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안 인식 강화로 완전삭제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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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보안 인식 강화로 완전삭제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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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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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완전 삭제
정보보안 인식 강화로 완전삭제 ‘각광’
S/W·H/W 방식 공존 … 디지털 저장장치 종이보다 훨씬 위험

신정아 전 동국대학교 조교수의 학력위조 사건으로 시작된 정치권의 소용돌이는 변양균 전 청와대정책실장과의 스캔들로 확대됐다. IT와 관련이 없었을 듯한 이 사건은 한 보안 분야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다. 바로 데이터 완전삭제가 그것이다. 복구 소프트웨어를 통해 삭제한 데이터, 포맷한 디스크의 정보를 되살릴 수 있었던 것. 이에 데이터 복구 솔루션과 이러한 복구 솔루션에도 되살릴 수 없도록 하는 완전삭제 솔루션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증폭됐다. 이어 삼성특검이 진행되면서 증거인멸을 위해 삼성이 완전삭제 솔루션을 이용해 매일 하드디스크를 지워내고 있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완전삭제 솔루션에 대한 인식은 크게 높아져 갔다. 완전삭제 솔루션의 왜곡된 쓰임새에서 인식이 높아졌지만, 사실 완전삭제 솔루션은 기업보안의 필수라고 할 수 있으며, 국내에서도 그 필요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데이터 완전삭제 시장을 살핀다.
| 오현식 기자·hyun@datanet.co.kr |

정보보안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데이터 완전삭제 솔루션 시장이 각광받고 있다. 데이터 완전삭제 솔루션이란, 말 뜻 그대로 데이터를 완벽하게 지워 어떤 경우에도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들 제품들은 크게 소프트웨어 제품군과 하드웨어 제품군으로 나눌 수 있다. 또 하드웨어 제품군은 다시 소프트웨어 방식의 이레이저 기능을 전용 하드웨어에 구현한 이레이저 제품군과 디지털 저장장치의 자기력을 상실하게 해 데이터를 소거하는 디가우저로 나눌 수 있다.

쓰레기통에서 정보가 샌다
최근 논란이 됐던 산업기술 유출사건은 데이터 보안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개발비만 6천억원에 달했던 와이브로 기술을 미국에 유출하려 했던 A 씨, 중국 기업에 자동차 조립 핵심 기술을 건내 국내 자동차 산업에 약 5조원의 피해를 입힌 B 씨, 선박 69척에 대한 완성도면을 유출하려던 C 씨, 450억원의 개발비가 투자된 철강 제조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D 씨, 담수기술을 경쟁기업으로 유출한 E 씨 등 최근 기술 유출 적발사례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는 IT의 편리함은 정보 유출에도 편리함을 가져다 줬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커다란 종이에 기술됐을 각종 설계 도면은 이제 데이터로 기록되고 있으며, 하드웨어의 발달로 손톱만한 USB메모리에 수십GB의 데이터를 저장이 가능하다. 유출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기술발전은 정보를 유출하기에도 아주 최적화된 환경이다. 커다란 종이뭉치를 갖고 나가 눈에 띄일 염려 없이 작은 USB메모리에 더 많은 정보를 담아 유유히 빠져나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기업은 정보유출방지를 위해 IT 보안은 물론, 출입통제 강화 등 물리적 보안을 업그레이드하면서 데이터 보안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암호화, DRM, 워터마킹, 데이터 DNA를 통한 흐름 추척 등 각종 IT 기술을 통해 데이터를 보호함은 물론, 외부 방문자의 출입시 USB 반입 금지, 노트북 USB 포트와 핸드폰 카메라 등의 봉인 등을 수행해 정보의 유출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그러나 이렇게 취한 모든 보안 강화 조치는 하나의 허점으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하드디스크 등을 폐기할 때 이를 그냥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리는 것이다. 만일 기업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폐기 디스크를 처리한다면, 이는 정보를 공개하는 것과 같다. 누군가 당신의 쓰레기통에서 하드디스크를 수거해 간다면, 쉽게 디스크 안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를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망치로 하드디스크 부수기!
완전삭제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방법, 디가우저 등을 이용한 자기력 소거 이외에도 하드디스크를 완전하게 폐기할 수는 있다. 바로 물리적으로 하드웨어를 부수는 방법이 그것이다.
혹자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뭘 돈들고 복잡하게 고민해, 망치로 때려 부수면 되지’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때 잊지말아야 할 것은 아주 잘게 부수지 않으면 데이터 복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드릴로 하드디스크에 구명을 낸다고 해도 특수 장비를 사용하면, 데이터 복구가 가능하다. 업계에 따르면, 파쇄의 경우에도 조각 크기가 0.5mm를 넘으면 복구가 가능하다. 다시 말해 드릴로 뚫을 경우에는 드릴 구멍만 제외하고 다른 부문은 상당수 복구가 가능하게 된다.
복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0.5mm 이하로 파쇄하거나 용광로 등에 넣어 녹여버리는 방법이 있다. 0.5mm 이하로 파쇄하는 것은 수작업으로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 육안으로는 0.5mm를 넘었는지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문서파쇄기와 마찬가지로 디스크 파쇄기도 존재하는데 이 파쇄기는 대형일 뿐 아니라 가격도 디가우저 등에 못지 않다.

“아예 인식이 되지 않는 등 하드디스크가 완전히 망가졌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복구는 가능하다. 이와 관련, 고객만족센터에서 근무했던 한 하드디스크 업계 관계자는 “하드웨어가 완전히 망가진 것처럼 보이는 하드디스크도 보드 교체나 혹은 내부 센서 교체 등을 통해 되살리는 경우가 많았다”는 경험을 밝히기도 했다.

2008년 데이터 완전삭제 보편화
2005년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시중에 유통되는 중고 하드디스크를 분석한 결과, 국내 대기업에서 작성된 제품 설계도, 보험회사의 고객정보 등이 발견됐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국내에서도 안전한 데이터 폐기에 대한 관심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에 국가정보원에서는 2006년 3월 ‘정보시스템 저장매체 불용지침’을 마련, 폐기되는 저장매체를 통한 정보유출 방지에 나섰으며, 금융감독원 또한 2005년 12월 ‘전자금융거래보안종합대책’의 일환으로 ATM 등 자동화기기의 폐기 처분 시 내부 하드디스크의 고객정보 완전삭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도록 의무화해 데이터 완전삭제 이슈가 떠오르게 됐다.
지침은 마련됐지만, 그동안 안전한 완전삭제 방안에 대한 공신력 있는 기준이 없어 도입이 활성화되지는 않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지침 발표와 함께 수많은 방식의 국내외 완전삭제 솔루션이 선보였지만 도입기업의 입장에서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던 것. 특히 이슈가 상급기관의 지침을 통해 전달됨으로써 발생했고, 또 상부기관의 감사를 신경쓸 수밖에 없는 공공기관에서는 도입의 전제조건인 국정원 국가보안성검증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된다.
이에 완전삭제 솔루션 업계는 2008년이 시장 확대의 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7년 다수의 솔루션이 국가보안성 검증을 받아 공공기관에 도입이 가능하게 된 만큼 공공기관은 도입을 미룰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 나아가 완전삭제 솔루션 제품들은 2008년 3월 말 현재 하드웨어 기반과 소프트웨어 기반 제품이 모두 14종에 달하고 있기에 입맛에 맞는 완전삭제 솔루션을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다.


시장에서 믿고 선택할 수 있는 데이터완전 삭제 제품이 마련됐기에 올해부터 시장이 활성화돼 디지털 저장장치의 폐기 시 완전삭제 솔루션 이용이 보편화될 것으로 업계는 예측했다. 이에 각 사는 시장 공략 본격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휴먼랩은 국내 총판으로 넥스지를 영입해 시장활성화에 나섰으며, 국산 기업으로 디가우저 관련 최초의 국가보안성 검증필을 획득한 코엠아이티는 SK인포섹을 총판사로 영입, 시장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종이 파쇄기와 비교하면, 데이터 완전삭제 솔루션의 필요성은 더욱 분명하다. 이네트렉스 김형태 사장은 “서류 파기 시 파쇄기를 거치지 않고, 손으로 찢어 버린다면, 조각퍼즐을 맞추듯 종이를 맞춰나간다면 원본을 살리 수 있어 기업에서는 서류 파기 시 파쇄기 사용이 보편화됐다”면서 “디지털 저장장치는 종이보다 더 많은 양을 담을 수 있어 유출시 더 위험해 종이서류에서 파쇄기를 이용하듯 디지털 저장장치의 폐기시에는 디가우저와 같은 완전삭제 장치의 이용이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완전삭제, 디가우저로 ‘안심’
데이터 폐기 시 완전삭제 장치로 관심을 모으는 것은 바로 디가우저다. 서류파쇄기가 조각 맞추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단순히 종이를 잘게 찢는 장치에 불과하듯 디가우저의 원리는 간단하다.
흔히 사용되는 하드디스크, 테이프미디어 등의 디지털 저장장치는 자력을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한다. 전원이 공급되지 않는 상태에서도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 하드디스크는 일정한 자기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보자력이라고 한다. 디가우저는 디지털 저장장치가 갖는 보자력보다 더 높은 자력을 발생시킴으로써 디지털 저장장치의 자력을 없애버리게 된다.
예를 들어 100GB(3.5인치) 하드디스크 원판은 4200Oe의 보자력을 갖는데, 이보다 강력한 5000G의 자석에 하드디스크를 노출시킨다면 보자력을 잃어버려 저장장치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복구 기술의 발전이 소프트웨어 방식의 완전삭제가 갖는 불안감인 반면, 디지털 저장매체를 사용불능상태로 만드는 디가우저는 가장 완벽한 삭제 장치로 평가받고 있다.


Tip
에르스텟과 가우스
Oe는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표기로 에르스텟(Oersted)이라고 불리며, G는 전력선속밀도 단위인 가우스(Gauss)의 약자로 진공상태에서 1G는 1Oe와 동일하다. 흔히 하드디스크의 보자력은 Oe, 디가우저의 세기는 G로 나타낸다.

디가우저의 원리는 단순하지만 이 안에는 세밀한 기술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디가우저 내부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에 대상 매체를 고르게 노출시켜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잠시 초등학교 과학시간을 떠올려 보자. 쇳가루에 자석을 가져가 자석 주변에 둥글게 자력이 형성됐다. 이처럼 자기장은 강한 지점과 약한 지점을 갖기에 대상매체에 고르게 자기장을 노출시킬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또 이격 거리에 따라 자력이 약해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케이스와 원판 사이의 이격, 그리고 여러 장의 원판을 겹칩으로써 원판과 원판 사이의 이격도 염두에 둬야 한다. 현재의 기술력으로 3.5인치 100GB 하드디스크는 디스크 원판 1개로 이뤄지지만, 250GB 하드디스크는 원판 2개가 들어간다. 250GB의 경우, 디스크 원판 하나를 투과해 아래 원판까지 유효한 자기력을 미칠 수 있어야 완전삭제를 이룰 수 있게 된다.
한국후지쯔 박철웅 과장은 “디가우저가 단순해 보이지만 완벽한 보안을 위해 세심한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라며 “디가우저 도입 시 작은 부문까지 꼼꼼히 살핌과 동시에 검증된 기술력을 갖춘 솔루션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영구자석·전자석 ‘경합’
디가우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영구자석 방식을 이용한 방법과 전자석을 이용한 방식이 그것이다. 국정원 검증필 제품 중에서는 이네트렉스 DK-9000과 코엠아이티의 KD-1이 전자석을 이용한 디가우저이며, 휴먼랩 APM-10, 정원엔시스템의 HC-3000, 한국후지쯔의 ME-P2 등은 영구자석을 이용한 제품이다(한국캐드컴 AU-100S와 제트코의 IM4008i는 하드웨어 형태를 하고 있지만, 디가우저 방식이 아닌 소프트웨어 기반 제품과 같은 이레이저 방식이다. 즉 자기장을 이용한 디가우저가 아니라 이레이저 전용 하드웨어 장비라고 할 수 있다.).
디가우저 시장에서는 영구자석 방식과 전자석 방식이 각기 저마다 우위를 내세우고 있는데, 이러한 경쟁은 다시 국산과 외산 솔루션의 경쟁으로 봐도 무방하다. 한국후지쯔는 물론이고 휴먼랩을 통해 검증받은 APM-10은 美 데이터시큐리티, 정원엔시스템이 공급하는 HC-3000은 일본 오리엔트 인스트루먼트컴퓨터의 솔루션으로 외산 디가우저인 반면, 코엠아이티의 KD-1과 이네트렉스의 DK-9000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국산 제품이기 때문이다. 결국 외산 솔루션은 영구자석 방식을, 국내 개발업체는 전율을 이용한 전자석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영구자석 방식의 강점은 검증된 기술력이다. 디가우저에 대한 이슈가 해외에서 먼저 발생했던 만큼 이들은 해외 시장에서 다양한 레퍼런스를 통해 안전성을 검증받았다는 점을 우위로 내세우고 있다. 휴먼랩이 공급하는 APM-10과 한국후지쯔의 ME-P2의 경우, 미국 국가안보국(NSA) 인증을 받을 정도로 데이터 완전삭제에 대한 기술력을 검증받고 있다. 또 영구자석 방식은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휴먼랩 조상익 부장은 “NSA의 까다로운 검증 절차는 전세계적으로 까다롭기로 명성이 높다”며 “NSA 검증을 통과한 휴먼랩 APM-10은 미 육해공 3군에 모두 공급됐음은 물론, FBI와 CIA에도 사용되고 있으며, 일본 자위대에도 공급될 정도로 보안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한편, 국내 보안 기업인 코에아이티와 이네트렉스가 채택하고 있는 전자석 방식은 보다 강력한 자기장을 방출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삼고 있다. 영구자석 방식이 보다 높은 자기력을 갖는 영구자석을 개발하기가 쉽지 않아 자기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존재하는 반면, 전자석 방식은 쉽게 자기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네트렉스 김형태 사장은 “하드디스크의 발전으로 데이터 소자에 필요한 자기력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저장매체 기술발전에 따라 업그레이드로 쉽게 자력을 높일 수 있는 전자석 방식이 더 영구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국정원 테스트에 따르면, 이네트렉스의 DK-9000은 2만2천300G를 기록, 7천~8천G에 그친 경쟁제품을 압도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국정원은 현재 보다 정확하게 검증을 실시한다는 이유로, 디가우저 제품에 대한 테스트를 다시 실시하고 있으며, 이에 2008년 3월의 인증목록 제품군에서는 최대 방출자기력 부문이 빠져 있다.

편리성·재활용, S/W 방식도 ‘인기’
완전삭제 소프트웨어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흔히 ‘이레이저’로 불리는 이 방법은 완전삭제 시 동일한 부분에 지속적으로 덮어쓰기를 수행함으로써 데이터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영구자석 vs. 전자석 … 국정원 검증 신뢰성 ‘논란’
영구자석과 전자석 방식이 팽팽히 경쟁하는 가운데 논란이 되는 부문이 발생했다. 바로 자기력에 대한 부문이다. 전자석 기업들은 하드디스크의 발전 속도를 영구자석이 따라잡지 못해 전자석 방식이 미래 투자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드디스크 등의 크기가 높아질수록 원판의 자력밀도와 원판 개수가 많아져 자기력 상승이 답보 상태에 있는 영구자석이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
반면, 자기력의 세기를 자랑하는 전자석 방식 기업들의 주장에 대해 영구자석 방식 기업들은 하드디스크가 발전해도 현재의 영구자석 자석세기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드디스크 크기가 표준화된 현재 원판의 개수가 많아지거나, 보존자력 등이 높아진다면 충분히 개연성 있는 일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후지쯔 박철웅 과장은 “후지쯔의 하드디스크 개발팀에 문의한 결과, ‘하드디스크의 원판 개수는 최대 4개’라는 답변을 들었으며, 이는 상용화되기 시작한 1TB 제품군에서도 마찬가지일 뿐 아니라 개발중인 제품군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답변했다. 이어 박철웅 과장은 “감겨진 코일에 전율을 흘려 자력을 생성하는 전자석 방식은 자기장이 균질하지 않은 문제점이 있어 영구자석 방식보다 불안정하다”고 주장했다.
서로의 우위를 주장하는 이러한 논란은 양측 모두 논리적여서 상호간에 우위를 따지기 어렵다. 어찌 보면 소모적인 논란이 제기되는 것. 이러한 소모적 논란에 국정원을 원인으로 제기하는 업계의 인사도 있다. 국가보안성 검증 제품을 두고 상호 우위를 주장하는 이러한 아이러니한 일에는 검증의 신뢰성이 의문시되는 것이 원인으로 검증 주체인 국정원의 책임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한 인사는 “처음부터 검증의 주요 요소로 최대 자기력을 기준으로 삼는 것부터 적절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자기력이 보존자기력 이상이어도, 이격이 있으면 그 효과가 반감되는데 이러한 부문이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 이 관계자는“보다 정확한 측정을 위해서는 디가우저에서 소거한 하드디스크의 잔존자기력을 검사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러한 측정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잔존자기력이 25% 이상이면 일부 데이터를 복구할 수 있는 기술도 존재하기 때문에 잔존자기 검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최근 국정원은 보다 정밀성을 기한다면서 검증 제품의 최대 방출자기력을 다시 측정하고 있는데, 이는 국정원 스스로 이전 테스트의 신뢰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업계의 소모적 논쟁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러한 재측정이 완전삭제 솔루션 선택을 위해 신뢰성 있는 검증기관의 결과를 찾는 고객들에게도 의구심을 불러 일으켜 완전삭제 솔루션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대 방출자기력 재측정과 관련, 국정원 IT인증사무국 측은 “디가우저 내부 자기력은 측정 센서 위치의 차이에 따라 큰 편차가 있을 수 있어 보다 정밀성을 기하기 위해 재측정하는 것”이라며 “단순한 재측정이기 때문에 검증 취소 등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재측정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일반적으로 운영체제에서 데이터를 지우는 행위는 단순히 데이터가 삭제된 것으로 보이게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운영체제 상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데이터가 남겨져 있는 것. 물론 데이터에 대한 보호도 해제됐기에 이 자리에 데이터가 다시 데이터가 쓰여짐으로써 실제로도 삭제될 수도 있지만, 이는 운이다. 또 복구기술의 발전으로 1~2회 겹쳐쓰기된 데이터를 복구할 수 있는 기술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레이저 방식은 빠르게 여러번의 데이터 겹쳐쓰기를 수행함으로써 데이터 삭제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으로 현존 기술로는 데이터 복구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복구 소프트웨어의 최강자인 파이널데이터가 ‘파이널이레이저’를 출시하면서 영구삭제 솔루션 시장에 뛰어든 것을 비롯해 하우리, 에스엠에스, 이노토브 등 다수의 기업이 소프트웨어 기반 영구삭제 솔루션을 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프트웨어 방식은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데이터 완전삭제 작업 후에도 하드디스크를 재사용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디가우저처럼 저장매체를 완전 폐기시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완전삭제 후에도 저장매체의 재활용이 가능하다. 더불어 디스크 단위의 완전삭제 뿐 아니라, 파일단위의 완전 삭제, 빈 공간 청소(빈 공간 데이터 완전삭제)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등 사용자의 입장에서 매력적인 기능들을 제공한다.
소프트웨어 방식의 데이터 완전삭제 솔루션은 신정아 씨 사건에서 검찰이 지워진 메일을 복구, 증거를 찾아내면서 일반 사용자들의 관심도 급증한 상황이다. 포맷한 데이터도 복구 가능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버려지는 하드디스크에서 공인인증서 등 민감한 데이터가 복구될 것에 대한 우려와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일반인들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특히 이 부문에서는 파이널데이터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파이널데이터가 데이터복구 소프트웨어 시장을 평정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하드디스크 복구를 서비스하는 업체의 대부분은 복구 소프트웨어는 파이널데이터를 이용, 파이널데이터로 복구하지 못한 데이터는 국내에서는 복구할 수 없다는 말까지 존재한다. 이로 인해 파이널데이터가 출시한 영구삭제 솔루션은 사용자들이 느끼는 신뢰성에서 다른 솔루션을 압도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타 소프트웨어 제품들의 도전도 만만치는 않다. 하우리 임형준 팀장은 “소프트웨어 방식의 완전삭제 솔루션의 보안성은 국정원의 국가보안성 검증으로 공인받은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하우리의 데이터이레이저는 데이터매직에서부터 출발한 것으로 안정성을 검증받은 상황으로 이번에 알고리즘 개선으로 속도를 20~30%까지 향상시켰다”고 덧붙였다.
국정원 검증에서 하드웨어 기반 방식으로 분류된 한국캐드컴 AU-100와 IM4008i 등은 완전삭제 측면에서 보면, 이레이저 기능을 전용 하드웨어에 구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타 하드디스크로의 데이터 복사 기능을 변별점으로 내세운다. 디스크를 폐기하려 할 때 업무 연속성을 위해서는 기존 데이터를 이동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 장비는 다수의 하드디스크의 데이터를 빠르게 다른 하드디스크로 이동시킴과 동시에 기존 데이터를 완전삭제시킴으로써 유용성을 더해준다.
ICS에서 개발한 IM4008i를 공급하고 있는 제트코에 따르면, 이동되는 하드디스크 간에 크기가 달라도 복제가 가능하며, 파티션도 하드디스크 용량에 맞춰 자동으로 적절하게 조정되기 때문에 하드디스크 교체 등에 유용하다. 또 고속으로 대량 복제가 가능해 빈번하게 발생하는 하드디스크 교체 시에도 업무연속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데이터 삭제도 가능해 유용성을 더했다.
소프트웨어 방식의 우려는 복구 기술 역시 빠르게 발전한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 방식의 완전삭제 솔루션을 공급하는 기업들은 ‘복구 불가능’을 외치고 있지만, 미래에도 이것이 100% 유효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파일전체를 지워진 것처럼 보이게 하는 빠른 포맷 메뉴가 아니라 실제로 의미없는 데이터를 겹쳐 써 디스크 데이터를 초기화하는 로우포맷의 경우에도 몇 년 전에는 2~3회 만으로 복구 불가능 상태로 만들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이를 십여 차례 이상 수행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이를 복구할 수 있을 정도로 복구 기술은 강력해진 상황이다.
이에 한 관계자는 “기업 내부에서 재활용하려 할 때는 소프트웨어 방식이 유리하지만, 완전 폐기 시에는 디가우저를 사용하는 방법이 보다 완벽한 보안을 이루는 길이 될 것”이라며 “폐기 시에도 소프트웨어 방식을 사용해야 할 경우에는 1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최소 3회 이상 삭제를 실시한 후 폐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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