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철학, 그리고 해커의 공통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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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철학, 그리고 해커의 공통분모
  • 오현식 기자</a></a></a>
  • 승인 2008.09.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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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한
컴퓨터와 네트워킹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과 열정은 해킹과 해커를 낳았다.
오늘날 만연한 사이버 범죄로 해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높지만, 엄밀히 말해
순수한 열정으로 컴퓨터, 네트워킹을 연구하는 해커와 크랙커는 구분돼야 한다.
해커는 IT의 발전을 이끌어간 힘이다. 인터넷의 기반인 TCP/IP, 리눅스 등이
모두 해커에 의해 개발된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김태한 파이오링크 보안컨설팅팀장의 글을 통해 진정한 해커와 해커 문화에 대해 알아본다.
이 글을 소개하는 이유는 자신의 분야에 최고가 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정신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예술과 철학, 그리고 해커. 언뜻 보면 전혀 연관이 없는 단어들이다. 일반적으로 공돌이에 대한 고정관념 중에 하나가 바로 예술이나 철학과는 전혀 거리가 먼 부류의 인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예술, 철학과 해커를 연계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생각하는 것처럼 멀지 않다. 오히려 매우 밀접한 관계라고 할 수 있다.

해킹은 별다른 것이 아니다
해킹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은 돌아오는 대답이 단순함에 적잖게 실망할 것이다. 프로그래밍, OS, 네트워크 등에 대한 대답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몇 가지를 더 첨가한다손 치더라도 무엇인가 특별한 답을 원했던 질문자에게는 별 볼일 없는 종목만 나열될 것이다. 해킹에 대한 공부는 별다른 것이 없다.
그렇다면 전혀 다를 것이 없는 것들을 공부하면서 해커와 개발자로 나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고정관념을 깨는 엉뚱한 상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상상력, 그것이 바로 해킹의 출발점인 것이다.
기발한 상상력이 없는 지식은 해커를 만들 수가 없다.꽤 오래 전 공개된 DOS 코드를 소개해 보겠다.



main()
{ fork();
{ main();
}}
매우 간단한 코드이지만, 예전에는 유닉스 시스템에 이 코드를 실행시키면 곧바로 시스템은 정지됐다.물론 지금은 이 코드를 실행한다 하더라도 시스템이 다운에 이르지는 않는다. 요즘 유닉스 시스템은 무한 프로세스의 생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위에 소개한 코드는 아무 C언어 책이든 10 페이지 정도 읽어보고, 유닉스 멀티테스킹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매우 간단한 것이다.
아마도 이 코드를 본 사람들은 두 가지 엇갈린 반응을 보일 것이다. 하나는 ‘이거 뭐야. 누구나 할 수 있는 거 아냐’일 것이며, 다른 하나는 ‘어떻게 저런 코드를 생각해냈을까, 대단하다’일 것이다.
만약 첫 번째 반응에 동의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해커가 될 가능성이 없다. 저 간단한 한 줄의 코드에 숨겨진 기발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 사람 또한 어떠한 상황에서도 기발함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해커들은 때로는 엉뚱하게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혹은 생각하지 않는 것들에 집착하곤 한다. 그것이 보통 사람이 보기에는 전혀 쓸모없고, 이해할 수 없는 일로 보여 지기도 하지만 결국 그 엉뚱한 상상력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나타나며 종종 세인들을 놀라게 만든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번들로 제공받은 프로그램에서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기능이 있다. 그 기능을 사용하려면 라이선스를 지불하라는 경고 메시지가 출력되면서 실행이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반적으로 해커는 왠지 은근히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면서 고민하기 시작한다.
금지된 기능을 실행시킬 때,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 실행을 중지시킬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로 정도로 생각해 볼 수가 있다. ‘실행 파일에 라이선스가 하드코딩된 경우’와 ‘라이선스 정보가 입력된 어떤 것을 검사한 이후에 경고 메시지를 출력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상상력과 논리’가 해커의 힘
전자의 경우는 실행 파일의 소스가 없을 경우에 해결이 매우 난해하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방법을 아주 쉽게 찾을 수가 있다. 그럼 이제 라이선스 하드코딩의 경우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해야만 한다. 만약에 라이선스 하드코딩 방식이라면 괜한 고생만할 것이기 때문이다. 고민해 보다가 경고 메시지에서 라이선스 구매 버튼을 클릭해 본다. 웹사이트로 이동하면서 돈을 지불하면 라이선스 번호를 보내 준다는 메시지를 보게 된다. 그렇다면 이것은 라이선스 하드코딩 방식은 아닐 가능성이 매우 크다.
후자일 가능성을 믿고서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 어떤 정보들을 읽어내는지 알아내는 작업에 착수하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는 여러 가지 기술적인 테크닉들이 동원된다. 혼자 힘으로 어렵다고 판단되면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문제 해결의 힌트를 얻기도 하고, 여러 번의 실패와 고민을 거듭하면서 최종적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 남아 있다.
이런 예를 든 것은 취약점을 찾아낼 때 각 단계마다 치밀한 분석과 계획을 세우는 논리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해킹을 하기 위해 엉뚱한 생각이 필요하다고 해서 스스로의 논리적인 설득력조차 없는 생각이라면 전혀 가치가 없다.
반드시 기술적인 관점에서 완벽한 논리적인 개연성이 뒷받침이 돼야만 한다. ‘해커는 고정관념을 깨는 엉뚱한 상상력과 치밀하며 논리적인 사고의 양극단에 서있는 자’이기 때문이다. 해킹은 근본적으로 엉뚱한 상상력들을 체계적인 논리로 만들어낸 결과물의 집합체이다.

해커와 철학 그리고 예술
철학은 가장 기본이며, 가장 중요한 학문이다. 철학이라는 학문은 직접적으로 모든 학문의 흐름을 움직이는 원천이 된다. 혹시 현대 과학이 기계론적인 사고에서 통합론적인 사고로 전환하게 된 그 큰 흐름의 밑바탕에 주역(周易)이란 동양철학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현재 주역은 근래 거의 모든 현대 학문의 가장 기초적인 원류가 되고 있다.
여기에서는 주역을 언급한 것은 주역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시대에서 어떤 철학적인 관점이 주류를 이루는가에 따라서 학문적 해석 방식의 관점이 달라진다는 점을 말하기 위해서다. 이는 철학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학문인가를 증명해 주는 것이라 할 수가 있다. 또한 그 무엇보다도 철학을 공부해야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문적인 철학 그 자체 보다는 철학적인 사고를 하는 방식을 터득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철학자들은 자신들만의 시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방식이라고 하더라도 해석의 방식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논리적인 사고 체계를 가지고 있다. 철학을 공부하는 것은 그런 철학자들이 세상을 독특하게 바라보는 시각과 그것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것을 관찰, 스스로가 세상 혹은 사물을 바라보는 눈을 다양화하며 해석하는 논리를 깨우쳐 가는데 유용한 학습도구가 될 수 있다.
나아가 철학적인 사고는 타인과는 다른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보며, 그것에 대하여 논리적인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바로 독특하게 논리적인 사고를 동시에 판단해야 하는 해커의 기본적인 자질인 것이다.
예술과 철학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철학이 생각 그 자체라고 한다면, 예술은 철학적인 생각에 더해 자신의 감정을 다른 도구를 이용함으로써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즉 예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은, 그림이나 글 혹은 음악과 같은 도구로 가려진 작자의 철학과 감정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가 있다.
특히, 음악은 작자의 철학과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서 글이나 그림보다 훨씬 더 추상적이며, 난해한 도구이다. 단지 귀에 들리는 음정만으로 작자의 사상과 감정을 읽어내려는 노력을 하려면 머리 속에서 다양한 상상을 해야 한다. 음악을 통해 자신만의 무안한 상상력은 표출될 수 있고, 그 나만의 상상력의 세계는 자신만이 바라 볼 수 있는 사물과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을 키우는데 가장 훌륭한 교사가 될 수 있다.
이에 감히 해커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음악을 사랑하라’고 말하고 싶다. 해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인 상상력을 근간으로 하는 엉뚱한 기발함. 이것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도구가 예술이며, 그 중에 음악이 가장 두드러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엉뚱함이 세상을 바꾼다
 해커들의 지극히 개인적이며, 독특한 사고방식이 일반적이지는 않다. 다른 사람들과의 의사소통, 행동 방식의 격차에 의해 해커는 타인에게 ‘이해할 수 없는 사람’, 보다 부정적으로 말하면 ‘사회 부적응자’와 같은 인상을 주기가 쉽다.
 현재 정보보안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사회 활동을 해야 하는 해커들에게 분명 이것은 풀어가야만 하는 숙제이다. 하지만, 동시에 보통 사람들이 그들의 방식을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인정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의 근간이 되는 TCP/IP를 개발한 것도 해커들이며, 광대한 리눅스 세계를 개척 컴퓨터와 네트워킹의 혁명을 가져온 것도 바로 해커들인 것을 기억해야 하며, 세상을 움직이는 0.1%는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닌 남들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사람이라는 것을 경청해야 한다.
 또한 이해할 수 없는 0.1%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가 발전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가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세계가 변화를 거듭하면서 발전할 수 있었던 중심에는 언제나 눈에 띄는 사람들이 존재해왔다.
 알을 품어 병아리를 부화시키겠다던 엉뚱한 에디슨은 현대 과학과 산업의 혁명을 가져왔으며, 아무도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무의식의 세계와 꿈의 세계에 집착했던 프로이드는 현대 심리학의 근간을 뒤바꿔 버렸다. 이처럼 발전에는 엉뚱한 사고를 가진 인물들이 항상 등장한다.
 한 분야의 혁명적인 발전을 만드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엉뚱한 상상력에서 비롯되는 고정 관념에 대한 파괴 그리고 그것을 구체화할 수 있는 논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것은 비록 컴퓨터 네트워킹 분야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분야에 최고가 된 사람들은 해커의 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증거가 된다.
 전설적인 해커 리차드 스톨만. 일명 ‘해커 선언문’이라 일컬어지는 ‘GNU 선언문’으로 해커들의 영감을 자극하고, 이들을 토론과 공유로 결집시켜 본격적인 해커들의 시대를 열은 스톨만을 보면, 불가사의한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다. 덥수룩한 수염에 아무렇게나 머리를 풀어 해치고 배낭을 짊어지고 전세계를 돌아다는 방랑자의 모습, 그리고 인디언 피리를 부는 리차드 스톨만의 모습을 보면 마치 도인(道人)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공돌이와 예술이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학창 시절 ‘훌륭하다’라고 정평이 나있는 전공 교수님들의 강의 도중 문득 느껴지는 철학적인 이미지, 그리고 외국 유명 해커들의 글들에서 느껴지는 예술가적인 감수성과 기질은 그저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흡사하다. 다시 말해 철학가와 예술가, 그리고 공돌이는 동떨어진 세계의 사람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같이 발전해가야 하는 존재들인 것이다.
 우리나라에 수많은 공돌이들이 있지만, 정말로 최고라고 할 수 있는 공돌이는 거의 없다. 그리고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지식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결국 공돌이로서의 길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철학과 예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식을 깨우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진정 철학이 없는 공돌이의 지식은 뿌리가 없는 공허한 것이며, 창조적이지 못하고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죽은 지식일 뿐이다. 또한 그런 지식은 결코 영원할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TCP/IP 수석 개발자였으며, ARP넷의 리더였던 빈트 서프가 1989년 RFC에 남긴 흥미로운 글 하나를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마칠까 한다.
 
로젠크렌츠와 이더넷 (RFC 1121)
세상이 온통 넷이다! 그리고 그 안의 모든 데이터인 패킷은 잠시 큐에 저장 후 발송되고는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것은 스위칭되기를 기다리는 네트워크이다! 스위칭 될 것인가 되지 않을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넷에서 확률론적 네트워크 안에서 저장 후 발송을 견디어내는 것이 현명한가. 아니면 패킷의 바다를 헤매다 헌정하는 것이 현명한가? 넷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스위칭 되어야만 한다. 아무렴 어려움이 있겠지. 찬성표를 던지리라. 스위칭되는 것을 위하여. 우리가 이 Banyan 네트워크를 헤맬 때 숨는 루프는 무엇인가? 수수께끼는 토론회를 일으키고, 끝나지 않는 논쟁을 불러일으키리라. 또한 보수를 뛰어넘는 통제할 수 없는 시의 비행을 부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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