S/W 산업 생태계 위한 ‘교육’ 중요성 강조
“기술은 나눌수록 커진다”고 강조하는 조 회장은 벤처산업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플러스 섬 이론이 적용되는 영역이라고 말한다. 또 CEO는 자기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더불어 잘된다는 생각을 하면 더 큰 것을 얻게 되고 서로 손을 잡아야 자기 산업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된 생각이다.

비트교육센터는 비트컴퓨터가 상위 1%의 전문가를 양성해 국내 정보산업 인프라 확대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1990년에 설립한 엘리트 교육의 산실이다. 탁월한 재능과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입학이 가능하고, 입학했다고 모두가 졸업하는 것도 아니다.

조 회장은 “지금까지 배출된 7천800여명의 프로그래머들은 평생취업율 100%를 자랑하고 있다”며, “우수 IT인재가 많이 배출돼야 국내 S/W 산업 경쟁력이 높아지고 덩달아 시장도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프로젝트를 통해 나온 소스코드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매달 개방하고, 서초동 사옥 지하 한 층을 모두 터 수강생들을 위한 스터디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매달 쏟아져 나오는 우수 창의 아이템만으로도 만만치 않은 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그는 교육을 위해서도 ‘나눔’을 택한 것이다. 지난 94년부터 공개해온 아이템 수만해도 1천 가지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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