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한 사막에서 살아남는 낙타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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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사막에서 살아남는 낙타의 지혜
  • 승인 2008.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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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사막에서 살아남는 낙타의 지혜

지난해 국내 IT 산업은 지속적인 IT 수출 증가와 더불어 차세대 IT 기술과 신시장을 적절히 융합하면서 급박하게 돌아가는 해외 악제 속에서도 국내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수행했다. 그리고 무자년, 최근 몇 년 동안 씁쓸하고 허탈하게 새로운 한 해를 맞이했던 것과 달리 국내 IT 업계는 차세대 모멘텀과 이정표를 제시하면서 희망과 기대에 한껏 부풀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연초부터 국내 IT 업계가 시끌시끌하다. 이 난리법석은 IT인들의 당초 기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설마 했던 정보통신부의 폐지가 현실화되면서 IT 업계가 벌집 쑤셔 놓은 것처럼 술렁이고 있으며, 향후 움직임에 대해 모두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정부 각 부처에 흩어졌던 관련 기능을 하나로 모아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자는 취지에서 15년 전 김영삼 정부 시절에 설립됐다. 그리고 이제 15년 짧은 생의 마감을 앞두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IT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이미 흐르는 물길을 거스르기는 어려워 보인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 신산업 발굴 등 차세대 IT 산업의 흐름에 맞게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는 부처를 오히려 조각조각 분산시키는 것보다 IT 생태계 전체를 일관되게 통합 관장하는 전문부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세다. 하지만, 신권력 앞에 정보통신부는 이제 사형선고일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정통부의 해체는 ‘현실’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랄까. 당선인이 이명박 후보였던 시절, IT인들은 중소벤처기업과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 각종 IT산업의 인력 양성 등의 공약과 경제 살리기 정책에 힘입어 IT산업도 호시절을 누릴 것이란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통부 해체를 보면서 이러한 기대와 희망은 산산이 무너지고 허탈할 따름이다.
어느 IT기업 대표의 얘기처럼 정보통신부에 가서 얘기하기도 힘들었는데, 몇 개 부처를 어떻게 전부 이해시킬 수 있겠는가라는 푸념도, 영국, 일본, 호주 등에서는 새로운 IT관련 부처를 신설하거나 확장한다는 얘기도 이젠 허공에 내지르는 허무한 메아리일 뿐이다. 혹자의 푸념처럼 ‘기가바이트(GB), 페타바이트(PB)를 넘어 제타바이트(ZB)까지 언급되는 때에 메가바이트(MB)가 왠 말이냐’고 탓해도 물길을 돌릴 수는 없을것 같다.

정보통신부의 해체가 무모하고 통탄할 일이지만, 이제 와서 당선인에게 IT산업의 현실 이해를 바라며, 세계적인 시대 흐름을 조아리며 대성통곡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듯, 현실은 현실이다.
중생대에 살던 거대한 공룡들이 사라졌듯이 환경변화에 적응한 식물이나 동물은 살아남고, 적응하지 못한 생물은 사라지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푸념하기 보다는 현실을 받아들여 험하고 척박하기 그지없는 땅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더 빠르지 않을까. 낙타는 3일 동안 물을 마시지 않고, 물 한 모금 없이 300km 이상을 걸을 수 있다. 황량한 사막에서의 생존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국내 IT산업이 세계 최강국이 되기까지는 IT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처하고 정책 수요자들에게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한 정통부가 한 몫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통부의 노고보다는 고된 사막의 길도 마다하지 않았던 우리 IT인들의 땀과 노력이 IT 성장의 더 큰 몫을 차지한다.

이제 국내 IT 산업은 강한 비바람에도 쓰러지질 않을 정도로 어느 정도의 강인한 체력을 갖췄다. 불안감을 과감히 털어내고, 아무리 환경이 어려워도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으로 똘똘 뭉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가 뭐래도 IT 종사자들은 국내 모든 산업의 활력소이자 동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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