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방화벽 시장은 열렸지만, 경쟁 과열로 수익성 ‘악화’
상태바
웹 방화벽 시장은 열렸지만, 경쟁 과열로 수익성 ‘악화’
  • 오현식
  • 승인 2007.08.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웹 애플리케이션 방화벽은 오늘날 공격의 80%에 달하는 웹 애플리케이션의 취약점을 방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솔루션으로 주목받아 온 분야다. 하지만, 본지 조사에서는 공급대수로 볼 때 웹 방화벽의 성장세는 뚜렷하지만, 과당경쟁에 따른 단가하락으로 시장성장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으나, 업계의 매출은 제 자리 걸음을 걷고 있을 뿐 아니라, 수익성은 오히려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듀얼시큐어, 모니터랩, 잉카인터넷, 파이오링크, 펜타시스템즈 등 주요 웹 방화벽 업체들은 올 상반기 40~50여곳 이상의 레퍼런스를 확보했다고 밝히고 있다. 듀얼시큐어의 경우, 법무부, 국가기록원, 외교부 전자여권시스템 등 공공기관은 물론 부산 인프라코어, 포스코 등에 공급을 성공하면서 70여곳 이상의 레퍼런스 사이트를 확보했으며, 모니터랩은 한경와우, TGI프라이데이, 국방부 동원예비군 시스템, 서울의료원 등 40여군데의 레퍼런스를 올해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펜타시큐리티시스템도 태웅, 아주대학교, 리드코프 등을 중심으로 상반기에만 40여곳의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등 웹 방화벽 시장에서 만만찮은 성과를 올렸으며, 잉카인터넷은 KT&G, 경남대학교, 문화관광부 등 40여곳에 웹 방화벽 솔루션인 엔프로텍트 웹파이어월’을 공급하는 등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단가 하락으로 매출 성장 ‘답보’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지만, 저가출혈경쟁이 시작되면서 매출은 제자리 규모에 가깝다. 업계는 지난해에 비해 소폭 성장한 150억원, 공급가 기준으로는 100억원을 다소 상회하는 시장형성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다.

이러한 원인으로는 몇 가지가 지적되지만, 가장 큰 요인은 과열 경쟁에 따른 가격 파괴 현상을 들 수 있다. 공급 사이트로 볼 때 몇몇 웹 방화벽 기업들은 지난해 1년 동안 거둔 성과 이상을 올 상반기에 이미 달성했지만, 시장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해 실질적으로는 성장이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부산의 모 대학교의 웹 방화벽 도입은 이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학교는 올해 초 예산을 수립하면서 웹 방화벽 예산으로 7천만원 가량을 설정했지만, 가격 경쟁이 벌어진다는 소문에 이 예산을 2천500만원으로 대폭 삭감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이 대학에서도 치열한 수주전이 이뤄졌다.

총판과 파트너의 이윤, 그리고 최소 700~800만원에 달하는 하드웨어 가격까지 고려하면, 웹 방화벽 예산이 2천만원대라는 것은 팔면 팔수록 손해보는 장사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레퍼런스 확보 경쟁이 벌어지면서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가격의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것. 한 영업사원은 “대학교의 경우처럼 담당자간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한 곳에서는 가격 경쟁이 벌어지면 입소문을 타고 순식간에 확산된다”면서 “대학시장은 하나의 예일 뿐으로 출혈경쟁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결국 이러한 출혈경쟁으로 인해 웹 방화벽 시장은 레퍼런스가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성장은 답보상태에 그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불신 기반한 소송 잇따라
이러한 가격 출혈경쟁의 배경으로는 업체간 불신도 지적된다. 무엇보다 웹 방화벽 시장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요인은 웹 방화벽 업체 내부에 있다는 것이다. 상대 업체에 대한 비난은 어느 분야나 있는 현상이지만, 웹 방화벽 쪽은 유독 심해 상호 비방이 전체 웹 방화벽 제품의 이미지를 깎는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A 사 제품은 깡통’, ‘B 사 레퍼런스 중 제대로 쓰는 고객이 없다’, ‘C 사는 기술력은 없고 정치력만 쎄다’, ‘D 사의 이번 공급은 공짜 공급’, ‘E는 곧 회사가 없어진다’ 등이 이 시장에 떠도는 흑색선전들. 듀얼시큐어 특혜 시비로부터 촉발된 상호 비방전과 루머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업체 간 동업자 정신보다는 상호 불신을 양분으로 원색적인 비난이 난무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한 웹 방화벽 업체의 사장은 “한 마디로 진흙탕 시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업체 간 이어지는 고소는 업체간 불신을 보여주는 사례다. A는 B에게, B는 C에게, C는 D에게 딴지걸기식 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맞소송도 준비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웹 방화벽 업체는 아니지만 엑스큐어넷 측이 모니터랩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이러한 불신을 보여주는 사례다.

엑스큐어넷은 모니터랩의 웹 방화벽 기술이 자사의 원천소스를 사용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모니터랩의 공동설립자인 이광후 사장과 안병규 이사가 엑스큐어넷 재직 당시 개발한 소스를 토대로 웹 방화벽 ‘웹인사이트’를 개발했다는 것이다. 원만한 해결을 위해 지인들이 가교역할을 자임하며 중재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현재 진행형이다. 듀얼시큐어와 트리니티소프트간 진행되는 행정소송도 유사한 사례. 듀얼시큐어는 트리니티소프트를 상대로 행정처분을 신청했는데, 트리니티소프트가 자사 영업인력을 유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행정법원은 트리니티소프트의 손을 들어줬지만, 듀얼시큐어는 항소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동업자 정신이 실종돼 시장을 키워나가기 보다 루머와 비난이 양산되고, 결국 소송으로 치닫는 웹 방화벽 업계를 보면서, 혹자는 “제 무덤을 파고 있다”라는 쓴 소리를 하기도 했다. 시장을 키워나가도 부족할 판국에 상대 업체에 대한 비방으로 시장 확산을 웹 방화벽 업체 스스로 가로막고 있다는 것으로, 아직 보안 시장의 주류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는 웹 방화벽에 대한 불신을 상호 비난으로 업체 스스로 키워나가고 있다는 지적. 웹 방화벽 시장이 차세대 보안의 주류에 속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선의의 경쟁 속에서 시장 파이를 키워나갈 수 있는 동업자 정신 회복이 절실히 요구된다. <오현식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