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정보사회의 발전과 인포데믹스의 위협
상태바
지식정보사회의 발전과 인포데믹스의 위협
  • 승인 2007.09.2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포럼)’은 CEO 연례보고서를 통해 ‘인포데믹스(InfoDemics)’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인포데믹스(InfoDemics)는 정보(Informatin)와 전염병(Epidemic)을 합성한 신조어로 우리말로는 ‘정보전염병’이라고 할 수 있으며, 정보의 확산으로 발생하는 각종 문제와 각종 부작용을 의미한다.
어떤 위험에 대한 잘못된 정보나 행동에 관한 루머들이 인터넷, 휴대전화 등과 같은 IT기기나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근거없는 공포나 악소문을 증폭시켜 사회 정치 경제 안보 등에 치명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현상이 인포데믹스다. AI(Avian Influenza, 조류인프루엔자), 사스(SARS,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등을 인포데믹스의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 같은 인포데믹스의 창궐은 전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인터넷의 발달과 지식정보사회의 진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즉, 인터넷은 자유로운 정보의 공유라는 순기능이 있는 반면에 역으로 컴퓨터 바이러스나 악소문이 순식간에 확산돼 인류의 큰 재앙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셈이다. 웹2.0과 UCC(User Created Contents)로 대변되는 인터넷 민주주의 시대를 맞아 사용자 참여 및 공유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지만, 인포데믹스와 같은 인터넷 역작용으로 인한 새로운 인류의 위기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인포데믹스는 현대판 흑사병(Black Death)에 비유하기도 한다. 흑사병이 창궐하던 1348년에서 1350년 사이에 이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최대 3천500만명에 이르러 흑사병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끔찍한 전염병의 재앙으로 꼽힌다. 현대에도 에이즈(AIDS)라는 죽음의 전염병이 있지만 흑사병에는 미치지 못한다. 흑사병은 중세시대의 사회 경제적 변화뿐만 아니라 인간의 심성까지 바꾸는 재앙이었기 때문이다. 사회 경제적 변화뿐만 아니라 인간의 심성까지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인포데믹스의 창궐은 흑사병 이후 인류 최악의 재앙이 다시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초강력 태풍 보다 더 위협적인 컴퓨터 바이러스
인포데믹스의 사례와 그 위협으로는 지난 2003년 1월 25일에 벌어진 인터넷 대란을 들 수 있다. 당시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인터넷망이 며칠간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 사건은 주말에 발생했다는 점이 우리나라로서는 다행인 부분이다. 만일 주중 근무시간이었다면 우리나라는 전쟁보다도 참혹한 최악의 혼란과 위기를 맞게 됐을 것이다. 인터넷 뱅킹, 인터넷 쇼핑 등 모든 비즈니스가 마비되고 관공서를 비롯해 기업 가정 등 모든 생활이 상당한 혼란에 빠졌을 것이다.
1.25 인터넷 대란의 주범은 컴퓨터 악성코드의 일종인 웜(바이러스)였다. 다시 말해 1비트도 안 되는 컴퓨터바이러스가 순식간에 인류를 공포와 위기로 몰아넣은 사건이었던 것이다. 1.25 인터넷 대란에서 우리나라가 유독 피해가 컸던 까닭은 인터넷이 발달된 반면, IT인프라의 보안관리가 소홀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바이러스에 의한 피해액을 계량화한 범정부 차원의 통계제도는 없지만, 보안전문가들은 1.25 대란이 발생한 해인 2003년 우리나라의 정보보안 사고 피해금액은 7조8천500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A급 초강력 태풍이 보통 전국적으로 4조원 정도의 피해를 준다는 측면에서 우리가 모르고 있는 사이에 A급 태풍 2개가 전국을 강타한 것과 맞먹는 규모의 피해를 정보보안 사고로 입은 것이다.

생명까지 위협하는 사이버 폭력
인터넷의 발달과 대중화는 정보의 자유로운 공유를 통해 인류에게 하나의 지구촌 공동체를 급진전시킨 반면, 인포데믹스 문제를 가속화하는 가장 무서운 주범이 되고 있다. 인터넷의 익명성을 악용한 악소문 유포나 사이버폭력, UCC 동영상을 통한 명예훼손 등이 사회문제화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는 정치 구도를 바꾸거나 비즈니스를 좌우하기도 하는 등 인터넷은 더욱 무서운 존재가 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은 특별한 여과장치가 없다보니 사실 확인과정을 거치는 고전적 미디어 시대와는 판이하게 다르게 악의적 의도에 의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욱 높다.
영화배우 트위스트 김이 최근 몇 년간 자신의 예명을 도용한 음란 사이트로 인해 고통을 당한 사건은 악성 루머가 한 인간을 얼마나 말살시킬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05년 말 트위스트 김은 ‘자신의 예명을 도용한 음란사이트 개설로 인격권과 퍼블리시티권을 침해당했다’며 해당 음란사이트 운영자와 포털사이트 등 20곳을 상대로 약 16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며, 올해 1월 트위스트 김은 법원으로부터 승소 소식을 들었다. 해당 음란사이트 운영자에게 1천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된 것.
그러나 그간 식물인간이나 다름없이 고통을 격어야 했던 세월에 비하면 처벌은 너무나 미약하다고 할 수 있다. 트위스트 김은 그 동안 그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백방의 노력을 다했으나 오히려 악성 루머는 증폭됐고 법정의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절망의 세월을 보내야 했던 셈이다.
트위스트 김 사건은 한 사람이 인포데믹스에 의해 얼마나 고통을 입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아무리 결백을 주장하더라도 한번 인터넷에 유포된 악성 루머는 확대 재생산되면서 순식간에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해 버릴 수 있다. 트위스트 김 사건과 같은 악성 루머에 의한 악성 댓글로 인해 한 여성 연예인이 세상을 버렸으며, 석 달 만에 40kg의 다이어트에 성공으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소개됐던 여고생의 자살 배경 중 하나로 악성 댓글이 지목되는 등 심각한 사회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인터넷 윤리의식의 개선 및 대책이 시급한 것이다.

정보화 시대의 흑사병, 인포데믹스 해결은 인류의 문제
살펴본 바와 같이 인포데믹스는 인류 역사상 가장 무서운 흑사병이나 다름없다. 중세의 흑사병은 사라진지 오래지만, 인포데믹스는 이제 시작이나 다름없다. 앞으로 얼마나 더 위협적인 복합 도전으로 발전해 인류를 위험에 빠뜨릴지 모르는 일이다.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문명의 이기(利器)는 사람들을 편리하게 했지만, 인포데믹스라는 인류 최악의 위험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위험을 막기 위해서는 단지 문명의 이기를 만들고 사용하는 데에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이전에 리스크(risk)에 대한 안전의 문제부터 먼저 설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인포데믹스가 개인이나 특정 집단에 국한된 것이 아닌 모든 인류의 공통 문제임을 인식하고 공론화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모색도 요구된다. 인간 존엄성 회복이나 인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각계각층의 노력이 필요할 때인 것이다. 이는 인포데믹스의 위협으로부터 인류의 생존을 위한 보장받는 출발점이다.
나아가 인포데믹스의 창궐을 방지할 수 있는 법제도적 정비와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 오늘날 IT의 발전에 비해 법제도는 전혀 따라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울러 인포데믹스로부터 자신과 가족 그리고 인류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백신, 즉 인간의 존엄성 회복에 지구촌 가족들이 함께 나서야 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행복한 세상을 물려줄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