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IT산업과 돌파구, 그리고 국내 S/W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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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IT산업과 돌파구, 그리고 국내 S/W 산업”
  • 승인 2007.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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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샌드위치 위기론을 거론하며 국내 경제 발전을 우려했다. 뒤이어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그룹 회장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해 국내 산업의 경쟁력 저하에 대한 우려의 뜻을 내놓았다. IT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샌드위치 위기론은 IT산업 역시 피해갈 수 없는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흔히 대한민국을 IT강국이라 부르지만, 혼자서만 주창하는 IT강국이 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평균적으로 한국의 소프트웨어 시장을 전 세계 시장의 1%정도로 감안하고 있다는 사실은 ‘IT강국 코리아’를 무색하게 만든다.
근래 들어 사업상의 이유로 수차례 중국을 방문했을 때 필자가 본 중국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나라를 넘어서서,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고 있는 나라였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현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영어와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인력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중국의 IT산업 현장을 보며 샌드위치 위기론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 번 떠올릴 수 있었다.
최근 한국은행은 “지난 10년간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IT 산업은 성장 동력으로서 한계에 부딪쳤으며 대안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서둘러 발굴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모든 산업에서 한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수많은 우수한 인력들이 시장으로 공급되고 있는데, 쫓아오는 중국을 따돌리고 앞선 선진국을 따라잡아야 하는 우리나라에서는 IT산업 전반의 성장성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이 등장한 것이다.
한국에서 IT기업을 경영하는 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가 자타가 공인하는 ‘IT강국 코리아’가 되기를 염원하는 한 사람으로서 국내 IT산업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돌파구를 찾기를 바란다.

소프트웨어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전 세계적으로 IT시장에서 소프트웨어 시장의 비율은 50%가 넘는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연간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업체는 6천여개 중 2천여개에 불과하고 이중 100억원 미만 업체가 1천500개 이상이다. 개발하고 난 뒤에는 제조원가가 거의 없는 소프트웨어는 이익률에서도 유닛(Unit)당 제조원가 비중이 큰 하드웨어를 크게 상회한다. 또한 관련 서비스 산업과의 연계성이나 이를 통한 고용창출 효과도 매우 크다. 소프트웨어는 지식집약형 고부가가치산업 중에서도 단연 으뜸일 뿐 아니라 우수한 인력풀을 보유한 한국 실정에 가장 적합한 전략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IT산업을 이끌어 왔던 휴대폰이나 반도체 산업의 성장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이때에 이들을 다시금 부흥시키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겠으나, 향후에도 IT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 새로운 엔진을 찾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을 활성화해 IT산업의 총체적인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하나의 돌파구를 마련하기를 제안한다.
인도 등 몇몇 국가들의 소프트웨어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보며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인도 정부는 1980년대 중반부터 소프트웨어 산업의 잠재력을 인식하고 소프트웨어 수출입 관세 철폐, 소프트웨어 특화 지역 육성 등 적극적인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웃의 잔디가 푸르다고 마냥 부러워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잔디에 물을 줘야 할 것이다. 최근 우리 정부가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시키기 위한 정책에 힘을 쏟고 있지만 이것이 지속적이고 결실을 맺을 수 있는 노력이 되기를 희망한다.

S/W 종사자, 책임감·자신감으로 실천해야
정부의 소프트웨어 산업을 위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선행돼야 하는 것은 산업 종사자 스스로가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을 발전시킬 의지를 가진 주체가 되는 것이다. 지난 20여 년 간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일해 온 필자는 우리들 스스로가 열정과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제는 그 열정과 능력으로 다시 한 번 무언가를 이뤄야 할 때라고 믿는다.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 중에는 영세하지만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자금과 마케팅 능력의 부족으로 인해 우수한 기술력을 통한 수익 창출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자신이 보유한 기술력을 알려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유치한다든지, 자금력과 마케팅 능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과 M&A를 성사시키는 것이 영세성에서 벗어나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하나의 해결책이 되리라 생각한다.
전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우수한 테스트베드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을 활용하기 위해 R&D센터를 이전하고 본사의 수백, 수천 명의 연구 인력들을 통해 한국시장에 대한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더욱이 한미FTA 타결로 인한 개방가속화로 현재 국내 소프트웨어시장의 80%가 넘는 해외 소프트웨어 기업의 비중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물론 FTA로 인해 최고 수준의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해외시장 진출에 매우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상위 몇 개의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수천 개의 국내기업들은 많아야 수십명 수준의 연구 인력으로 완전개방화시대에 생존할 수 있을까. 우리의 중소소프트웨어기업들이 경쟁에서 승리하고 우리의 기술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보다 효율적인 자본의 배치를 통해 선별된 기술력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 및 육성이 실행돼야 한다.

서비스모델 발굴 ‘시급’
IT기업에게 있어 원천기술 개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서비스모델의 발굴이다. 기술은 기술자체에 매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됐을 때 그 가치를 빛낼 수 있다. 지금 현재도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발상과 아이디어로 디지털세상을 열어가는 서비스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더욱이 그 동안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들이 웹2.0시대의 개막과 함께 생활문화의 형태로 자리 잡아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사람간의 벽을 허물어가고 있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실시간 커뮤니티, UCC, SNS, 나아가 3차원 공간의 가상생활 커뮤니티 등은 온 국민의 일상생활에 접목된 진보된 기술의 결정체로서 무한확장 가능한 디지털서비스산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선진기술에 대한 수용능력이 뛰어난 국내 사용자들이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니즈를 스스로 창조해 내고 이에 대한 기업과 개발자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창출이 또 다른 형태의 비즈니스모델을 생산해 내어 우리 산업의 건전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기술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서비스형태들이 사업화 되어 생활 곳곳에 파고들고 있는 오늘의 한국의 모습은 그간 기술력 개발에 열정을 갖고 고군분투해 온 수많은 개발자와 벤처사업가들의 공로이자, 새로운 트렌드에 순발력 있게 반응해 온 디지털시민다운 우리 국민성의 산물이다. 실로 대한민국만의 소중한 자산이 아닐 수 없고 IT산업 종사자에게는 더 없이 좋은 환경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산업의 밝은 미래가 이미 우리 안에 존재함을 일깨워주는 매우 자신감을 갖게 하는 근거들이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흔히들 한다. 이 말을 하는 사람들은 단지 처해 있는 위기 상황을 스스로 위안하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며, 실제로 위기를 통해 내실을 강화하고 더 큰 미래를 이루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전자이든 후자이든지, 선택은 우리 업계 종사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 역사는 늘 굴곡의 연속이었으며, 진보와 발전은 굴곡 속에서도 자신의 능력과 가능성을 믿고 도전하는 자의 몫이었다.
지난 20여 년 간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했던 우리 IT벤처기업들이 위기의 대한민국 IT산업을 부활시키는 전위대로서 다시 한 번 우리의 소명을 다할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닌지 업계의 모든 이들에게 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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