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자리 신분인증, 이제는 바꿔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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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자리 신분인증, 이제는 바꿔야 하지 않겠습니까”
  • 정용달
  • 승인 2008.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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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하나. 110101-100001. 이 번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8년 국가로부터 발급받은 번호로 당시 열두 자리였던 이 번호는 현재 여섯 자리, 일곱 자리 조합의 열세 자리로 변화해 우리나라 모든 국민에게 발급되고 있다. 무엇일까.



정답은 주민등록번호이다. 주민등록번호는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부여받아 인터넷 사이트 가입 등은 물론 각종 신원확인 등의 용도로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주민등록번호 제도는 최근 무작위한 해킹 등에 의한 정보유출로 개인정보보호 논란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다.



온 국민에게 일괄 발급되기에 주민등록번호는 신분확인을 가능케 하는 첫 번째 수단으로 이용돼 교육, 금융, 의료 등의 모든 시스템이 이 열세 자리 번호 하나에 연동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회 각 부문에서 폭넓게 사용된다. 인터넷 사이트 가입에, 은행서의 실명확인에, 진료를 받기 위한 의료보험에, 모두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한다. 이러한 폭넓은 쓰임새는 그만큼 유출의 가능성을 높임과 동시에 유출에 따른 위험성도 더욱 높인다.



또 이 번호는 한 번 발급받으면 변경이 불가능하다. 그 자체만으로도 나이와 출신지역을 정확하게 알 수 있게 하는 개인정보 덩어리인 주민등록번호제도가 부르는 폐해는 적지 않다. 온 국민을 범죄자 취급함으로써 인권침해적인 요소도 존재할 뿐만 아니라, 편의주의적 발상에서 시작된 제도란 배경에 걸맞게 편의성 우선으로 오늘날 규제 없이 광범위하게 수집·사용됨으로써 유출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기도 하다.



결국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개인정보유출과 이로 인한 신원도용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다. 이에 혹자는 “1천만명의 대량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화제지만, 인터넷에 개인정보가 떠다니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수천, 수만, 수십만의 개인정보 유출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파악되지 않는 유출사례도 수없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주민번호는 과연 필요한 것인가. 전세계 어디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은 주민등록번호 제도를 운용하는 국가는 없다. 선진국으로 꼽히는 프랑스, 독일 등은 주민등록번호 없이도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이제 행정 편의주의적 목적에서 전국민의 신원확인 수단으로 시작된 주민등록번호 제도에 대해 원점부터의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생활에 뿌리깊게 자리해 당장의 제도변화가 불가능하다면, 주민등록번호의 변경부터 우선 시행해야 한다. 이미 개인정보가 유출돼 도용 등의 위험을 느끼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주민번호의 변경이 절실히 요구된다. G-PIN, I-PIN 등 사이버상에서의 유출을 막기 위한 대응책도 주민번호 자체가 이미 노출돼 있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온라인 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노출될 수도 있다.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주민번호의 수집, 이용을 제한하는 제도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주민번호의 광범위한 이용은 그만큼 정보유출의 위험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소중한 것이라면, 그 만큼 소중히 보관 사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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