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합의된 정보보호 법규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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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합의된 정보보호 법규 마련이 절실하다”
  • 정용달
  • 승인 2008.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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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초기 MB정부를 관통하고 있는 화두다. 미국과의 졸속 쇠고기 협상으로 촉발된 민심이반은 100일을 갓 넘긴 MB정부를 막다른 골목에 몰아넣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쇠고기 협상 논란의 이면에는 세계 무역, 대미관계, 검역주권 등 다양한 측면이 숨어 있지만, 서로가 합의한 사회적 제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측면도 있다.

이번 쇠고기 파동은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먹거리 안전을 제대로 담보해 내지 못한 것도 큰 문제지만, 국민의 눈높이를 너무나도 잘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제도가 너무나 미비했던 것도 큰 요인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이전에 국민간 소통과 사회적 합의만 이뤄졌다면, 정권 초기에 지금과 같은 무력감이나 국민간의 갈등과 혼란은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정보화 시대에는 먹거리 안전과 마찬가지로 가장 중요한 사전적 합의를 통한 침해위험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정보보호 법규 마련은 매우 중요하다. 사이버상에서 정보보안 강화 위해 부당이익 환수, 정보유출자 및 취득자에 대한 형사처벌 등이 포함된 개정 정보통신망법을 무작정 반가워할 수 없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개정안이 부당이익 환수, 정보유출자 및 취득자에 대한 형사처벌 등 정보보안 관련 조치가 강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낮은 수위의 처벌 규정에 그침으로써 사이버 공격의 추세를 반전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보유출로 인한 부당이익을 환수하기 위해 신설된 과징금 제도는 부당이익의 최대 1/100 수준까지만 부과할 수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들고 있다. 부당이익을 넘어서는 수준이 아닌, 부당이익의 극히 일부분만의 과징금으로는 정보유출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유혹을 근절시킬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어떤 불법을 저질러 1억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고, 행여 불법이 적발되더라도 100만원만 돌려줘야 한다면, 누구라도 침해 행위의 유혹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최근 1천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터넷 쇼핑몰의 보안 사고에 이어 대한민국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청와대까지 해킹 사고를 겪음으로써 정보보안에 대한 요구는 더욱 더 높아지고 있다. 즉, 정보보안에 대해 높아진 사회적 합의를 이번 개정안이 제대로 담아냈다고 보기에는 상당부분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번 잘못 꿴 단추는 다시 처음부터 단추를 채우면 가능하겠지만, 한번 잘못된 제도와 법규를 새로이 수정한다는 것은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서 보듯이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보안 관련 각종 법규도 마찬가지다. 정보보호 강화를 부르짖는다면 그에 걸맞는 제도가 확립돼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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